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파행, 그 어긋난 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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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파행, 그 어긋난 순간 속에서
  • 문혁 기자
  • 승인 2018.02.26 14:48
  • 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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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 대선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민주당 엘 고어 후보의 득표수가 약 54 만 표가 앞섰음에도,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가 각 주별 선거인단 수와 승자독식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선거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각 주의 자치권을 최대한 인정하고 뜻을 따르는 독특한 방식이다.

이번 대한치과위생사협회(회장 문경숙, 이하 치위협)의 정기총회는 시작 전부터 긴장어린 공기가 감지됐다. 중앙회는 서울시회장선거를 전면 불인정하며 이번 정기총회에서 서울시회 대의원 명단을 제외시켰다. 서울시회 대의원명단이 공정하게 선정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서울시회는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항변했고, 선관위는 중재안으로 서울시회 대의원을 임의표출방식으로 다시 뽑았으나 치위협 정관에는 관련사항이 없어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할지 미지수인 미묘한 상황이었다. 긴장감은 서울시회 회원들이 총회 장소에 묵언의 시위를 펼치며 더욱 팽팽해졌다.

8만 회원 중 1만 여명을 차지하는 서울시회 대의원이 없는 상황. 기자는 이 중대한 사안을 어떤 논의과정을 통해 현명한 해법을 모색할지 다소의 우려와 한편의 기대감을 갖고 취재에 나섰다.

긴장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총회시작과 함께 정은심 대구경북회장이 서울시회 대의원 미참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과연 서울시회 대의원 참여 없는 총회가 가능한가? 이목이 집중됐다.

정순희 대의원 의장(이하 정 의장)은 집행부와 서울시회, 선관위원장에게 각각의 입장을 듣고 정리했다. 예상대로 중앙회는 서울시회 대의원의 구성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서울시회는 선거가 문제없이 진행했음을 주장했다. 선관위는 중재안으로 서울시회 명단을 새로 구성했으나 중앙회에서 무시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정 의장은 “서로의 입장의 옳고 그름을 지금 판단할 수 없다. 각자의 말이 모두 옳을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서울시회 명단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총회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다. 문제를 정리 한 뒤 총회를 다시 진행 하는게 좋겠다”며 총회를 마무리하고자 했다. 쟁점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은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순간 총회장소가 크게 술렁거렸다. 여기저기서 ‘먼 곳에서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 ‘대의원 정족수가 충족됐으니 진행하자’ 총회 중단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순간 시도회장석에서 “총회속개”를 외치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울시회장을 비롯한 각 시도회장이 박수를 치며 총회를 진행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총회의 공기는 속개 주장으로 가득찼다.

의아했다. 서울시회를 대표하는 대의원이 없는데 서울시회장이 속개를 진행하자고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 서울시회는 총회에서 서울시회 대의원의 명단 포함과 총회의 정상화를 위해 논의하고자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타 시도회장들은 자신이 속한 각 시도회 대의원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에도 총회가 진행 되도 괜찮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기자는 총회 속개를 외치는 서울시회와 시도회장들의 의도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 중에 정 의장의 말에 동조하는 발언이 나왔다. “나는 이 상황을 잘 몰랐으나, 들어보니 법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가 진행한 총회가 의미 없다면 안 되지 않은가?” 순간 인천시회 테이블에서 고성이 터졌다. “잘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모르는데 발언을 왜 하는거냐” 총회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였다. 총회 속개의 분위기가 가득 찼다.

정 의장은 한 발자국 물러섰다. 무기명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것. 문경숙협회장은 “서울시회 대의원없는 총회는 문제가 있다”며 총회 보이콧을 선언하는 초강수를 두고 총회장에서 사라졌다.

총회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대의원들은 ‘집행부가 무책임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은 “집행부가 없으니 더 이상의 총회가 어렵다”며 연신 총회 중단을 선언했으나. 성난 대의원들은 총회 속개를 강행을 강력히 요구했다.

대의원의 여론에 밀린 정 의장은 결국 총회를 속개 했으나 또 한 번의 사단이 났다. 전년도 사업, 결산보고와 안건심의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와중이었다. 대의원들은 사업결과나 결산보고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순간적으로 동의와 제청이 마이크를 바톤 터치 하듯 지나갔다. 어느 대의원은 발언에서 “다음 집행부에 모든 것을 위임하자”고 주장했다. 기자석에서는 ‘이렇게 대충 지나가도 되냐’며 술렁였다.

