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깨진 틈을 메우는 아름다움
2026-11-04 김영경 교수(충청대학교 치위생과)
깨진 도자기 조각의 이음새를 금이나 옻으로 메워 넣은 ‘칸츠키’라는 일본의 전통 기법이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도자기의 수리에 쓰였으나, 요즘은 일부러 깨뜨려 자연스러운 조각의 파편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 공예기법을 말한다. 깨진 틈을 메워 다른 아름다운 것을 재창조해 내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더욱이 작품은 일부러 깨뜨려서 만들었어도 파손된 제품을 복원했어도 세상에 한 개도 같은 작품이 없다. 그러므로 그 작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하든 가장 귀한 나의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겪는 실패와 고난도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틈새를 메우고 고난의 극복이라는 무늬를 입혀 ‘칸츠키’ 제품처럼 오롯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인 듯하다. 삶이란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 거”라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무언가를 찾고 도전하고 그 안에서 깨지기도 하고 틈을 만들어 그 틈을 ‘지금’이라는 충실한 재료로 메워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 작품’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직선주로의 도로가 계속되면 속도를 조절하는 브레이크를 밟을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도로 공학자들은 필요에 따라 길을 일부로 곡선으로 주어 건설하는 구간도 있다고 한다. 또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몰고 너무 빨리 달리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해서 달리다가 잠시 쉬어간다고 한다. 탄탄대로의 쉬운 인생길은 어쩌면 어려움을 직면했을 때 견뎌 낼 단단함이 부족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의 시련은 바로 ‘영혼의 쉼’이요, 예술을 만들 ‘틈새’를 만드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그 시련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시련의 ‘틈’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르고 세상의 사람만큼 빛나는 별이 있듯 세상의 사람만큼 ‘칸츠키’도 존재할 것이다.
지금 물질적인 풍요는 단군 이래 최대이고 정보와 소통의 장들은 많아졌다. 그런데 의심은 많아지고, 관용은 옅어졌으며 자신과 다르면 ‘틀린 것’이 되는 고집스러움은 커졌다. 많아진 의심은 자신의 진심에 대한 결과 값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걱정이고, 옅어진 관용은 섣부름이 부른 미련스러움에 대한 비난이 두려울 수도 있음이며, 고집스러움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할 용기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갈수록 정보가 비대화 되어가는 ‘비대면 사회’ 사회에서 ‘대면 사회’의 유전자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일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인생을 알아가고 있는 요즘 나의 시련들은 일에서 오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일은 일의 크고 작고만 기억날 뿐, 인생 작품의 틈새는 오로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였고 사랑하고 믿은 만큼 틈새가 깊고 넓었던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것도 나의 자유의지였고, 신뢰도 내가 한 것이었다. 나는 ‘나의 언어’로 상대방을 해석하고 그럴 것이라고 믿었을 뿐이므로 그 관계의 갈라진 틈은 오로지 나의 몫이므로 그 틈새도 내가 메워 ‘작품’을 만들 일이었다. “세상의 언어는 세상 사람의 수만큼 있다”라는 드라마의 대사를 듣고 깨닫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던가? 그런데 아직도 사람은 각자의 해석을 자신만의 언어로 한다는 걸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줄에 걸려 넘어지는 실수를 반복한다.
어찌해야 할까? 선종하신 김수한 추기경님의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 60년이 걸렸다”라는 말을 깊이 생각해보니 그 해답이 ‘사랑’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것 같다. ‘두 개의 눈’으로 세심하게 보고 ‘두 개의 귀’로 경청하고 ‘하나의 입’은 통찰력을 가지고 신중하게 말하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겠다.
직업인으로의 나를 살펴보면 ‘나는 과연 좋은 치과위생사였을까?’하고 늘 의문을 가지게 된다. 치과위생사로서의 지식은 온전하였는지, 기술을 서투르지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치과위생사로서의 마음가짐은 제대로 갖추고 있었는지 수없이 되물어본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교육을 듣고 보면 아직도 지식은 일천하고 기술은 배울수록 늘어가고 있으며 치과위생사로서의 삶에 나날이 감사하고 있다. 아직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히포크라테스가 그렇게 말했나 보다. “인생은 짧고, 예술(기술, 의학기술)은 길고, 기회는 빨리 지나가고, 경험은 불확실하고, 판단은 어렵다.” 그래서 끊임없이 ‘교육’을 통해 나를 ‘보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