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서 발로 가는 여행
상태바
머리에서 발로 가는 여행
  • 황윤숙 논설위원(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 승인 2017.06.19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윤숙 논술위원.

치학계의 어느 학자는 그의 저서 머리말에 “예방치학자들은 지금까지 개발된 예방치학지식을 적절히 실용한다면 중대구강상병을 거의 다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문은 학자나 대학을 위해 존재하는 지식체계가 아니고, 학문을 실용하는 전문직업인을 위하여 존재하는 체계적 지식도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현대에 치의학은 끊임없이 개발되고 발전되지만 구강병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이론이나 방법들은 이미 연구되었고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현장에서 실천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은 해보아야 한다.

2017년 6월은 72번째 맞이하는 구강보건의 날이 구강보건법에 명시된 후 두 번째 맞이하는 달이다. 지난해의 경우 법 제정 후 첫 번째 6월 9일까지는 시간과 예산 책정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핑계가 있어 그 동안 해 왔던 방식으로 진행하였기에 올해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각 지역사회 보건기관, 구강분야 단체들의 구강보건의 날 기념사업은 법 제정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구강보건의 날이 70여 년만에 법에 명시된 것은 과거와 같이 지역 여건이나 상황에 따라 기념사업이나 활동 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 년에 한 번은 모두 함께 구강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해보자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또 행사의 방법도 기념식, 가두 캠페인의 천편일률적이고 전문가 위주인 데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함께 참여하고 실천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국민 구강보건을 위한 여러 활동을 과거에는 계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다가 교육이라고 표현했고, 현재는 교육과 홍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는 행사의 성격이나 목적이 단지 가르치고 일깨우는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려 스스로 실천하도록 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천은 참 어려운 숙제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치과위생사들을 중심으로 구강건강 실천 활동을 우선 전문가들부터 해보자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엄마 치과위생사들이 어린이날, 구강보건의 날에 자녀들이 소속해 있는 유아교육기관, 초등학교 등을 방문하여 구강건강교육을 하거나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할로윈데이 등 구강병을 유발하는 기념일(?)에 위해성을 알리는 활동들을 임상 현장에서 전개하고 있다. 또한 이번 구강보건의 날에는 자녀들과 함께 구강보건의 날을 알리는 작은 스티커를 만들어 자일리톨에 부착해 자녀의 친구들에게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들과 활동을 SNS로 공유하고, 치과의원의 팀들이 주민구강보건교육을 기획하고 실천했다. 또한 구강보건의 날 치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구강보건의 중요성을 홍보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대형 행사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곳곳에서 전문가들이 직접 실천하고 좀 더 그 교육의 접점을 넓히는 활동이 되고 있다.

어떤 일의 성공적 효과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해주겠지, 국가가 어떤 정책을 제안하겠지 하기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환경과 역량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있다. 주민들과 최일선에서 접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역의 보건기관, 그리고 각 협회나 정부가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하고 그 노력들이 많은 국민들에게 ‘휙’ 지나가는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라 기억에 남고 구강건강을 실천하게 하는 경험이 되는 그런 시간이길 바란다.

故 신용복님의 ‘처음처럼’이란 책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머리의 지식을 실천의 발로 하는 여행으로 만들 때 많은 국민들이 구강건강을 위해 동행해주지 않을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