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과위생사 호칭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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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치과위생사 호칭 ‘제대로’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10.07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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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살펴보면 치과위생사를 다른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래서인지 개중에는 치과위생사의 ‘과’자를 빼버린 ‘치위생사’라는 식의 표현을 고집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심하게는 아예 ‘치과’를 빼버리고 그냥 ‘위생사’라고 부를 때도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고 있는 ‘치위생사’라는 줄임 표현은 학과 이름이 치위생(학)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굳혀진 표현이라는 게 통상적인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호칭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치위생사’라는 표현이 치과위생사가 하는 역할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치과위생사에서 ‘치과(齒科)’는 치아와 그 주위 조직 및 구강을 포함한 악안면 영역의 질병이나 비정상적 상태 등을 예방하고 진단하며 치료를 도모하는 의학의 한 분야인 반면, 치위생사의 ‘치(齒)’는 치아조직에 국한된 표현이란 것이다.

더구나 법에 명시된 직종명도 ‘치위생사’가 아닌 치과위생사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치위생사’는 검색이 되지 않는 단어다.

사용자의 편리성 측면에서 직종명을 개정하는 방향도 고려될 수 있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명칭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부 다는 아니지만 치과위생사들조차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종종 ‘치위생사’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시도치과위생사회에서 발송하는 보도자료 등을 접하다 보면 ‘치위생사’라는 표현을 드물게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에서도 치위생(학)과를 일반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홈페이지나 홍보물에 ‘치위생사’로 표기한 경우가 많다.

그 때문인지 언론이나 방송에서 치과위생사를 ‘치위생사’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잘못된 명칭 사용을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

필자는 과거 다른 매체의 기자가 기사에 ‘치위생사’를 쓴 것을 보고 명칭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지만, ‘통상 사용하는 표현이므로 틀렸다고도 볼 순 없으니 상관없다’는 식의 답을 받고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치과에서조차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치위생사’라고 표현했으면 그나마 알고는 썼다 싶을 정도다. 언론과 방송에서 치과위생사가 ‘치과간호사’로 노출된 것은 이미 한두 번이 아니다.

‘다르게 불려도 알아들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정 전문 직종의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 예로 최근 몇 달 전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엄마는 뭐길래’에서는 출연진이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는 장면에서 ‘간호사’라는 자막을 내보내 치과위생사들의 공분을 샀다. 치과위생사 본연의 업무인 스케일링을 간호사가 하는 것처럼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해당 방송사를 상대로 내용이 사실과 다르므로 정정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을 내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TV매체의 파급효과가 큰 만큼 앞서 방송을 시청한 국민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질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그릇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치과위생사 가치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치과위생사 명칭을 제대로 사용하는 데 치위생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치과위생사를 어떤 식으로 불러도 괜찮다고 여기도록 만든 사회 분위기에 대한 따끔한 비판과 자성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조금은 귀찮아도 치과위생사 명칭을 제대로 사용하고 전달하는 등 치과위생사 한사람의 나부터 작은 노력과 실천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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