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료인이 되기 위해선 선량(善良)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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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료인이 되기 위해선 선량(善良)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 최상묵 논설위원
  • 승인 2014.08.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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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 묵 논설위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smchoi@hanmail.net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계는 옛날에 비해 전체적으로 인기도 떨어지고 존경심마저 받지 못하는 사회적 고립상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고립상태를 의료인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고 있거나, 느끼고 싶어 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설령 고립되고 있는 원인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의료계의 어려움과 고충을 이해 못하는 국민들의 무지 탓으로만 돌리려 할 뿐 불만과 불신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진지한 통찰은 못하고, 또 하지 않고 있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의료계 스스로 높은 자부심을 가지는 것과 반대로 국민들로부터는 거대한 이기집단으로만 비쳐지고 있다는데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의료 문제를 주위에서 언제가 흔하게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이며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불평, 불만들이 다른 분야보다 날카롭게 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수나 운동선수 같은 인기인들은 한꺼번에 수천, 수만명을 대상으로 활동하지만 의사(의료인)은 언제나 자신 앞에 있는 단 한명의 환자(사람, 인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일대일(1:1)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직접 환자를 다루어야 하는 현장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학은 눈부실 만큼 과학적 이론으로 무장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뽐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첨단 과학적 의학이 모든 인류에게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 주었는가? 과학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여 발전해온 현대의학이 실제로 인간의 질병퇴치에 의해서 얻어지는 성취감과 행복지수를 높여주는데 기여한 부분은 미천하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인 것만 추구하는 현대의학의 본질 때문에 의학교육과정에서도 인간미 넘치는 의학의 커리큘럼은 어디에도 없다. 아예 가르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의료인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적 의학지식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의학이 아무리 화가이론으로 단단히 무장을 했다 하더라도 인체(인간)를 다루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애매하고 불확실한 부분이 너무 많이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야 말로 우리 삶의 실체이며 의학 본연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노련한 의사는 의학이 불확성이 너무 많은 분야임을 잘 알고 있는 의사이며 질병에 있어 불확실성은 질병의 일부이다.

확실하지 않은 확신은 오히려 정확한 것이 못 될 수도 있다. 무당 족집게처럼 단번에 진단을 내리고 치료법을 결정하는 의사를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의사로 평가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다. 기다림도 진단의 일부분이고 동료에게 자문을 구하고 묻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 유능하고 실력 있는 의사일수록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깨드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불확실성에 대해 환자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질병의 진단, 치료, 예후에 있어서 100% 확실한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학에서 불확실성은 너무나 보편적 현상이라 한다. 불확실성은 거부하고 지나치게 완벽학 결과만을 찾으면 오진과 과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료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한 줄이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길은 환자의 이야기(story)를 잘듣는 일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우리는 환자의 주소(chief complaint)라 한다. 환자의 주소는 의학용어가 아닌 환자의 언어로 표현한다. 훌륭한 의료는 결국 인간적인 온전함과 환자중심의 치료계획을 세우로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좋은 의료인이 되기 위해서 천재일 필요는 없다. 정확한 판단력과 선량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이상적인 관계의 기본은 균형이다. 기술적인 능력 이상의 것 즉 관계와 균형을 말한다. 의학에 있어서 진정한 인본주의는 과학과 예술의 합리적인 접목을 시도하는 일이다.

「치료에 필요한 기술은 과학이며 치유에 필요한 기술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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