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메마름속에 절제가 느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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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메마름속에 절제가 느껴지는 곳
  • 치위협보
  • 승인 1999.01.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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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함께 떠나요 대전 계룡산

일상속에 찌들어 있다가 가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같은 영화를 보게 된다. 지극히 평범한 한여인에게 벅찬 가슴을 안겨준 한남자. 낯선 곳을 여행하며 세상을 사진에 담는 여행가와 평범한 일상속에 묻혀있는 한 여인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를 볼 때면 야릇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자신도 한번쯤은 여행한 그곳에 익숙한 누군가의 안내를 받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곳을 떠나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여행이란 뚜렷한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어디든지 떠나고 싶다거나 버릴 만한 것이 있고 그것을 위해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겨놓는다면 그것이 바로 여행의 목적이고 그 행로가 여행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이다.

겨울에는 무성한 나무들도 모두 잎사귀를 잃어버린채 메마른 가지만을 매달고 있다. 겨울여행은 그런 메마름속에 우물을 찾는 일처럼 절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절제가 느껴지는 곳이 대진의 계룡산이다.

차령산맥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산맥을 이루고 있는 계룡산은 서울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대전에서 1시간 정도 더 들어가면 도착 할 수 있다. 계룡산은 상봉, 쌀개봉, 삼발봉, 도덕봉 등 10개의 봉우리가 있으며 오르는 길턱에는 양쪽으로 동학사와 갑사가 자리잡고 있다. 동학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이곳을 거쳐가지 않은 분이 없을 만큼 니승(尼僧)교육의 전당이다.

동학사는 은은하게 퍼지는 목탁소리와 자연의 아름다운 음향이 어울려 이곳을 찾는 등산객이나 신도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그리고 산속 깊은 곳까지 맡을 수 있는 향냄새 또한 마음의 평정을 찾게 해준다.

동학사를 지나 등산객을 위해 준비된 등산로를 약 1시간 30분 오르게 되면 남매탑에 도착한다.

상원스님이라는 분이 수도하던 중 호랑이의 입속에 뼈를 꺼내준 일이 있는데, 이 일을 고마워한 호랑이가 스님에게 처녀를 업어다 놓고 가버렸다고 한다. 스님은 놀라 우선 처녀를 데리고 들어와 보살 핀 후 남매의 연을 맺었고, 그 처녀는 비구니로서 수행하다 열반에 들어 후에 그 두사람의 유골을 현전하는 양탑에 모신 것이 남매탑이라고 한다.

남매탑을 기점으로 내려가다보면 신흥암이 보이는데 산기슭에 지어지고 있는 절의 모습에서 자연의 신비감을 느낄 수 있다. 신흥암을 떠나 1.1km를 더 내려가면 갑사가 나온다. 갑사는 동학사를 통해 올라온 길보다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다. 작고 아담하지만 그 풍채에서는 당당함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동학사에서 출발해 갑사에 도착하기까지는 대략 3시간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산에 오른 뿌듯함과 땀에 젖은 몸을 유성온천의 뜨거운 물로 풀어 준다면 몸과 마음의 피로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대전은 엑스포로 인해 도로정리가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차안에서 도로를 바라볼 때면 쭉 뻗은 도로와 높은 하늘을 볼 수 있다. 또한 엑스포가 열렸던 엑스포 공원을 찾는다면 조용한 공원의 정취와 멋진 조형물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만의 여행이 아쉽다면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의 저렴한 호텔을 이용해 보자. 그 곳의 하루 숙박비는 3만원정도이다. 그리고 동학사나 갑사에 오르는 가까운 길목에도 민박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동학사나 갑사 부근에는 식당들이 일렬로 자리잡고 있는데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사를 위해서는 팔목을 붙잡는 아줌마들보다는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아저씨들의 식당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늦은 식사를 찾는 이들에게도 2천원의 따뜻한 칼국수를 내놓는 분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돌아오는 길에 처음 떠날 때의 그 마음을 간직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떠날 당시의 흥분과 설렘이 여행을 끝내고 나서의 피곤함에 대한 뿌듯함으로 바뀌어 돌아온다면 다음 여행의 목적지는 금방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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