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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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적
  • 유성원 전도사(정읍 / 중광교회)
  • 승인 2005.01.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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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길 때마다 속다짐하는 말이 있습니다. 󰡒상황에는 냉정하고 현실에는 너그럽자.󰡓 심정적 대처방법이지요. 친구에게도 같은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나 착한 사람들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때(when bad things happen to good people, harold s. kushner) 행복의 실효를 거두게 할 만한 말이나 여타의 도움은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연한 사고는, 세상은 행복이나 선을 허용하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마저 갖게 하더군요. 이러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없는 신들까지 불러내어 따지게 될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부모님과 함께 원주기독병원 중환자실에 다녀왔습니다. 사람의 역사 대부분이 오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면 가족이나 절친한 이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은 헤아릴 수 없는 깊이의 아픔을 동반합니다. 냉정을 찾는다는 일이 오히려 죄 짓는 일에 가까울 정도로 그렇습니다. 상한 갈대도 꺾지 아니하시는 분께서 왜 착한 사람을 다치게 하십니까? 어느새 기도는 의문부호로만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용섭이는 국민학교 시절에 만난 앞으로도 변함없을 친구입니다. 친구 가족과 제 가족 또한 신앙의 연으로 맺어진 다함없는 인연입니다. 숱한 인연 가운데서도 저 분들처럼 `착한' 이들이 또 있을까, 싶은 분들이 용섭이 부모님입니다. 그런데 신년벽두를 앞둔 12월의 어느 날 4톤 화물차가 그 분들이 타고 가던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처럼 웃고 울리는 말이 없겠지만 가해 차량 바로 뒤에는 구급차가 사고 전부를 목격하고 있었고, 그 뒤에는 경찰 차량이 뒤따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시점부터 응급실로 이동하기까지 15분여 정도의 시간만 소요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가족과 문안 오는 이들도 그저 감사하다고 말은 하지만 호흡기에 여전히 의지해 계시는 용섭이 아버지를 생각하면 두 눈 글썽해집니다.

누구나 한두 가지 이상의 풀리지 않는 사연을 갖고 삽니다. 도움을 구할 수도 없고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신년을 맞아 모두의 건강과 다복을 기원해야 하겠지만 사연들 속에서 저 또한 어쩔 수 없는, 거저 감사하지는 못하는 속된 사람임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작 무엇이 잘된 일이고 무엇이 잘못된 일인지를 참되게 알고 싶습니다.

󰡒그것은 부활과 순수의 계절이었다. 15명의 환자들과 우리들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그러나 우린 이제 그 기적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약 때문에 실패했다거나 또는 병이 재발한 것뿐이라고, 또는 환자들이 잃어버린 세월을 극복할 수 없었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해야 할 현실은 우리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기적이 끝났을 때 또 다른 깨어남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그것은 인간정신이 그 어떤 약보다 강하고 그것이야말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이라는 것이다. 일, 오락, 우정, 가정…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런 평범한 것들이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영화 `사랑의 기적' awakenings 가운데 마지막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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