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면허 의료행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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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면허 의료행위자인가?
  • 류은하 법제이사
  • 승인 2009.10.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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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대법원에서 치과위생사가 치아보철물을 환자의 치아에 임시 접착한 행위는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와 한계를 규정한 의료기사등에 관한 시행령 제2조 제1항6호 조항의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에 해당하지 않음이 문헌상 명백하여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우리의 정당한 업무 행위는 과연 어떤 것일까?

얼마전부터 가슴 아프게 질문하고 질문하는 것이 `나는 얼마나 치과위생사업무에 대해 알고 있는가?'이다. 최근에 치과 신문들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치과위생사들의 면허정지에 관계되는 내용이 보일 때면 더욱 조바심이 난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종합병원 임상에서 13년째 근무 중이다. 임상 초기 나보다 내 직장에 대해 더 잘 아는 실습생들에게 지기 싫어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나태해져 가는 나를 채찍질하며 내 삶의 목표인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대학원 및 각종 세미나, 전문가 과정들을 듣고 익히며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했다. 치과의사선생님들과 함께 진료를 하며 내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한다는 생각은 한 적도, 그런 생각이 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항상 선생님이 order 하신 부분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대부분 불법이었다. 내가 뜬 진단용 인상이, 내가 찍었던 cepalo가, 내가 본 뜬 정밀인상이 교합이, 교정진료가, 스켈링 하기 전에 하는 검진까지. 만약 환자가 민원을 넣으면 면허정지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 나는 추호도 의료법, 의료기사법을 위반해서 업무를 수행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업무는 무얼까?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보면 치석제거, 불소도포 기타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고 구내진단용방사선촬영업무를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치석제거와 불소도포, 예방과 위생업무만 해야 하고 panorama와 pari만 찍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가?

합법적인 업무만 하겠다고 원장 선생님들에게 얘기한다면 나는 병원을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없을까? 치과계 대표적 취업싸이트 덴탈잡에서도 스켈링이 가능한 치과조무사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나가고 치과전문조무사가 양성이 되는 마당에 악법으로 발목 묶인 우리 4만 치과위생사들이 설 자리는 도대체 어디인가?

이런 불합리한 법령을 개정하기 위해 우리협회는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의 문제점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정책 관계자로부터 법률적 모순의 개선을 위한 TF팀 구성의 약속도 얻어 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얼마나 어려움에 처해있는지 회원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하고 현실에 만족한다면 협회가 과연 4만 치과위생사를 대표하여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심각하게 고민한다. 나는 무면허 의료행위자인가?

우리 모두 안심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 불합리한 법령들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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