정 의장은 검증 없이 지나가는 사업・결산보고에 거듭 부담을 느낀 듯 보였다. “어느 것보다 중요한 것이 사업보고와 결산보고다. 집행부 없이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총회 중단의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그 순간 임춘희 선거관리위원장이 의장단 석으로 향해 달려 나가 의사봉을 낚아채 시도회장단 석으로 가져갔다. 대의원의 손으로 뽑은 의장의 권위가 “대의원 여론을 무시한다”는 선관위의 외침과 돌발 행동에 함께 땅에 떨어졌다.

선관위원장은 의사봉을 시도회장 테이블로 가져갔다. 대구경북회 정은심회장의 포즈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던 기자에게 고성이 쏟아졌다. “왜 사진을 찍느냐”, “개인정보가 있다 찍지 말라”, “사진 찍으라고 허락한 적 없다” 시도회장 테이블석에 있던 의사봉을 찍던 기자에게 시도회장들의 거센 항의와 반발이 따라왔다. 기관지와 기자의 존재 이유는 사실을 회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던가.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결국 의장단은 전원 사퇴를 표명했다. “면허번호 18번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예의바른 후배들 덕분에 치위협이 발전했다”던 정 의장이었다. “정식으로 사임 표명하시는 겁니까?” 사임을 표명하고 자리를 뜨는 정 의장의 뒷모습에 날카로운 비수가 꽂혔다. 정 의장은 사임의사를 거듭 밝히고 황망히 자리를 떠났다.

집행부와 의장단이 자리를 떠난 사상 초유의 상황 속에 남은 시도회장단과 선관위원장의 주도로 총회가 속개됐다. 집행부 해임, 비상대책위 가동, 임시총회 구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결국 이번 총회는 ‘법적 효력’이 제대로 발생할 수 없다는 결론 하에 해산됐다.

결론의 막바지 즈음, 마지막 촌극이 벌어졌다. 임춘희 선거관리위원장이 공식 발언대에서 “지금까지 고생하신 황윤숙 후보의 말씀을 조금이나 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발언 한 것. 그나마 여러 대의원들의 반대로 무마돼 촌극이 가까스로 수습됐다. 그러나 선관위원장은 중립의 선을 넘어선 듯 했다.

결국 총회는 파행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고비에서 조금 더 격양된 감정을 추스르고 논의를 진행했다면 어떠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특정한 지회의 대표 없이 총회가 선정될 수 있는지,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해 논의가 가능했다. 각 산하단체 및 시도지회와 중앙회의 관계 정립이 가능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더라도 논의를 통해 해결해나가는 또 다른 발전의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번 총회는 치위협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점이었다. 단순히 대의원 충족이 됐으니 총회를 진행하자는 이야기 보다는, 멀리서 왔으니 오늘 기필코 성사됐어야 하는 말들에 앞서 치위협의 미래를 위한 소통과 논의의 과정이 필요했다. 치위협의 더 나은 한걸음을 위한 소중한 총회는 정말 불가능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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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2018-03-02 16:31:52
모르시는군요 서울시선거에서 오보경회장이 당선 될 때 대의원 문제요 그걸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야죠

정회원 2018-03-02 12:12:42
대의원님 지금 이 기사가 편파적이고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 하셨나여?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접해보라 하시는데 어떤 매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정말 궁금해서 묻습니다. 사건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임상 치위생사입니다. 저와 같은 이들도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대의원 2018-02-28 18:11:02
그자리에 있었다면서 기사를 중립적으로 판단하시다니...
사건에 대해 앞뒤를 보지 못하고 주장만 보셨나보네요.
그토록 편파적이라고 지탄을 받고있는 기사만 보실게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접해보세요.
편식하시면 아니됩니다.

치과위생사 2018-02-28 18:08:22
저도 서울시회에서 배포한 자료봤어요.
말미에...
[다만 조금만 더 중앙회를 믿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치위협의 명예를 손상시키지 않을까 망설이다 이제야 이렇게 글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임원 모두 힘 합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처럼 믿고 바라봐 주십시오. 좋은 소식으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쓰여있더군요.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사실을 밝혀주시겠네요.

기다려서 주시는 자료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치과위생사 2018-02-28 18:05:25
서울시회원에게 협박하는 메일을 보냈다고요?? 누가요???
서울시회에서??? 설마....그랬을라구요..

그런데..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협박을 했다는거죠??
혹시 이 기사와 관련있는건가요??
http://dentalkoo.com/archives/5995
아무리 봐도 협박성 글은 없던데....
다른 내용이 따로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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