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버지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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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아버지의 해방일지
  • 장효숙(이병준치과의원 치과위생사)
  • 승인 2023.06.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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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저/ 창비 출판/ 2022년 9월 2일 발행/ 정가 13,500원
이미지=창비
저마다의 안목과 평가 기준이나 선정 기준에 따라 책을 선택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책을 소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중에 하나이다. 필자는 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책을 보고자 노력한다. 각자의 기준이 다르니 필자의 관점에서 보는 책의 소개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를 기대하며 독서 평을 적어본다.
 
책을 선정함에 있어 몇 가지 기준을 갖는 편이다. 그 중 가장 첫 번째는 재미있어 보이는 포인트를 살피는 것이다. 제목이 재미있거나 표지의 이미지가 재미있어 보이거나 추천 글이 재미있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언제 부터인가 필자의 연관검색의 우선순위 도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관심을 두던 차에 서점에서 펼친 첫 문장은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화자인 아리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루면서 시작되는 아버지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책의 이야기를 끌어간다.   
 
사회적으로 “빨치산”이라는 타이틀을 주홍글씨처럼 새기고 살아가는 아버지, 사회 민족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나 가족들에게는 한 없이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사람. 하지만 아버지는 사회가 분류해 놓은 구분이 전부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내 놓고 투쟁을 함께한 전우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품삯에 관계없이 궂은일을 도와주는 마음 씀씀이 좋은 옆집 사람이었고,  마음 둘 곳 없이 방황하는 나이 어린 여고생에게는 해우소였고 위로였다.
 
시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가족에게는 더 없이 불편한 피폐한 삶을 제공한 존재였지만 그럼에도 마음 쓰이고 안타까운 가족 구성원의 아버지이자 형이었다. 아리는 살아생전의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대면하면서 아버지 삶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의 삶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풀어내고 있다.
 
스물다섯이 되는 해에 필자의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아버지 나이 마흔 둘에 태어난 나는 마냥 아버지가 어려웠고 무서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기억의 아버지와 아버지 돌아가시던 그 해 장례식장을 다시 한 번 더 기억으로 더듬었다. 슬픔으로 눈물짓다가 옛날 이야기를 하며 추억하기도 했던 그 시절의 기억.
 
무거운 공기의 짓누름 속에서 간간히 피어나던 희미한 즐거운 에피소드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보내며 무서운 아버지의 기억의 사이사이에서 “우리”를 위해 애쓴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리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거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관계된 인연들을 만나고 내가 알지 못했던 아버지를 만나면서 비로소 나 또한 아버지도 이 시대 삶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살아갔던 가장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긍게 사람이제.”
 
아리 아버지의 말버릇 두 문장은 우리가 어느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관계에 있어 꼭 필요한 말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가 많다. 이 책은 나의 아버지를 그리고 누군가를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인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사람은 크고 작은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누군가의 인생을 함부로 속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리 아버지의 말버릇을 빗대어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 지기를 삶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더 수월해 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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