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현안 해결, 이제는 한 목소리를 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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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현안 해결, 이제는 한 목소리를 낼 때”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05.0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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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분야 건강보험 확대, 치과위생사 의료인화 필요성 강조

 

양정강 원로는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 후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앙상근심사위원을 거쳐 현재 강남 사람사랑치과병원장을 맡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의 사람사랑치과에서 마주 앉은 양정강 원로는 젊었다. 올해 77세를 맞는 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치과계가 나아갈 길을 얘기했다. 양 원로는 아세아태평앙치과연맹 부회장과 재무이사,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과 국제이사, 대한치과보험학회장, 대한소아치과학회장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치과계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 그간 치과인으로서 많은 역할을 맡았는데 최근의 근황과 소회는.

치과의사 치고는 다양한 경험을 한 거 같다. 연세대 치과대학 부교수직을 거쳐 초대 소아치과 과장을 맡았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에서 소아치과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점을 높게 평가받아 치협 국제이사를 3번 연임했다. 또 아-태치과연맹 임원을 맡았고 공로(명예)회원이 됐다. 나이에 비해 일찍 다양한 활동을 하고, 50대 말까지 치과의사를 천직으로 알고 즐겁게 일했다. 그러다 갑자기 우울증이 생겼다. 더 이상 진료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심평원에서 일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중앙상근심사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달아났다. 그리고 65세 정년퇴직 후 3년간 백수생활을 하다가 사람사랑치과병원장을 맡게 됐다. 진료는 더 이상 하지 않지만 나를 통해 치과를 찾는 환자를 보고 있다. 나이가 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이 멀어졌다. 대신 참여하고 있는 모임이 20개가 넘는다. 요즘은 마음에 드는 강의를 듣기 위해 열심이다. 최근에는 직업윤리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분야 전문가 강의에 참가해 듣고 있다.

 

- 치과계의 현실, 어떻게 진단하는가.

치과가 의과와 한의과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치의학에만 국한된 현상에서 비롯된다. 치과가 생명과는 연관이 없는 분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 경제가 위축될수록 사람들 상당수가 치과를 찾지 않는다. 치과인력 과잉 공급은 더 큰 문제다. 치과대학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다행히 최근 치과질환과 전신질환 간 연관성 속에서 치의학의 가치가 드러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노년치의학 분야도 더욱 발전하고 있다. 최근 치과의사협회가 내리막길을 걷기도 했지만 회장 직선제 도입이 통과됐으며 자신을 희생하며 치과계 발전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이상 나빠질 순 없을 거라고 본다.

 

- 지난 2009년 대한치과보험학회를 창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취지와 배경은 무엇인가?

나를 포함해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 30명이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여러 직종이 한 데 모여 있어보니, 치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홀대 받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보건의료계에서 치과계 위상이 많이 초라하고, ‘무관심의 대상’이라는 점이 많이 속상했다. 내성적인 성격인 나이지만 점점 얼굴이 두꺼워졌다. 같은 목소리를 내더라도 협회가 내면 ‘이권단체’라는 수식어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설득력도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정년퇴직과 동시에 후배 치과의사들과 함께 학회 창립과 학회 활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지난해 4월 치과의사협회 인준 학회가 되었다.

 

- 최근 몇 년 새 치과계에서는 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현재 치과보험 현황과 방향성을 제시하자면.

스케일링, 실란트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예방치료가 있지만, 좀 더 확대해야 한다. 자연치아를 잃고 나서 틀니와 임플란트로 구강건강을 도모하는 게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인지 반문하고 싶다. 노인 틀니·임플란트에 투입되는 건강보험료를 예방 분야에 투입하면 5천만 국민이 비용 대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고혈압교육, 당뇨교육 등과 함께 ‘치태조절교육’이 비급여 항목에 포함됐다. 비급여 항목이긴 하지만 당시 치과 분야 교육업무가 건강보험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다만 평생 1회에 한해서만 비급여 청구가 가능하도록 적용되어 있어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한 번의 교육으로 완벽하게 교육될 것 같았으면 교육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제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치태조절교육’은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 양질의 치과보험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독립해야 한다. 약사, 한의사, 의사와 한 틀에서는 어렵다. 노무현 정권 막바지에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와 토론회를 가졌는데 치과보험급여액이 너무 적어 치과 치료는 목돈이 든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국민 1인당 건강보험료 인상을 조건으로 치과보험급여 확대를 주문했다. 당시 운동권·시민단체에서도 반대 없이 공감을 이끌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 치과계의 발전과 함께 치위생계 규모는 나날이 커가고 있다. 치과위생사 인력 활용 증대 방안을 제시하자면.

전국 82개 대학(교)에서 나름대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치과위생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전문가로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결혼과 출산 등으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치과의사는 전문 인력을 낭비하지 말고 십분 활용해야 한다. 치과위생사에게 난이도가 높지 않은 업무를 많이 넘겨줘야 한다. 직원이 신바람 나야 환자에게도 좋은 기운이 전달된다. 치과도 마찬가지다. 치과위생사의 위상이 올라가면 결국 치과의사와 치과계 위상이 올라간다. 적어도 치과 영역에서 간호사보다 높은 위상을 차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치과위생사가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에 포함되는 게 맞다.

 

- 치과위생사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치과위생사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매우 낮다. 그만큼 위상이 낮다고도 볼 수 있다. 환자들도 스케일링, 임프레션을 하는 사람이 치과위생사인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이 그 업무를 했다고 문제를 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치과위생사를 모르기 때문이다. (치과위생사를 알리는 데) 협조를 하지 못한 치과의사에게도 책임이 있다. 치과위생사 직업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오래 전부터 치과조무사 제도가 도입돼 업무분장이 잘 이루어져 있어 치과위생사가 예방치과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진료실 체어 한 대는 치과위생사 몫으로, 치과위생사가 직접 환자 예약과 진료를 전담한다. 우리나라는 구조적 제도적으로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 치과위생사협회 차원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치과위생사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협회의 기본이고 바탕이 되는 회원들의 참여가 없는 상태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치과위생사 스스로 자생력을 갖춰야 치과의사와 국민도 정책 추진 방향을 공감하고 이해할 것이다. ‘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의료법 개정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적극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문경숙 집행부에 희망을 걸고 있다. 회원들의 긍정적인 사고를 키워야 한다. 세상사라는 것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이뤄지게 돼 있다.

 

- 한국의 치위생계, 나아가 치과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현실적인 조언도 부탁한다.

치과계의 목소리가 세상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치과업체 등 모든 구성원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그 효과를 얻기 힘들다. 입법 활동을 하는 의원들에게 한 표의 가치는 매우 크다. 따라서 어느 분야든 한 목소리를 내면 큰 힘으로 작용한다. 지금의 치과계는 이슈가 생겨서 충돌하면 쉽게 등을 돌리곤 한다. 하지만 치과계가 국민들에게 기여하기 위해서는 다투기보다 조율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일수록 치과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치과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치협이 앞장서야 한다.

 

- 치과계 대선배의 입장에서 젊은 치과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정욱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나라든 의사는 세 끼 밥은 먹는다. 지금이라도 돈에 연연해 의사가 된 사람이 있다면 그냥 장사를 하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돈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일에서 보람과 가치를 느껴야 한다. 성실하게 일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쌓이게 된다. 성급하게 결과에 욕심내지 않고 과정에 주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치과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억울하지만 참아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피하지 말고 부딪혀야 할 때도 있다. 분명한 것은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면 기회와 대접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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