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구강보건사업 현장을 다녀와서…
몇해전 수돗물불소화연구회(변경:공중구강보건연구회)에서 스터디를 하게 되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참여하지 못하여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구강보건사업 현장 방문에 대한 해외 연수가 개최될 예정이라는 소식에 눈에 총기가 생겼다. 지역사회구강보건이라는 과목을 맡고 있다 보니 인근의 보건소와 연계하여 실시하는 사업들과 연찬회, 각종 프로그램 참여 등 구강보건사업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귀가 쫑긋해진다. 외국의 구강보건사업이라고하니 예외는 아니었다. 2000년도 무렵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온 후 아시아권의 구강보건사업 방문은 처음이기에 설레는 마음이 엄동설한의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더욱 시간은 바삐 흘렀다. 시기가 2월초인 만큼 마음속으로는 다녀와서의 개강 준비에 대한 마음의 각오도 이미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가족들에겐 미안한 마음에 기대감으로 설레이는 마음을 태연한척 하느라 한 마리의 고고한 백조가 되어야했다.
「공중구강보건연구회」라는 명칭 변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연구회가 학교 구강보건사업(school dental health)에도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학교 구강보건사업은 뉴질랜드와 호주, 그리고 유럽에서는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에 발달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일찍부터 시행하여 높은 구강건강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두 나라는 오래전부터 불소농도 조정사업도 전 국민에 대해서 실시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였다. 이 자료들은 아쉽게도 수십 년 전의 자료들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1975년경 김종배 교수님께서 한달여동안 현지에 머무르시면서 손수 수집하신 자료라고 하셨다. 수십 년 전의 자료를 아쉬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료를 찾아 직접 떠나보기로 했다. 그리고 김종배 교수님께서도 동행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방문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과정 중 두 나라와의 구강보건에 관한 교류가 없었던 까닭에 구강보건기관과 담당자들과의 섭외가 매우 힘들었다. 한달 반 동안의 노력 끝에 결국 현지와의 섭외는 되었는데 또 하나의 장벽은 항공권이었다. 이 한겨울에 따뜻한 남쪽나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2006년 2월 6일~~~
드디어 우리 일행은 인천 공항에 모일 수 있었다. 약 8시간의 비행 끝에 내린 곳은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싱가포르 차이 국제공항. 세련된 발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현지 가이드 오영주 선생님은 우리 일행 중 한 분과 여고 동창생! 서로가 20년 동안 다른 삶을 살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늘 언제 어디에서도 인간관계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며. 그 순간부터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싱가포르에서의 일정은 오선생님 덕분에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관계로 우리와는 다른 영국식 학제시스템에 대한 부연 설명들을 너무나도 자세하게 잘 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진정한 프로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싱가포르의 크기는 제주도의 2/3 정도이며 동서가 40분, 남북이 20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나라였다. 한국과의 시차는 1시간이 늦으며, 싱가포르의 국어는 영어와 중국어이며, 인구는 약 400만 명이고 싱가포르 인구의 80%가 중국인이다. 한국교민의 수는 약 10,000명 정도이며, 최근 영어교육의 열풍으로 이민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기러기 아빠를 남겨두고 온 가족도 상당수가 된다고 한다.
연수 공식일정 첫날은 싱가포르의 HPB(Health Promotion Board)를 방문하였다. HPB는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 미국의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쯤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싱가포르의 전반적인 구강보건에 관한 조직과 체계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듣고 매우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싱가포르에서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Health Zone과 Health Information Centre였다.
