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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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오해
  • 하종강 교수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승인 2023.11.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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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
하종강 교수
‘부당노동행위’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용어의 뜻을 단순히 ‘회사가 노동자에게 행한 부당한 행위’ 정도로 잘못 알고 있다. 신문사 기자나 방송사 아나운서 등이 ‘부당노동행위’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에도 그렇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당노동행위’란 그렇게 막연하게 ‘회사가 노동자에게 한 부당한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상의 용어로서 어디까지나 “노동조합과 관계있는 회사의 부당한 행위”인 것이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칭함) 제81조에서는 부당노동행위를 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조문을 일반 용어로 쉽게 풀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부당노동행위’라 한다)를 할 수 없다.
1.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불이익 취급 행위)
2.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반조합 계약 행위)
3.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단체교섭 거부 행위)
4.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나 노동조합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지배개입 및 경비 원조 행위)
5.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사용자의 이 법 위반 사항을 신고하거나 그에 관한 증언을 하거나 행정관청에 증거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보복적 불이익 취급 행위)
 
괄호 안의 용어는 법조문에 있는 내용이 아니라 법률가들이 일반적으로 요약해 사용하는 표현들이다. 결론적으로, 부당노동행위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행한 노동조합과 관련한 부당한 행위들 중에서 ① 불이익 취급 행위, ② 반조합 계약 행위, ③ 단체교섭 거부 행위, ④ 지배 개입 및 경비 원조 행위, ⑤ 보복적 불이익 취급 행위 등 이 다섯 가지 행위만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직원에게 아무리 큰 불이익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그 이유가 노동조합과 관계없는 일이라면 그냥 “부당한 행위”일 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회사가 노동자를 해고했는데, 그 실제 이유가 직장 상사의 잘못된 경영 철학에 대해 입바른 소리를 했거나 회사의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를 노동청에 고발한 것 등이라면 그 해고는 ‘부당한 해고’ 또는 ‘부당한 행위’이지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였거나 노조에 가입한 것이 실제 이유라면 그때는 비로소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부당노동행위’란 회사(사용자)가 노동자에게 행한 부당한 행위 중에서 ‘노동조합과 관련된’ 행위만을 일컫는다. 그럼에도 ‘부당노동행위’란 용어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법조인 중에서는 그 용어를 ‘광의(넓은 뜻)의 부당노동행위’와 ‘협의(좁은 뜻)의 부당노동행위’로 나누어 사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일반 사람들이 흔히 잘못 사용하고 있을 때는 ‘광의의 부당노동행위’로, 법조인이나 전문가들이 사용할 때는 ‘협의의 부당노동행위’로 구분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용어의 정확한 뜻을 조금이라도 잘 아는 것이 한국의 노동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당노동행위 규정의 취지
사용자(회사) 입장으로 볼 때 노동조합법의 부당노동행위 규정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느껴진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뿐 아니라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이유로 회사가 일체의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탈퇴할 것”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회사의 모든 행위들을 회사가 노동조합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신고하거나 그에 관한 증언을 하거나 기타 행정관청에 증거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이중의 안전장치까지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회사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바늘끝만큼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실제 예를 들어보자.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회사는 대개 공고문을 게시하거나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의사 표시를 한다. 그 홍보물 속에는 “회사에 노동조합이 설립됐으나 직원들께서는 동요하지 마시고 업무에 전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것은 회사가 노동조합에 활동에 바늘 끝만큼이라도 개입한 것으로 볼 것인가? 논란의 대상이 된다. 더욱이 그 홍보물에 “노동조합은 회사의 생산성 향상에 저해가 되는 요소로서” 등의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는 더더욱 회사가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한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부당노동행위 성립이 어려운 이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회사의 이러한 행위들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회사가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려고 한 ‘내심의 의사’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영진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 노동조합 개입 의도의 존재 여부를 피해를 입은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입증해야 한다. ‘심증’만으로는 유죄로 인정되기 어렵다.
 
국내의 항공회사에서 노동조합을 민주화시켜 보려고 노력했던 직원들이 “20년 넘게 진급이 안 된 채 ‘대리’에 머물러 있고”, “국내선 전담팀으로 발령을 받고”, “항상 혼자 식사해야 하고”, “이를 딱하게 여겼던 동료가 옆에서 식사를 같이하면 바로 다음 날부터 똑같은 불이익을 받는” 일이 20년 넘게 벌어졌으면서도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내심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노동자가 실제 불이익한 피해를 입었다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점차 그러한 방향으로 자리잡혀 가고 있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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