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만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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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만 있는
  • 유성원 목사
  • 승인 2008.12.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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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특정한 인물과 대상에 대한 순수심정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사랑 자체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이음토씨로서만 생생하고, 그와 같은 관계 하에서 발생한 사랑은, 누구나 지고지순을 소원한다는 이유에서 순수심정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시로 뒤바꿈하고 탈바꿈하는 단지 관심항목일 뿐일 것입니다. 순수심정의 타락입니다.

소원하는 이유뿐 아니라 찾아온 것이기에 사랑은 순수심정으로 발생합니다. 의도된, 의도되지 않은, 혹은 의도하지 않은 채로 사랑은 대상〈에 대한〉과 대상〈과 함께〉를 오갑니다.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옆 테이블에 앉았던 두 노년을 향하는 중년 후반 사내들의 오가는 이야기가 마치 내게 들으라고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아니,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말의 살은 종교였고, 말의 뼈는 예수였습니다. 얽힌 얘기 풀어헤쳐 대강 조합하여 보니 이런 얘깁니다. 성만찬을 인간이 받는 것은 예수를 내 안에 받아들여 모신다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 오신 예수께 전존재를 드린다, 는 것.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긴 했나 봅니다. 인간은 헤어지는 순간에만 사랑이 이미 왔었음을 깨닫습니다. 타 없어진 나무 곁에 서고서야 그 나무가 넉넉한 그늘 쉼터였음을 압니다. 우연한 만남과 필연의 헤어짐을 통하여 비로소 사랑은 인식되고 인식되는 꼭 그만큼 사랑은 소멸합니다.

예수 믿기 힘든 건 그 사랑이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며, 예수 믿는 게 은총인 건 그 사랑엔 헤어짐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 영원이 깃들여있고, 그 사이에서 오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 영원 안에서 영원을 붙잡으려고 합니다. 속마음이 순수할수록 사랑은 내가 너와 함께 있다면서 자신을 드러냅니다. 굳이 잡으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찾아왔고, 성탄의 시간을 품었던 올 한 해도 어김없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올해와 내년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성일 것이고,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과 순환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위한 삶인가를 또 한 번 돌아보고 내다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순수심정의 사랑엔 헤어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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