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독 내려 앉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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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독 내려 앉힐 때
  • 유성원 목사
  • 승인 2009.11.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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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1. 열정따로 결과따로

내심 열심히 했다. 다대한 노력은 아니었지만 마음씀이 컸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을 찾기 위한 과정은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종강을 맞아 더불어 나눈 찰밥과 여러 음식들에서 함께 공부한 이들의 마음씀을 보듬게 된다. `어디 지적인 탐구와 결과만이 전부랴. 어렵고 모르겠다'고 여길 수 있었던 노력을 또한 껴안는다.

2. 사랑이란 무엇인가

슈만과 클라라,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키르케고르와 레기네 올센, 쇼팽과 조르주 상드, 김정훈과 J …  열거하면 끝이 없을 사랑의 관계망은 사랑이란 결국 이음토씨임을 증명하면서 종국을 고한다. 󰡒그랬다󰡓로 남을 오늘의 열정, 객관화를 거부하는 사랑의 실체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결국에 있다. 비가 유난하다. 겨울철 봄비를 맞는 기분이다. 이제는 서사적인 삶을 살고 싶다.

3. 김장김치와 고부댁 생신

"6남매 다 키우고 늙어 서러운데 아이구 이제 죽나보네󰡓 하셨단다. 연 한 주를 고되게 앓고 나서 오늘 품앗이 김장을 기백포기 담그고 예닐곱 포기를 건네셨다. "참 다네 달아. 그때 배추밭에서 뽑은 거래요?󰡓 연신 손가락으로 찢어가며 먹는 내 모습 보시더니 그제서야 웃으신다. 하긴 앓는 와중에 몇 번 전화만 달랑 걸고 마니 못내 아쉬움이 크셨을거다. 그러시더니만 은근히 내일이 실은 생일이라고 하신다. 할머니도 여자다. 고부댁에게서 그리 김장김치 선물받고 모촌댁에게서도 떡과 김장김치를 선물받았다. 설겆이 마치고 냉장고를 정리해가며 포기나눠 그릇에 담아 쟁이고 나니 한 가득 김치로만 꽉 찼다. 내일은 조그만 김장독 두 개를 땅 아래로 들인다. 오늘 밤은 김치로 만들 숱한 음식 종류가 밥상 위를 스친다.

4. 그리고…

앞 타이어 두 개 교체, 면사무소에서 주민세 등 한 해치 각양의 공과금과 자동차세 정리, 종일 보일러와 씨름하다 드디어 가동, 현대모터스 문의, 간만에 따스하게 뎁혀진 방에서 낮잠. 장00 목사님과 김00와 통화. 그리고,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

5. 연말이면 떠오르는 사람들

연하장이라도 올려야 할 터에 마음을 바깥으로 선뜻 꺼내기 어렵다. 감사할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시는 당연하다. 아련한 사람들에게 건네지는 미소도 자연스럽다. 그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정성 가득한 보답은 무엇인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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