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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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노인과 바다
  • 박진희 치과위생사(춘천예치과 총괄매니저)
  • 승인 2022.03.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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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저/김욱동 옮김/민음사 출판/2012년 1월 2일 발행/정가 8,00원
이미지=민음사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책 『노인과 바다』는 감정을 절제한 강건체와 사실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서정시 못지않은 다양한 상징과 독특한 전지적 화법을 활용해 작품의 깊이를 더한 헤밍웨이 문학의 결정판이다. 이듬해 헤밍웨이는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1954년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데도 『노인과 바다』가 지대한 기여를 했다. 절제된 문장으로 강렬하게 그려 낸 한 노인의 실존적 투쟁과 불굴의 의지.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을 긍정하고 진정한 연대의 가치를 역설한 수작이다.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한 작품으로, 호사가들은 더 나아가 세계 현대문학계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한다. 1952년 라이프지에 발표되자마자 이틀 만에 5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고 인기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출간 전 세계 독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1952년에 저술한 마지막 작품인 노인과 바다의 성공은 이후 헤밍웨이에게 1953년 퓰리처상을 안겼고, 195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하는데도 영향을 끼쳤다. 문학적으로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군더더기 없는 명료하고 사실주의적 문장을 통한 객관적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시적인 표현이 탁월하다고 평가 받는다.
 
멕시코 만에서 홀로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 샌디아고는 벌써 84일째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소년 마눌린은 평소 샌디아고를 잘 따르며 노인의 일손을 돕곤 했는데, 노인의 운이 다해 살라오가 되었다며 함께 승선을 못하게 하는 부모 때문에 마눌린은 이번에는 다른 배를 타야만 했다. 샌디아고는 이번에는 꼭 큰 물고기를 잡고 싶었기에 홀로 먼 바다까지 나간다. 그의 조각배보다 훨씬 크고 힘센 청새치 한 마리가 낚싯바늘에 걸렸다. 샌디아고는 며칠 밤낮을 두고 청새치와 사투를 벌인다. 결국 바늘을 물고 배를 끌고 다녔던 청새치 녀석은 서서히 힘이 빠지고 노인은 낚싯줄에 긁혀 상처를 입으며 먹을거리마저 다 떨어지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있는 힘을 다해 창살을 던져 청새치를 잡는다. 그러나 큰물고기를 잡았다는 행복도 잠시일 뿐이었다. 뱃전에 밧줄을 묶어 매달아 놓은 청새치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가 산티아고의 배를 습격한다. 그는 칼과 작살 노 끝에 매어놓은 칼로 죽을힘을 다해 상어 떼와 싸웠지만, 역부족. 결국 조각배에 매달려 있던 청새치는 머리와 몸통의 등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숫돌을 가지고 올 것을 그랬지. 가지고 왔어야 할 것도 많군,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나 안 가지고 온 것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 늙은이야. 지금은 없는 것을 생각
할 때가 아니야,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야 할 때야”
 
우리는 더 이상 없는 것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궁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삶을 살지 말아야 하겠다. 노인과 바다는 결과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요즘이지만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이 행로를 항해하다 일이 닥치면 이겨내면 되는 거야”
 
84일 동안 아무런 소득도 없고, 대어를 낚았지만, 상처뿐이었던 노인. 지금 현실이 힘들고 의지할 곳 없는 우리 인생이지만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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