Health Zone은 건강과 관련되어 있는 각 분야를 모두 한곳에 전시해 놓은 곳이다. 우리나라의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이 교통박물관으로 한번씩은 견학을 다녀오듯이 이곳으로 건강견학을 온다고 한다. 구강건강과 관련된 파트가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관심을 끄는데 충분하였다. 대형 치아모형은 관람객이 구강 안으로 직접 들어가 우식상태, 여러 가지 수복상태 등 치아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상태를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표현해 놓았다. 그밖에도 구강건강과 관련된 게임기와 구강보건교육 내용을 담은 영상물이 모니터를 통해 반복적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이러한 방법을 활용한다면 구강건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두세 번 반복적으로 시청하면 자동적으로 반복학습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교육과 홍보에 있어 수요자의 요구도를 충분히 반영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와 닿을 수 있도록 감각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Health Information Centre은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 및 교육매체를 열람과 대여 및 구입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우리는 전공 분야별로 관련서적과 교육매체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과 달리, HIC는 한 장소에서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비교해가며 얻을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장점이었다. 교육매체 개발 및 제작 시에도 타 분야의 것을 참고로 하여 서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싱가포르는 우리에게 알려져 있듯이 학교구강보건사업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SDS(School Dental Service)는 2차대전 직후부터 시작되어 왔다. 2006년 현재 178개의 모든 초등학교와 22개의 중고등학교에 구강보건진료실(School Dental Clinic)이 설치되어 있다. Mobile Dental Clinic도 3개교의 초등학교와 , 27개교의 중고등학교에 설치되어 있고 여기에는 각각 1명 이상의 치아치료사(Dental Therapists)가 상근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치아간호사(Dental Nurse)에서 2000년도에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치과위생사에 해당하지만 개념과 업무 범위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학교에 보건교사는 배치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초등학교 학생의 98-99%와 중고등학교는 86%의 학생이 혜택을 받고 있었다. 중고등학생의 비율이 다소 낮은 이유는 처치 받는 것을 초등학생은 대부분 부모님의 동의를 받지만 중고등학생은 학생 스스로가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Mobile Dental Clinic은 3-4개월마다 학교를 이동하며 자체 감사기관을 두어 업무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다. 차량 외부는 fiber의 재질로 되어있으며 아동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케릭터를 이용하여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내부에는 구강진료장비와 X-ray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든 예방처치, 열구전색, 구강보건교육, 계속구강건강관리사업을 하며, 동시에 우식치아의 조기발견을 하고 침윤마취와 우식유치발거 및 아말감 충전처치 등 18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예방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었다. 이때 비용은 모두 무료이다. 그럼 요즘 대두되고 있는 홈스쿨 학생들처럼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아동은 복지부 Clinic에 내원하여 처치 받을 수 있고 25%만 본인이 부담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화폐가치로 비교해보면 약 6,000원정도가 된다. 12세 아동 우식경험영구치지수(DMFT index)는 0.54로 우리의 1/6 수준이다.
이틀 동안의 싱가포르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말레이시아를 방문하였다. 말레이시아의 공중구강보건사업은 1929년 Kuala Lumpur에 정부구강진료소(government dental clinic)가 생기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실질적으로 학교구강보건사업과 함께 시작되었다. 학교구강보건사업(school dental service)이 정부에 의해서 지난 40년동안 주요하게 취급되어 왔다.
학교구강보건사업은 치아간호사(Dental Nurse)에 의해서 운영되었는데 치의사가 주로 싱가포르에서 양성되었던 관계로, 치아간호사라고 하는 시술보조인력이 1950년부터 피낭치학연수학교(Penang Dental Training school)에서 양성되었고 학교 학동들의 치료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피낭 훈련학교는 그 시설과 교육능력을 확대하여 현재는 연간 140명의 치아간호사를 입학시키고 있다. 1996년부터는 수료증(certificate)을 졸업증(diploma)으로 전환하여 우리나라와는 달리 국가고시는 치르지 않는다. 당시의 교장인 Dato' Dr. Wan Mohamad Nasir Wan Othman은 이를 위해서 교육과정을 졸업증에 적합하도록 바꾸었던 것이다.
