[기고] 초고령사회, 구강노쇠 연구의 미래를 보다
Tokyo Metropolitan Institute for Geriatrics and Gerontology(TMGI) 방문기
2026-07-30 최용금 교수(선문대 치위생학과), 김미선‧박향아 교수(부천대 치위생학과)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인의학과 노화 연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Tokyo Metropolitan Institute for Geriatrics and Gerontology(TMGI)는 기초연구, 임상, 지역사회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건강수명 연장과 초고령사회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대표적 노화 연구기관이다. 연구성과가 실제 의료서비스와 지역사회 정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TMGI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구강노쇠(Oral Frailty)를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강건강을 치과 영역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TMGI에서는 구강노쇠를 노인의 전신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건강지표로 인식하고 있었다. 구강기능은 영양상태, 신체기능, 인지기능, 사회적 활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건강수명 연장의 핵심 전략이라는 철학이 연구와 임상 전반에 반영되어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쇠 외래(Frailty Clinic)와 치과가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진료 시스템이었다. 노쇠 외래에서 구강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환자는 치과로 의뢰되어 구강기능 평가와 구강노쇠 진단을 받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의과와 치과가 노인의 건강을 중심으로 하나의 진료 흐름 안에서 협력하고 있었다. 또한 병원 전체가 이동 동선과 안내체계, 안전시설까지 노인의 특성을 고려한 노인친화적(Age-friendly) 환경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뜻깊었던 시간은 구강노쇠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Hirano Hirohiko 교수님의 강의였다. 교수님은 구강노쇠를 단순한 구강기능 저하가 아니라 건강수명 연장을 위해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해야 하는 초기 노쇠의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이번 강의를 통해 구강노쇠(Oral Frailty)와 구강기능저하증(Oral Hypofunction)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구강기능저하증이 객관적인 기능검사를 기반으로 진단하는 임상적 개념이라면, 구강노쇠는 구강기능 저하를 시작으로 영양, 신체기능, 사회적 활동 감소 등 전신 노쇠와 연결되는 가역적이고 예방 가능한 초기 단계를 의미하는 보다 상위의 개념이었다. 또한 구강노쇠는 치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 치과위생사, 영양사, 재활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관리해야 하는 다학제적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이러한 철학은 TMGI의 연구와 진료 시스템 전반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TMGI의 진정한 경쟁력은 연구와 임상, 그리고 지역사회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연구소에서 생산된 근거는 병원의 진료로 이어지고, 병원에서 축적된 임상 데이터는 다시 연구로 환류되며, 검증된 연구결과는 지역사회 건강관리와 정책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구축되어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우수한 연구자와 의료기관,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연구와 임상, 지역사회가 여전히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노인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제는 연구소와 병원,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한국형 통합 노화연구 플랫폼 구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구강건강은 통합돌봄과 건강수명 연장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해야 하며, 치과 역시 노인의 전신건강을 함께 관리하는 중요한 파트너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센서데이터 기반 AI 구강노쇠 정밀진단 및 개인맞춤 구강운동 플랫폼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TMGI 방문은 AI 기반 구강노쇠 정밀진단을 위한 다중센서 바이오마커와 디지털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재의 연구 방향을 더욱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AI와 디지털 기술은 구강노쇠를 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평가하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과 지역사회 돌봄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TMGI 방문은 단순한 해외 연수가 아니라, 초고령사회에서 구강노쇠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연구소와 병원, 지역사회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통합형 노화연구 생태계가 구축되어 근거기반 연구가 실제 의료와 돌봄 현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구강노쇠 연구 역시 치과 영역을 넘어 건강수명 연장과 통합돌봄을 실현하는 핵심 분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