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것인가 (Fight), 도망갈 것인가 (flight)
상태바
싸울 것인가 (Fight), 도망갈 것인가 (flight)
  • 최상묵 논설위원
  • 승인 2014.10.21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 상 묵 논설위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smchoi38@hanmail.net

우리 조상인 선사시대 인간들은 이슬에 젖은 넓은 땅을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낭만적인 인간이 아니라 식량을 얻기 위하여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약탈하고 때로는 서로를 죽이면서까지 무자비하고 원시적인 경쟁을 하면서 진화해 왔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손에 넣어도 결코 만족하거나 편안함을 느낄 수 없었던 조상들의 후손이 우리들이고 보면 지금사회에서 생활수준과 수명이 늘어나고 여유로워져도 항상 불만스럽고 기분 좋게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불만족이라는 DNA를 가지고 태어났다. 우리의 조상들에겐 불만족 상태가 생활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주변 환경에 대해 항상 불행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는 동물이다.

인간의 몸속에 코티솔(Cotisol)이란 호르몬이 항상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암시해준다. 코티솔은 스트레스(Stress)를 유발 시키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개인에게 공포나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에 대한 신체나 마음의 반응을 말한다. 인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싸우거나(fight), 도망가도록(flight) 스스로 준비되어 있다.

“건강하다”는 의미는 질병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이 주어진 환경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를 뜻한다. 인간의 몸은 날씨, 미생물, 화학적 자극물, 오염물질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겪는 심리적 압박에 대하여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생리적 항상성(Homeostasis)에 의존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회적, 심리적, 감정적 측면을 잘 관리하지 못하여 상황에 적절히 반응을 못하게 되면 사회적 스트레스가 발생되어 질병과 건강손상의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는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반드시 나쁜 것만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는 체질을 타고난 사람이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자연 선택의 혜택을 더 많이 받은 조상의 후예일 수도 있으니까….

스트레스는 인간의 삶의 요구를 처리하고 신체를 보호하여 몸과 마음의 각성 상태를 유지해주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성공하거나 소득이 높은 사람의 신체는 더 많은 코티솔이 분배 된다고 한다. 자연선택이 이런 사람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는 부분이다.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들보다 더 잘 살고, 오래 살며 덜 위험한 상태에 있는데도 일어나지 않는 일을 미리 예상하여 그 결과에 대한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높아진 생활수준과 향상된 의술로 더 건강하게 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의 존재 자체의 덧없음을 의식하는 근본적인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항상 우리를 억누르고 있는 경제적 불안, 사회적 혼란, 서두름, 지속적인 소응, 범죄와 살인 같은 무시무시한 기사로 가득한 뉴스를 접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미치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들의 대부분 사람들은 괜찮아 보이며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정신 이상이 되지는 않고 있다. 사람들은 삶의 방식을 바꾸면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질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와 사회요인과의 관련 질병들에 관한 연구는 지난 50년 동안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관계의 본질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영원히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는 특정 사회 경험에 노출되는 각 개인이 나타내는 극히 주관적인 반응임에 분명할진대 인생과 인생의 도전에 맞서는 능력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개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극복 상황이다. 이 균형과 조화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과, 자기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 자기 주변에 있는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의 자아(自我)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조화와 균형을 뜻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잠깐 동안의 조용한 명상을 하고 잠시 쉬면서 깊은 심호흡을 자주하고 낙천적인 생활 태도를 가지면서 느리게 사는 방법을 찾는 일만이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