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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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기억
  • 유성원 목사
  • 승인 2009.08.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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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고등학교 2학년, 주민등록증이 나온 그날, 아버지는 조용히 나를 불러 앉히시곤 말씀하셨다.

"성원아, 주민등록증 좀 보자. 그래 주민등록증이 나왔는데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건지 생각해 봤냐? 너도 이제 어른이라는 얘기다. 아직은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지만 어른으로서 성인으로 살아가야 할 대학시절부터는 네 인생을 네가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거다. 알았지?"

우리집 농 위에는 싸리회초리가 한다발쯤 놓여 있었다. 삼형제의 교육 용도 회초리였다. 그런데 그 회초리에 맞아본 기억이 없다. 다만 아버지의 굵은 팔뚝이 농 위를 향하는 순간만 머릿속 영상으로 남아 있다. 신체 접촉 이상의 교육인 마음의 아픈 매를 그리 맞아본 것이다. 아버지는 물리적 교육과 심리적 교육 이상의 교육을 그리 시키신 것이었다.

얼마 전 고향집에 다녀왔다. 이처럼 견실한 분을 만나긴 어렵다.

이른바 `진국'인 공업사 운영하시는 안수집사님께 차를 맡겨 손보기 위해서였다.

차를 맡기러 가는 길. 내 손바닥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여느 해보다 주름이 덧입혀진 것에서 내게 묻은 세월을 느끼게 됐다.

옆에 앉았던 아버지의 손을 보았다. 굳이 손바닥을 볼 필요가 없었다. 세월은 늘 눈물샘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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