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리톨, 자작나무 그리고 구강 지킴이 요정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이름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자일리톨일 것입니다. 자일리톨 하면 무엇이 연상 되십니까? 껌, 충치 예방, 핀란드 등등 입장 마다 다르겠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대박(?)을 터뜨린 제품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충치 예방이 된다고 하는 맛있는 껌으로 인식되고 있을 것입니다.
치과계 입장에서 보신다면 충치 예방이겠지요. 이 글은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잘 아는 이야기겠지만 혹시 지역사회 구강보건교육이나 환자 대상교육에 도움이 될까하고 충치예방연구회에서 이야기하는 자일리톨과 관련된 주변 이야기를 좀 더 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우리 입안에 있는 충치균 스트렙토코카스 뮤탄스는 당분을 제일 좋아합니다. 당분을 먹고 분해해서 산을 만들어냅니다. 좀 더 쉽게 비유해서 이야기하자면 오줌으로 산(酸)을 누고 똥으로 글루칸을 만들어냅니다. 이 산에 우리 치아의 석회 성분이 녹아 나오는 것이 바로 충치입니다.
그런데 이 충치균이 자일리톨을 만나면 설탕으로 착각하고 좋아라 먹습니다. 그러나 소화를 못 시키고는 토해 내고 다시 설탕으로 착각하고 또 먹습니다.
그리고 토해내고… 이렇게 무익순환(無益循環)을 거듭하다가 에너지를 소비하고 활동성이 약화되는 겁니다. 굶어 죽는다는 말이 맞지요. 또한 자일리톨은 특성상 용해열이 높습니다.
여름에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듯이 녹을 때 생기는 청량감으로 입안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침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침의 분비 촉진은 식후 구강 내의 산도를 중화시키고 치아표면의 재석회화를 촉진하는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일리톨은 충치 예방 효과가 아주 큰 식품입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딱딱한(?) 자일리톨 지식이라면 다음은 어떻습니까?
『핀란드 사람들은 자일리톨을 모른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알파벳 표기 xylitol은 나라마다 발음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잘 아는 타악기인 실로폰(xylophone) 아시지요. 우리는 어려서 크기가 다른 양철 조각 판으로 만든 장난감 수준의 악기와 친숙하지만, 실제로는 나무로 만든 악기입니다.
그래서 목금(木琴)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여러분은 이 xylophone을 어떻게 발음하시나요? 우리는 대개 실로폰이라고 하지만 영어식 발음은 자일리폰[zàilǝóun]입니다. 즉 핀란드 사람들에게 자일리톨이라면 모르지만, 실리톨을 물으면 당장에 환한 표정으로 아주 잘 안다고 답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더 이야기를 하자면 xylophone은 「나무를 뜻하는 결합사인 xylo」와 「음(音)이란 뜻의 phone」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그러면 자일리톨이란 이름도 금방 상상이 가시지요? 그렇습니다. 나무라는 의미 뒤에 당알콜을 뜻하는 것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xylitol입니다. 그래서 한자어로는 목당(木糖)이라고 하지요. 자일리톨은 모든 물과 과일은 물론 인체 내에서도 생성되는 데 경제성으로는 자작나무에서 추출되는 자일리톨이 가장 품질이 좋다고 합니다.
『원래 남한에는 자작나무가 없었고 핀란드에도 지금처럼 자작나무가 많지 않았다』
자작나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징기스칸이 유럽을 정복할 때 이야기입니다. 몽고의 막강한 군사력은 무자비한 살육을 일삼았습니다.
이를 안 베출라 왕자는 생명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몽고군에 앞서 무서운 몽고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알리고 다녔습니다. 미리 소문을 들은 겁먹은 유럽 군사들이 싸우지도 못하고 도망가게 만든 셈이지요.
이 사실을 안 유럽의 왕들은 이 왕자를 잡으러 나섰습니다. 북 쪽으로 북 쪽으로 도망가던 왕자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몸을 명주실로 칭칭 동여매고 구덩이 속에 몸을 던져 죽었습니다. 다음해 봄, 왕자가 죽은 곳에 한 그루 나무가 자랐습니다. 흰 비단을 겹겹이 둘러싼 듯 하얀 껍질을 벗겨내도 또 하얀 껍질이 계속 나오는 그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이 전설에서처럼 자작나무는 추운 북쪽 지방의 깊은 산에 자라는 나무입니다. 남한에 있는 자작나무는 다 심어 가꾼 나무입니다.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에 사는 북부지방 사람들은 자작나무와 삶을 같이 했습니다.
이들은 자작나무 껍질을 덮은 지붕 아래 태어나서 이 나무로 불을 지펴 밥을 해 먹고, 불을 밝히며, 죽어서는 시신을 자작나무 껍질로 싸 장례 지냅니다.
그래서 「보티나무(자작나무의 다른 이름)에 살고 보티나무에 죽는다.」고 합니다. 얼마 전 출간 되었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라는 소설 제목에서도 이러한 정서의 일면이 보여 집니다.
핀란드에는 자작나무가 우리나라 산의 소나무 보다 흔하면서 훨씬 울창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은 핀란드가 제정 러시아의 식민지였을 때 러시아가 정책적으로 강제 조림을 시행한 때문입니다. 자작나무는 러시아 민요에 흔하게 등장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원래 러시아 사람들과 더 친근한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러시아에서 볼세비키 혁명이 일어나 후 핀란드는 독립이 되었고, 식민지 정책에 의해 강제로 심어진 자작나무가 지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우리 시대의 요정-하이디아』
하마드뤼아스(hamadryas)라고 들어 보셨나요?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무의 요정」이에요. 「하마(hama)」는 「함께 한다」는 뜻, 「드루스(drus)」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Tree」의 원조가 바로 이 「drus」인 것이지요. 「하마드뤼아스」는 따라서 「나무와 함께 하는 이」란 뜻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뤼디케가 바로 나무의 요정 하마드뤼아스입니다. 나무의 요정은 말 그대로 나무를 사랑으로 지키는 역할을 하는 수호자인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살아있는 요정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하이디아(Hydia)」라고 부릅니다. 치과위생사라는 「Hygienist」와 우리가 이상 세계라 말하는 「유토피아(Utopia)」의 결합어입니다.
즉 국민 구강 건강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되도록 지켜주는 이들이 「하이디아」이고, 우리는 치과위생사 선생님들을 『국민들 구강 건강을 지켜주는 요정』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과거가 됩니다. 과거는 역사가 되기도 하고 전설로 남기도 합니다. 우리 충치예방연구회는 국민 구강 보건을 위해 애쓰시는 『치과위생사 선생님들을 국민 구강 지킴이 요정』이라 부르며, 그 결과가 역사를 뛰어 넘는 아름다운 전설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늘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