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치과계, 선거 이후 거센 후폭풍 이어져

치협, 박영섭 전 후보가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으로 갈등 본격화
경치,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결정으로 나승목 회장 당선무효…최유성 전 회장 복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치과계가 각 단체별 선거 이후 끊이지 않는 갈등과 이에 따른 거센 후폭풍까지 겪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상훈, 이하 치협)는 신임 이상훈 집행부 출범 4일만인 지난 5월 7일, 박영섭 전 후보 측에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혼돈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또한 지난 2월 선거 이후 극심한 내홍이 펼쳐졌던 경기도치과의사회(이하 경치)는 지난 25일, 최유성 전 후보 측이 제기한 ‘당선무효 효력정지 및 재선거 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이 수원지법에서 받아들여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치협, 지난 30대 집행부 선거 이후 또다시 선거 관련 소송전
어제(27일) 법원에서 첫 심문 진행, 6월 17일 이후 최종 결정 나올 듯

치협은 첫 직선제였던 30대 집행부 선거 이후 또다시 선거 관련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지난 3월 17일 결선 투표에서 낙선한 박영섭 전 후보 측이 지난달 27일, 서울동부지법에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 박 전 후보 측은 선거 과정에서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 결정을 통보받자 직접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후보 측은 신임 집행부가 선거 과정에서 △금품 제공 약속 △허위사실 유포 △사전 선거운동 △자동동보통신 방식에 의한 문자메시지 전달 등의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유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시 선거 관련 소송에 휘말리게 된 치협과 신임 이상훈 집행부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자마자 이를 외부에 알리며 선거과정에 불법이 없었고,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치협 장재완 부회장은 지난 25일 치과의사회관 브리핑 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처분 신청 관련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치과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이자 주요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와 논쟁은 대단히 소모적인 낭비이고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가처분 신청 자체에 대해서는 31대 집행부가 아주 무겁고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라며 “선거가 끝난 뒤 소송을 진행하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무쪼록 잘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첫 심문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원고인 박 전 후보 측에 이상훈 회장 측 답변서를 확인하고 6월 10일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으며, 이상훈 회장 측에는 해당 사안을 확인해 6월 17일까지 반박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추가 심문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 빠르면 6월 말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돼, 법원의 결정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당선, 무효, 복귀’ 경치, 끝나지 않는 선거 후폭풍
지난 25일, 수원지법이 가처분 신청 인용하며 최유성 전 회장 극적인 복귀

경기도치과의사회는 지난 2월 선거 이후 당선무효, 후보 자격 박탈, 선관위 해임, 가처분 신청 등이 이어지며 거센 후폭풍을 치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수원지법이 최유성 전 회장 측에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나승목 회장의 지위가 상실되고, 최 전 회장이 다시 회장직으로 복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경치의 우여곡절은 선거 직후 나승목 후보 측에서 “최유성 후보 측이 투표 당일 대대적으로 불법 문자 선거운동에 나섰다”라고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경치 선관위는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인정했고 최유성 후보의 당선무효를 결정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규정에 따라 4월 23일 재선거가 예정됐지만, 선관위가 최 후보의 회비 미납 및 허위 회비완납증명서 제출 등을 근거로 후보 등록을 무효화하면서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흘러갔다. 이에 최 후보 측(당시 회장 신분)은 임기 종료 5일 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선관위원들을 해임하는 초강수를 두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최 후보의 등록 무효로 무투표 당선된 나승목 집행부가 초도이사회에서 이러한 선관위 해임안을 뒤집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점입가경의 형국으로 흘러갔고 회원들의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회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빗대 이른바 ‘호떡판 회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수원지법이 최 전 후보 측에서 제기한 당선무효 효력정지 및 재선거 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또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법원의 결정에 나승목 집행부가 “경기지부가 다시는 법적 판단을 구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법원의 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 과연 지루한 법정 공방과 혼돈이 마무리될 것인지 기대를 모으게 한다.

다만, 직무대행으로 복귀한 최유성 전 후보 측과 나승목 회장이 선출한 집행부가 당분간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점, 경치 최형수 감사가 최유성 회장에 대한 의료법 위반 고발을 검토 중인 점과 더불어 가처분 신청과 관련된 본안 소송도 남아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과연 치협과 경치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치과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김흥세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