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나는 말을 할 줄 아는 걸까? 아니면 상담을 하는 걸까? 
상태바
[독서칼럼] 나는 말을 할 줄 아는 걸까? 아니면 상담을 하는 걸까? 
  • 박지현 치과위생사(세란치과의원 부장)
  • 승인 2022.10.27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원상담의 모든 것/ 김예성 저/ 지식공감 출판/ 2022년 8월 5일 발행/ 정가 18,000원
이미지=지식공감
읽은 지 벌써 5년도 넘은 것 같은 책인데 올해 다시 초판을 볼 기회가 생겼다. 간만에 새 책을 접하는 설렘을 안고 첫 장을 펼친 뒤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쭉 읽어 가고 싶었다. 그런데 자꾸만 멈추고 생각하길 반복하며 다시 생각을 곱씹게 하는 그 무엇이 책 속에 있었다. 임상에 근무하면서 상담업무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현재 나의 상담하는 태도나 상대를 관찰하는 습관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  
 
“상담실장으로서 나의 브랜드는 무엇인가?”
 
이 문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의 브랜드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오랜 기간 상담업무를 하다 보니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습관같이 상담하는 건 아닐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미 나 혼자 결론을 짓고 나서 환자에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 게 된다. 과연 내가 추구했던 나의 브랜드는 무엇이었을까? 고민 끝에 도달한 나의 상담실장으로서의 브랜드는 우리 치과가 동네 사랑방처럼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와서 상담받고 편안하게 진료받고 돌아가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병원의 진입 장애를 제거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그 방법으로 고객관의 접촉점이 많은 상담을 주로 하는 내가 친절이 아닌 친근함으로 무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실천 하는 것이 나의 브랜드이다. 
 
“상담내용을 끝까지 지키고 기억하는 것은 병원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본인에게 필요한 내용만을 기억하고 싶은 만큼만 기억한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 문득 생각이 난다. 30대 후반의 남성이 방문했다. 평상시 절차대로 진료를 들어가기 전 상담 A~Z까지 모든 가능성과 비용 및 급여와 비급여까지 설명을 하고 진료했다. 환자는 비용 결제 후에 귀가를 하였는데 이후 그 환자분의 부모님께서 전화를 해 ‘왜 오늘 비용이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에 대해 문의를 하셨다.

자세하게 다시 필요한 진료를 설명하고 그 중 비급여 진료가 있었기에 환자분이 예상한 것보다 비용이 많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근데 왜 급여 진료는 하나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하여 또 질문을 하기에 혹시 자녀분께 오늘 진료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드렸는데 못 들으셨는지 여쭤봤다. 자녀분이 오늘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기억을 못 해서 전화하시는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순간 그럼 내가 얘기한 것을 하나도 이해를 못 하시고 진료를 받으신 걸까, 앞으로 진료하시는 모든 분께 오늘의 진료 및 비용까지 적어서 드렸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인지는 상담실장들이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가끔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반문하게 된다. ‘나의 상담 실력이 부족한 것일까?’라고 말이다.
 
「병원상담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내가 만나는 환자들에 대한 관찰력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상담은 참 어렵다. 말만 잘하는 상담실장이 아니라 나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상담 잘하는 실장이 되고 싶다.
 
“어느 하나 의미 없이 생기는 일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