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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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 유성원 목사
  • 승인 2010.07.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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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벌써 반 년이 흘렀다. 거둘 것과 놓을 것과 거듭할 것들을 솎아본다. 나라는 잣대가 오늘을 휘저어 지난 일과 내일 일을 판단하거나 손익계산하지 않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신의 저울에 올려보고 싶다. 다메섹. 바울은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그리스도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대화가 아니어도 좋다. 그 분의 음성을 듣고 싶다. 그러나 아무런 음성을 듣지 못한다. 아직 저울에 올라서지 못한 것일까. 몸이 무겁다. 한 여름 열기는 곧 사라지고 떨어지는 낙엽을 이내 보게 될 거다. 실록에서 낙엽을 보는 건 무슨 이유에서인가. 시간은 여름이고 인생은 겨울을 향한다. 언제나 삶은 그 사이다. 낙엽. 운치 있다. 어디서 그런 멋을 얻었을까. 아래로 떨어지나 초탈한 듯한 그 몸놀림. 낙엽을 보면 바람 기운이 눈에 보인다. 낙엽은 가볍다. 나는 무겁다. 당신은 어떤가?

오랜만에 두 명의 후배를 만났다. 만났다기보다는 지나는 길에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았다. 한 명은 나이가 많은 후배고, 한 명은 나이가 어린 후배다. 종종 걸음으로 달려오는 나이 어린 후배는 벌써 목사님이다. 어느 교회 교육목사님이시라는데 목회임상과정 중에 있다고 한다. 한 주에 한 번 학교 들르는 것이 유일한 쉼과 낙이라는데, 어떤 이는 그렇고 어떤 이는 그렇지 않다. 나이가 많은 후배 또한 시골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이다. 무슨 사고였는지 한 눈이 실명한 그 이는, 투사와 같은 열정으로 하나님의 정의를 무슨 기운처럼 뿜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랜만에 만나도 변한 것은 없었다. 자리(position)가 사람됨(identity)과 동일시 되는 오늘이지만 결국 받은 것 없이 와서 준 것 없이 가는 게 사람이다. 사람은 그저 늙어가고, 만남과 헤어짐의 관계에서 다만 무수한 접촉점을 얻고 잃을 뿐이다.

두 마디 말이 인상에 남는다. 하나는 예의 건네는 인삿말이었다. "잘 지내시죠?" 그 인삿말에서 '잘'이란 말이 왜 그리 어색하게 걸렸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지내시죠?"라고 하면 더 어색한가? 삶은, 잘 살고 못사는 것의 경계가 없다. 그냥 지내는 게 삶. 그냥 살아가는 것. 또 하나는 "건강해 보인다"는 말. 낙엽도 그러더니 말 또한 내 불필요한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무겁다. 오는 길에 잡초 인상의 난을 사 들었다. 구천원. 1년에 한 번 꽃대를 올리운다는데 그 시기가 언제인지 물으려다 그만 두었다. 기다림에는 때의 기약이 없다. 삶은 예매표가 없다. 숱한 기다림의 여정. 당신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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