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은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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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은 오는데…
  • 김원숙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부회장)
  • 승인 2003.12.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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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한 방송사에서 방영된 사회고발 프로그램으로 인해 한해의 일들을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우리 치과위생사들이 큰 충격에 휩싸여있다.

얼마 전 보도를 통하여 우리는 안타까운 교육계의 한 사건을 접하고 경악한 바 있다.

그리고 다시 며칠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 피해자들이 바로 치과위생사였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이것이 한 개인의 불행한 사건일 수도 있지만, 한 직종의 일원인 사람들이 당사자인 경우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함께 피해자가 된 것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현기증을 느끼는 것 같다.

더구나 매스컴의 위력은 대단해서, 너도나도 한 마디씩 던지는 시청소감에 우리 치과위생사들이 한 번 더 멍들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일파만파 퍼져나간 이 사건보도를 통해 그 프로그램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자면 우리부터가 본질에서 벗어나 중심을 잃지 않도록 이성적인 시각을 놓지 말아야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만연되어 있는 권력층과, 이를 거부하기에 유약한 이해 당사자 간의 먹이사슬 형태가 교육계에 까지 미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자성촉구의 메시지 전달과정에, 하필 우리 치과위생사가 얽힌 이번 사건이 사례가 되어 무대위에 올려진 것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마치 교직에 진출하기 위해, 저녁나절 남은 시간에 토막 공부한 실력 정도로 손쉬운 방법을 징검다리 삼아 앞길을 마련한 것처럼 해석되어서도 곤란하다.

우리네 학문이 그저 그렇고 그런 방법만으로 앞길이 펼쳐질 만큼 만만한 것도 아니거니와, 우리에게도 줄곧 학생신분으로만 최고학위자의 위치에 도달하는 치과위생사가 있는 반면, 다양한 역할을 겸하여 주경야독으로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치과위생사도 있는 것일 뿐, 이러한 이들의 환경적인 고단함이 매도의 조건이 될 수 없음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우리 치과위생사들에게도 부탁하고 싶다.

항상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도록 수동적인 자세를 탈피하자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현재의 한정적으로 주어지는 역할 이외에도 많은 능력이 있다. 정진하는 자세로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당당하게 능력을 평가받는 능동적인 인력으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준비된 능력의 소유자는 당당할 수 있다. 스스로가 당당한 사람은 이미 약자가 아닌 것이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가 소위 구강보건학계의 전도양양하다던 박사출신의 치과의사 신분이라는 데에 우리 치과위생사들은 심경이 더욱 착잡하다.

이에 우리의 이목이 치과의사들의 대응에 주목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치과계의 리더임을 공공연하게 자처해 온 데에도 그 이유가 있겠으나, 업무상 분리될 수 없는 긴밀한 직종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만에 하나라도 얼룩이 졌건 색이 바랬건 또는 흙탕물이 튀었건 간에 무조건 초록이면 동색이라는 이론으로 귀결되어 동료 감싸기에 급급한 대응책이 마련된다면, 방송에서 예를 든 교수들의 무조건적 편들기 관행을 재연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었을 때 치과계의 인력으로서 우리 치과위생사들이 과연 그들의 인격을 믿고 국민 구강건강의 파수꾼을 자부하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식과 인격은 비례하지 않는다. 한 시대에 획을 긋는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 해서 고매한 인격이 보장되는 법이란 절대로 없는 것이다.

사회적 위치나 경륜이 결코 비인간적인 행태마저 사면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들려오는 구명운동에 관한 소식은 한낱 떠도는 소문이기를 소망한다. 치과의사들의 5.6%는 여성이며 이미 시대적으로 직종의 성별통념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방송에서 대학관계자로 나와서 인터뷰한 교수님의 책상위세 놓인 어처구니없는 메모에서 느낀 배신감이 우리의 마지막 실망이었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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