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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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위협보
  • 승인 1999.02.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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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작가정신/5,000원

처음 책에 마음이 끌렸던 것은 책 자체에서 느껴지는 재질감때문이었다.

코팅되지 않은 연한 가지색의 표지와 책장을 넘길때마다 느껴지는 새수건을 꺼내쓰는 듯한 보슬보슬한 종이 질감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턱없이 가벼웠던 책 무게가 그 느낌을 더했다. 무거울거라 생각하고 힘을 주어 업은 늙은 노모의 가벼운 몸무게에 가슴내려앉듯 조경란의 ‘움직임’은 그렇게 연민의 느낌으로 시작된다.

‘움직임’은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다. 완전하지 못한 가족, 오히려 서로의 존재가 상처가 되는 불완전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런 가족속에서의 진정한 ‘움직임’이란 가족밖으로의 탈출이 아니라 피를 섞는 일, 즉 가족을 확대 재생산 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한 구성원의 탈출(가출)은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는 아무런 변화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부재는 가족의 또 다른 불행만을 생산할 뿐 어떤 ‘움직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조경란이 보여주고 있는 힘겨운 ‘움직임은 집은 두고 떠나지 않기‘ ’집안에서 집 밖 겪기‘ ’집과 함께 움직이기‘등이다. 결국 움직이기 위한 길은 집안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어디에서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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