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반자율석션이 과연 치과위생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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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반자율석션이 과연 치과위생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 김영경 교수(충청대학교 치위생과)
  • 승인 2023.01.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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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교수
김영경 교수
학교 다닐 때 열심히 노느라 치과위생사 면허시험을 여러 번(?) 본 후 합격하여 취업하고 있는 제자가 모처럼 연락을 해왔다. 덕분에 밥벌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밥을 사준단다. ‘밥벌이를 하게 해주었다.’ 선생으로서 이보다 과한 칭찬이 없다. 고마운 일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공부하고 그 공부한 것을 밑천으로 ‘밥벌이’를 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 어쩌면 누구나 다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또 모두 다 하고 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 젊은이들은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안정된 직업을 갖기 위해 몇 년씩 공시에 매달리기도 한다. 또 조건이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으나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반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님에도 사회 일부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구인난을 호소한다. 
 
그러한 인력난에 치과계도 예외는 아니다. 구인난이 얼마나 힘들면 반자율석션시스템 개발이 구인난 해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랐을까? 반자율석션시스템은 치과위생사의 1인 스케일링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되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구인난의 해법이 그리 단순하면 얼마나 간단할까? 셕션만 기계화되면 인력문제가 해소될까? 어떤 유니트 체어 회사는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인력난 해소를 위해 기술이 도입된 장비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사람에 의해 행하던 일들을 기계가 해소할 수 있을까? 왜 그런 기대를 하는지 일부 공감이 되면서도 의문이 들기도 한다. 
 
10여 년의 임상을 포함 30년 이상을 치과위생사로 살아가면서 석션은 그리 단순한 업무가 아니었다. 환자의 조직보호, 시술자의 시야 보호, 환자의 불편감 해소, 그리고 철저한 방습이 필요한 석션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재학 중 임상실습 때와 초년 시절에는 원장님 곁에서 석션을 하다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선배로 손이 교체당하는 수모(?)도 겪어 보았다. 혼자 스케일링을 할 때 혀나 입술의 힘이 좋은 환자를 통제하면서 시선이 분산되어 어려웠던 기억들도 있다. 그야말로 석션은 모든 시각 촉각 등 오감이 작용하여 진행되는 고감도의 중요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반자율석션의 사용이 효율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치과위생사의 구인이 마치 석션만 해결하면 된다는 사고의 접근은 구인난 해소의 본질에서 벗어난 듯하여 동의하기가 힘들다.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구인과 구직의 괴리는 가난해서 못 살던 시절보다 어느 정도 먹고 사는 지금 더 심한 듯하다. 기업주는 언제나 늘 100만 원의 인건비로 천만 원의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찾고 싶어 하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100만 원을 받으면 100만 원어치의 일만 하는 직장을 선호한다. 요즘의 MZ 세대들은 더 이상 가족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다는 말을 믿지 않으며 내 회사처럼 일할 인재를 뽑는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족 같지 않아도 되니 무시하지 마시고, 나한테 줄 거 아니면 충성을 요구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요즘 일하고 싶어 하는 세대가 원하는 일자리는 무엇일까? 월급을 많이 주는 곳? 일이 많지 않은 곳?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성격이 좋아서 마음이 편안한 곳? 이 모든 걸 다 만족시키는 곳을 원하겠지만 처음부터 그 모든 걸 만족시키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하면서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있겠지만…
 
3명의 치과위생사가 있었던, 제자가 근무하던 치과는 1명이 퇴사하여 2명이 근무한다. 나름 환자관리를 잘하여 환자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제자는 일이 힘들어져 인원 충원을 해주길 원하지만, 원장님은 별 공백 없이 일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지 적극적으로 구인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단다. 원장님이 ‘별 지장 없이’ 일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정신없이 맡은 일을 차질 없이 해내고 있는 직원들(제자의 표현에 의하면 ‘엉덩이를 잠시 의자에 붙이지도 못하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을 살피지 않는 한 조만간 더 큰 공백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업무의 과중이 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업무 과중에 따른 ‘적정한 보상’도 함께 하면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인력난의 해소는 치과계 전체의 문제인 만큼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협회가 유휴인력의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치과위생사 실태 등의 신고를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도록 치과위생사의 중앙회 가입을 당연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얼마 전 치위생과 동기가 근무하는 곳의 인력 충원을 위해 전화를 해왔다. 아이들 다 장성하고 몇 년 전부터 치과에 다시 근무한다고 한다. 백세시대, 예전 같지 않게 나이가 들어서도 직업을 가지고 가정경제에 도움을 주며 사회에 봉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인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전략을 세우고 정부에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취득한 지 30년이 넘은 면허를 활용하여 ‘밥벌이’를 하고 있는 그녀가 참 자랑스럽다. 그녀와 나의 이름은 치과위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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