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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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메모
  • 유성원 목사
  • 승인 2008.03.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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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겨울은 비롯함을 알립니다. 꽃봉오리에서 환한 꽃의 미소를 예감합니다.

이렇듯, 끝은 시작을 예고합니다. 계절은 사람됨의 길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 계절이 다른 계절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잇대인 바를 계절의 변화로 인하여 쉽게 자각할 수 있습니다. 당장엔 춥고 서럽지만 이윽고 따스함과 평온함이 주어질 것입니다. 계절로 인하여 우리는 시작에 달뜨지 않고 끝에 풀죽지 아니하는, 주됨과 목적됨의 관계망을 이윽고 서술의 지평에서 살아낼 수 있습니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겨울을 거쳐냈기 때문입니다. 봄과 겨울의 겹침이 없었다면 계절의 감흥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동전도 양면입니다. 그림자도 빛과 더불어 있습니다. 행복, 기쁨, 감사, 희망 따위를 풍성하게 경험하는 방법은 그들과 켤레로 놓인 불행, 슬픔, 화냄, 절망 등속의 반대와 마주치는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유일하게 솟습니다. 사람됨의 길, 서술의 지평에서 사는 삶이란 그러한 용기를 갖는 삶입니다. 하나만 알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 자리 잡은 인간 삶과 감정의 상태입니다.

평면의 세상 혹은 사막인 세상이란 실은 없습니다. 삶의 다양성과 다층의 요소는 살아감을 북돋우는 필연의 요소입니다.

반대의 일치를 아는 사람은 평등한 세상을 막연히 꿈꾸지 않고 포화의 세상을 바꿔야 한다면서 열변을 토하지 않습니다. 깊은 슬픔과 조응하는 순간에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그러한 눈물의 의미를 되새길 줄 아는 사람은 기쁨과 행복과 감사가 놓인 자리를 아는 사람임에 분명합니다.

삶은 매순간 변화합니다. 보이는 삶과 그것을 보는 삶 모두가 변화합니다.

느리든지 빠르든지 변화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변화하는 삶은 내버려두어야 할 막연한 흐름은 아닙니다. 엮여 있는 삶과 죽음, 얽혀있는 탄생과 늙어감은 변화의 흐름을 망연자실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지는 않게 합니다.

만약 우리 삶 가운데 멈춰 섰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변화의 흐름을 포착할 때이며, 멈춰 선 자신에게서 용기를 발견할 때입니다. `~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에 자신을 세워둘 것이 아니라 서술의 지평에 스스로를 내어맡길 때입니다.

희망은 호흡이 짧지만 용기는 호흡이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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