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와서 … 〈下〉
다음날 이번 일정 중에 가장 여유 있는 하루로 구성된 날이었다. 아침부터 강의준비를 하고, 자료를 보완한 다음 이곳에서 치과위생사 수련을 받은 무화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외국여행 중 일반 가정을 둘러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은데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 한국 사람들의 감성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비싼 호텔에서 자지 말고 집에 와서 지내라는 권유도 그렇고 남은 음식을 봉지에 담아 주는 마음도 그렇고……. 아쉬운 헤어짐을 뒤로 한 채 공원 한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은 결혼식이 밤에 진행되고 낮에는 공원에서 야외 촬영을 하는 신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느 곳이던지 신부와 들러리의 모습은 유사한 것 같다. 거리에 사람들은 러시아인, 우즈벡인 그리고 고려인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떤 때는 외국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나지 않기도 한다.
드디어 우리의 방문 목적인 강의일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장소에 도착하여 이것저것을 맞추어 보았다. 행사 진행에 앞서 회장님이 소개 되었고, 긴 인사말들에 이어 드디어 발표순서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빔과 자료가 호환되지 않아 동영상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오랜 시간준비를 했는데 말이다. 기계적 말썽에도 불구하고 악조건 속에서도 회장님의 강의는 청중들을 사로잡기 충분했고, 그 관심은 강의 후 여러 사람들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는 권유로 이어 졌다. 한국의 치과위생사 뿐만 아니라 치과위생사 자체를 알지 못하는 이들 치과계에 우리들의 존재는 신선한 충격임이 분명했다. 한 가지 이곳은 영어가 서툴러서 우리가 준비한 영문 자료가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음에 혹시 우즈베키스탄에 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영어 보다는 러시아어로 준비하는 것이 청중들에게 효과적이란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강의후 세미나에 참석한 치과계인사들과 식사를 하고 이어지는 강의를 들은 뒤 잠시 재래시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저녁 이곳 유력인사들과 오페라 하우스 이층에 준비된 한국인이 운영하는 뷔페에서 저녁모임을 가졌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 음식이지만 그곳에서도 치과위생사를 소개하고 향후의 추진 일정 등의 논의에 산적한 음식들도 그림의 떡이었다.
마지막 날 바로스키 간호대학을 방문했다. 아직 치과위생사 교육기관이 없기에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소정의 치위생과 교육을 받는 실정이기에 치위생분야 공부에 주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간호대학을 둘러보게 되었다. 내빈 방문으로 학교는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곳에서도 치위생과 개설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간호대학에 이어 국립치과병원과 개인치과의원을 둘러보았다. 물이 나오지 않는 하이스피드로 와동을 형성하는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이곳은 그랬다. 하지만 지방을 순회 진료한 치과의사선생님께서 전해준이야기로는 지방으로 가면 마취 없이 발치를 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하지만 부유층이 방문한다는 치과는 별세계였다.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빈부의 격차 앞에서 뭐라 할말을 잃었고, 그들의 고통이 내내 아픔으로 전해 왔다.
열방치과를 다시 찾으니 이곳에서 치과위생사 수련을 받고 있는 현지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의 간단한 인사 말씀 후에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 회장님은 이곳 현지의 현지 상황에 대해 병원관계자들과 면담을 하시는 동안 필자는 통역의 도움을 받아 어제의 세미나 내용을 다시 한번 발표를 하고, 구강병 예방을 위한 강의를 하였다.
그리고 그들과의 좌담회가 있었다. 직접 집에서 만들어 온 바나나 케이크와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 그리고 이쁜 전통 모자 등을 선물로 받았다. 우리도 한국에서 준비한 치과위생사 캐릭터가 그려진 에이프런을 그들에게 선물 주었고 우린 서로 행복해 했다. 왜냐 하면 우린 서로에게 선물보다 더 귀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피부색과 얼굴모양은 다른지만 우리 치과위생이란 이란 강한 끈으로 묶여 하나가 되었다.
늘 이별은 있기 마련이다. 헤어짐의 포옹 속에 사랑한다고 전해 주던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다음에는 더 많은 준비를 하여 꼭 다시 한번은 더 가야 할 것 같은 숙제를 남기고 돌아 왔다.
이번 방문에 성과라면 제일 먼저 한국 치과위생사의 활동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치과위생사의 활동이 꼭 필요한 국가이다. 국민들은 치료를 받을 여력이 없고 그들에게 구강병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혹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풀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윤리 강령에도 인종국가를 초월한 사랑을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우리들은 조금 더 나은 진료를 바란다면, 그들은 고통 그 자체가 문제였다.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우리들은 제도적, 교육적 안내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