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와 권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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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와 권리의식
  • 정원균 논설위원 (연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6.11.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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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균 논설위원 (연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오는 12월 7일,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관한 입법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린다고 한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의 현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최대 역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정책이 그간 정지 작업을 거쳐 대장정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치과위생사 의료인화’는 치과위생사를 의료법에 신규 편입하여 그 직역을 치과의료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는 ‘의료법 개정’을 말한다. 현행법(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치과위생사를 의료기사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치과위생사 의료인화가 담고 있는 함의를 풀어보면, 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이 의사와 간호사이듯이 치과의료를 담당하는 직역도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라는 양대 의료인의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과위생사 의료인화가 대두된 배경이나 필요성에 대해 여러 관점이나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소견으로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는 미래의 희망을 구상하는 여유로운 거대담론이 아니라, 수십 년간 치과진료와 관련한 치과위생사의 업무(구체적으로 ‘치과진료지원’, 이의 법률적 표현은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극심하게 침해하고 있는 법적 부당성을 개혁하는 매우 절박하고도 현실적인 노력이어야 할 것이다.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세부 사항(법률적 문제, 치과위생사의 직무와 전문성, 치위생학교육의 평가와 인증, 치과예방처치의 국민적 수요 등)은 이 지면에서 언급하기 어렵다. 다만 필자가 차제에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지난하고 엄중한 도전을 치위생계가 얼마나 강한 의지로, 또 얼마나 줄기차게 관철해 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의료법 개정을 요체로 하는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가 입법기관이나 유관부처, 관련 직종의 양해나 선처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앞장서서 치과위생사를 의료인으로 세워 주지 않으며,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집행부의 물밑 노력만으로도 어느 날 갑작스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오로지 10만 치과위생사의 결집된 권리의식과 지속적인 실천의지로만 이끌어낼 수 있는 주체의 책임이다. 의료인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가라는 위계적 지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료인의 전문가 의식은 한편으로 자신의 평생 직역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곧 권리의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치과위생사의 권리의식과 실천의지를 증진하고 표출하는 과정이 곧 의료인화의 출발이자 해법일 것이다.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라는 잠재적 과제가 치위생계의 전면에 부각된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았다.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가 이루어지려면 짧지 않은 각고의 세월이 요구될 것이다. 간호계를 예로 들면, 간호교육은 4년제 일원화가 법제화됨으로써 간호교육평가인증제도라는 법적 장치를 통해 의료인에 걸맞은 자신의 위상을 확립하고 있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이 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는 1979년부터 장기사업계획서와 정책선포식 등을 바탕으로 추진한 간호계의 숙원으로, 여러 번의 무산과 좌절을 거친 끝에 무려 40년 만에 거둔 성취라고 자평하고 있다. 또한 간호교육평가인증제도가 법적 근거를 갖게 된 것도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40년 동안 사회도, 법제도도, 정권도 모두 바뀌었지만 간호계는 간호교육의 4년제 일원화라는 자신의 확고한 목표를 굳건한 의지로 실천해 온 것이 아닐까.

중지동천(衆志動天)이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이 뜻을 함께 하면 하늘도 움직인다”는 뜻이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동력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나온다. 따라서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는 모든 치과위생사가 간절히 원하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협회를 중심으로 총력을 모아 나설 때 비로소 그 가능성이 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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