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구강검진' 바쁘면 용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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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구강검진' 바쁘면 용납?
  • 오혜영 공보위원
  • 승인 2007.12.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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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모 치과 간호조무사가 구강검진을 했다는 이유로 복지부는 그 치과 원장 C씨에게 치과의사면허자격을 45일간 정지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C원장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가 당시 부재중이어서 간호조무사의 위반행위를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평소 교육, 지침 등을 통해 방지하지 못했다면 감독상 과실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A씨가 단지 3명의 학생을 상대로 구강의 위생상태를 확인했을 뿐인데다 원고가 종전에 의료법 위반행위를 한 적이 없었던 점 등이 인정 된다"며 "원고에 대한 면허자격정지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돼 재량권 남용에 해당 한다"며 면허정지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이번 뿐 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5월에도 전남 순천에서 치과위생사가 아닌 일반 여직원이 환자를 의료용 의자에 앉게 하고 구강 거울과 핀셋을 사용해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구강 흡입기로 환자의 입에 고인 침과 피를 제거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이 치과의사를 7일간 면허자격정지를 내렸으나 이에 불복한 원장이 소송한 결과, 복지부의 편에 선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에서는 여직원의 행위가 특별히 의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고 치과 간호 인력이 부족해 일시적으로 도운 것이라며 환자에 대한 신뢰 하락, 면허 취소 우려 등을 감안하여 면허정지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정작 국가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아 면허를 소유한 치과전문인력인 치과위생사의 경우에도 구강검진은 고사하고 구강검사라는 행위조차 위법한 것으로 업무를 제한하고 있는 현 제도 하에서, 치과 분야의 지식은 물론 일정 범위 내의 진료업무에 대해 수행능력까지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법규상 나열된 문구에 업무범위를 적용함에 가차가 없어 행정처분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반해, 단지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환자가 재촉한다 해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비치과인력의 구강검진 행위에 대해서만은 지나친 융통성을 발휘하는 너그러움을 보여주는 이 같은 판례를 상식적으로 어떻게 납득해야 할 지 난감할 따름이다.

우리가 흔히 찾는 일반내과에서의 상황으로 한번 바꾸어 생각해 보자. 의사는 한명이고 환자가 많이 밀려있는 상황에 간호보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하여 환자의 청진이나 문진 또는 상담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긴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치과진료에 있어서 구강검진과 치료과정에 대한 설명은 내과에서의 청진이나 문진, 상담과도 같은 과정이다. 이를 통해 중대한 구강질환을 발견할 수도 있고 치료과정에 대한 설명에 따라 환자가 치료에 대한 선택을 달리할 수도 있다. 이렇듯 중요한 과정을 비전문인에게 맡겨 중대한 구강질환을 간과하게 되었을 때 발생하게 되는 문제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순간의 현장상황에 따라 원칙을 대수롭지 않게 무너뜨리는 것이 법이라면 우리는 조만간 비전공 보조인력의 손에 수술용 메스를 쥐어주게 될 지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요즘 치과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때이다. 당장 코앞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일들을 사소하게 여기는 태도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극한 상황일수록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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