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료인 명찰 의무화는 ‘빼박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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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료인 명찰 의무화는 ‘빼박캔트’
  • 이종윤 기자
  • 승인 2017.03.08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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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박캔트」 - 어떤 일을 빼도 박도 못한다(can not)는 뜻의 신조어 

 

올해 3월 1일부터 시행된 ‘의료인 명찰 의무화’가 일부 의료기관의 반발과 명찰 제작 준비를 이유로 1개월간 준비기간을 가지게 됐다.

의료법 시행령 제2조의2 2항에 따르면 명찰의 표시 내용, 표시 방법, 제작 방법 및 명찰의 규격·색상 등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향후 행정예고를 통해 명찰에 관한 세부적 내용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치과계 일각에서는 의료인 명찰 의무화가 의료기관을 위축시키는 악법이라며 법안 전면 중지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가 치과 의료인들의 사기 저하와 직역 간 업무영역 분쟁을 부추긴다며 특정 직군을 배려하지 못한 졸속 법안이라고 치부한다. 또한 진료지원인력난을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받는 의술이 어떤 사람에게 받는 의술행위인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으며, 의료인도 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 

치과계에서 늘 대두되는 이슈가 치과위생사 구인난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한치과의사협회 차기 회장 후보들의 공통 공약도 치과 간호조무사 인력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치과위생사와 타 직역 간 업무범위 협의 없이 갈등을 부추긴 꼴이 돼 치과위생사들의 근무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고된 업무 강도에 비해 불안정한 처우로 일하는 치과위생사들이 많다. 특히 이들은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적 자긍심을 갖기가 어렵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도 치과위생사의 장기근속을 위한 이유로 연봉수준보다 직군의 전문성 강화와 복지수준 향상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조사한 ‘2016년 치과위생사 현황’에 따르면 현재 임상 치과위생사만 3만4,000여 명이다. 또 전국 82개 대학에서 학업을 마친 후 매년 5,000여 명 이상의 치과위생사가 배출되고 있다. 적지 않은 숫자다. 

현재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은 자신의 직업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 알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일을 하는 직업으로 인식되길 원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치과 진료지원 인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치과위생사들의 직업 자긍심을 드높이는 복안이 의료인의 명찰 착용일 수 있다. 단순한 명찰이지만, 자신의 직업과 이름을 내세우고 일하는 것은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책임감의 무게부터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료인 명찰 의무화는 이미 의료법 시행령에 명시된 법률이며, 지난달 21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사항이다. 

일부 의료인들은 명찰 착용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70~100만원의 과태료를 무는 걱정보다 국민건강을 위한 알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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