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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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죄가 없다
  • 최상묵 논설위원
  • 승인 2014.06.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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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 묵 논설위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smchor38@hanmail.net

설탕은 지난 수세기동안 구강병의 중심이 되는 주제로 구강건강의 최대의 위협 대상으로 취급되어져 왔었다. 마치 설탕만 없다면 충치 같은 질환은 없어질 것처럼 법석을 떨었던 건 사실이다. 치아우식(Dental Caries)은 곧 설탕이라는 등식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충치 발생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은 입속에 특정한 박테리아(細菌)의 존재나 활동이 있을 때나 그 세균들이 발효하기에 적합한 탄수화물(당분)이 존재할 경우에 충치가 발생할 수 있다. 탄수화물은 충치발생의 간접적인 요인 중에 하나에 불과하며 그 탄수화물에는 설탕(당분)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섭취하고 늘상 먹는 밥, 빵, 감사 등 모두가 탄수화물이다.

그런데 유독 설탕만을 충치 발생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치아우식은 구강 내에서 발효 생산된 산(酸)에 의한 치질(齒質)의 용해작용의 결과이며, 입속에는 다양하고 수많은 종류의 균(菌)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강(입) 자체가 바로 산을 생산할 수 있는 「균의 배양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인들은 걸핏하면 설탕을 나쁜 음식으로 혹은 부적절한 음식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설탕(당분)은 인체의 성장이나 활력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영양소이다. 설탕과 치아의 관련 문제는 생물학적 혹은 의화학적 과정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교육학적 또는 사회학적 관점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치과의료인들(치과위생사 포함)은 막연히 치아와 설탕의 생화학적 관계를 들추면서 사람들에게 설탕을 먹으면 무조건 나쁘다는 지식의 홍보에 열중하는 것은 이제는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음식은 영양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음식은 곧 `삶의 의미'를 뜻하고 영양학적 가치를 넘어선 문화사회학적 해법으로 풀이해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치아와 설탕의 관계도 일상적인 삶의 여러 측면을 고려한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요즈음 시대에는 설탕의 소비는 본능과 욕구에 가까우며 설탕이 함유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문화적 압박이 우리 앞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17세기 1인당 5kg 소비하던 것이 요즈음 시대는 60kg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간과해 버릴 수 없는 숙명적,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소비하는 설탕의 양의 2/3이상을 설탕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아니고 가공식품 속에 「숨겨진 설탕」 형태로 섭취하게 된다. 차나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는다고 설탕을 덜 먹고 있다고 자위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단맛을 피한다고 설탕섭취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설탕의 소비량의 증가에 따라 치아우식 발생의 증가는 필연적이며 「음식 먹는 일」을 하는 동안은 설탕에 의한 충치의 공격은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의 충치예방을 위해서 가능한 설탕을 줄이고 단것의 공급을 줄이려고 하는 부모들의 극성은 당연한 행동이겠지만 설탕을 어린이들로부터 완전히 차단시키는 일은 엄밀히 말해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설탕이 치아에 해롭기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어린이들에게 주입시키는 일은 어린이들의 정서 발육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한갓 충치예방만의 측면에서 어린이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고, 꿈과도 같은 맛있는 과자나 초콜릿은 어린이들로부터 격리시키는 행위는 오히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때문에 포괄적인·의학적 측면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설탕을 배제시키는 설정보다는 「치아에 좋은 음식은 무엇일까」, 「치아가 튼튼해지는 음식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그쪽으로 어린이들을 유도해 나가는 방법으로 선회하는 행동조절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 치아의 건강, 구강질환예방에 저해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설탕' 따위의 지엽적인 것에 연연하지 말고, 보다 넓은 시각의 치아 건강과 구강질환 예방에 대한 생각을 보다 교육적이고 문화적, 사회학적 방법의 구강질환 예방의 방책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설탕은 아무런 죄가 없다. 설탕은 가장 좋은 영양소이며, 식품일 뿐이다.”

결국 이런 음식들은 몸을 튼튼하게 해주는 건강식품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건강해지고, 저항력이 생김으로써 구강세균에 의한 충치 발생을 억제시킬 수 있는 간접적인 충치예방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음식으로부터 태어나 음식물에 의하여 살고, 죽어서도 음식물로 되돌아간다. 이런 모든 음식물은 신체의 문(門)이 되는 구강(口腔)을 통해서 신체로 합입되어 입속에서 음식물의 소화기능 일부를 담당하게 된다. 먹는 일과 치아 관계를 생각한다면 치아의 건강과 치아의 부식은 식생활 유형이나 생활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체의 건강과 치아의 건강을 따로따로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 몸은 모두와 연관된 장기(organ)로 연류되어 있는 연결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치아의 건강은 곧 신체의 건강으로 직결되어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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