1970년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의 구강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동의 우식경험자율은 약 80%였으며, DMFT index는 12세에서 3.4, 16세에서 4.8이었다. 또한 아동의 전체적인 치주 상태도 좋지 않았고, 6-18세 아동의 20%는 벌써 국소의치가 필요한 상태였다.
성인의 상태는 더욱 좋지 않았다. 성인 10명 중 9명은 우식치아를 가지고 있었으며, 평균 DMFT index는 13.2로 치아의 약 반 정도가 우식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70% 이상의 조사대상자가 치주질환 상태였으며, 대상자의 1/4은 어떤 형태로든 국소의치나 총의치를 사용하고 있었고, 다른 55%는 틀니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또 구강연조직질환이나 구강암도 문제였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흡연과 씹는 담배의 위험성을 전혀 무시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은 구강암을 유발시키는 상당히 위험한 인자들이다.
정부는 국가의 구강보건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계속 진료기관((main dental clinic)과 학교 진료소(상설형과 이동형)를 설치하고, 여러 가지 구강보건사업을 전개하였다. 최초의 학교 구강보건진료실(school dental clinic)은 1951년 쿠알라룸푸르의 Batu Road 초등학교 (Batu Road Boy's School) 에 개설되었다. 치아간호사가 정식직원으로 임용되어 이곳에서 구강보건진료를 제공하였다. 지역사회 공중구강보건활동은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 구강암의 1차예방과 조기발견, 학교 치면열구전색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구강보건진료사업은 1차구강보건진료를 보건소에서 수행하며, 전문 구강진료는 의뢰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는 차이가 있었으며, 보건소 역할이 예방위주로 전환되는 것과는 달리 1차 진료를 포함하고 있었다.
학교구강보건진료사업은 치아간호사(치과의사 감독)를 활용하고 있으며, 포괄적인 구강보건진료를 수행과 1년 주기의 계속 학교구강보건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학교 구강보건진료실은 학교공간에 UNIT를 설치하는 방법의 이동 구강보건진료실(MOBILE DENTAL CLINIC)과 우리나라의 이동용 구강보건차량과 같이 이동 구강보건진료팀(MOBILE DENTAL TEAM)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환자를 보건소로 내소시키기보다 찾아가는 방문 의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었다.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은 1957년 조호르바루에서 처음 논의되어서, 1964년부터 조호르(Johor) 주 전체에 사업이 실시되었다. 그리고 이 사업은 1972년 정부의 구강보건정책으로 채택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전국 224개의 모든 정수장에서는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적정 불소농도는 0.7 ppm이었으나 2005년 불소농도가 0.5ppm으로 조정되었다.
2000년 말레이시아의 치의원 수는 1,729개이고, 621명의 치의사가 정부 공무원으로 공공부문에 종사하고 있으며, 1517명의 치아간호사가 공공부문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보다 3배정도 크지만 전체 인구는 2005년 2,700만명이며, 치의사 수는 약 2,700명으로 인구대비 치의사 수는 1:10,000명이다.
말레이시아 보건부 구강보건과는 2006년 2월 현재 사업수행, 사업의 조절과 조정, 사업점검, 사업평가 업무의 구강보건사업팀과 구강진료, 법규, 입법화, 강제규정, 질적 평가에 대한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구강진료위원회로 나뉘어져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구강건강증진과 교육,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 모든 학교아동에 대한 예방처치, 학동들의 구강병 치료를 최우선으로 할 것, 우선집단에 대한 치료를 구강보건사업의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결과 우식경험 영구치 지수(DMFT index)도 세계 권장기준인 2.8과 우리나라의 3.3보다도 낮은 1.6으로 감소되어 다른 개발도상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깨끗한 나라라는 싱가포르와 복종의 이슬람교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에서 비교적 구강건강 잘 관리되고 있었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구학적 측면이나 지역적,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여건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부분에서 정책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구강건강 선진국으로 향한 힘찬 발걸음을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이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되길 희망하고, -건강한 사회의 리더! 치과위생사와 함께- 라는 협회의 슬로건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