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주방에 들어서서, 플라스틱 통에 담아 놓았던 수돗물을 버린후, 그 통 내면을 손으로 만졌을 때, 뭔가 미끌미끌한 감촉이, 물이 차 있던 부위에서만 느껴진 적이 있나요? 그 미끌미끌한 것은 물 속에 포함되어 있던 미세한 유기물질이 그 통 내면에 침착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우리 말로는 물때라 하고, 학술 용어로는 Biofilm(생물막)이라고 하지요. 또, 산책로가 조성된 양재천이나 탄천등을 걷다가 비가 많이 오지 않는 봄.가을 갈수기에 하천 밑바닥의 바위에 이끼등의 조류가 많이 보이고 물이 많이 흐를 때 나지 않던 물 비린내(?)가 진동하는 경우도 느낀 적이 있죠? 이 또한 Biofilm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유량이 적고, 유속이 느린 곳(특히 고여 있는 물)에서 쉽게 발생합니다.
물론, 물의 탁도(T.D.S:Total Dissolved Solid)에 따라 그 발생량은 차이가 있으나 정수된 물이나 심지어는 오래된 증류수에서도 발생합니다. 만약, 정수기에서 흰색이나 투명한 이물질이 나온다고 한다면 이는 Biofilm일 가능성이 아주 높고, 세균 또한 발견 될 것입니다. 이렇듯 Biofilm은 물이 있는 곳은 어디서나 발견되는 것으로 수인성 세균의 증식처(배지)로 이용되기 쉬운 물질입니다.
◉ 치과에서의 Biofilm
치과에서 물(치과용수)은 필수적으로, 핸드피스로 치아를 삭제하거나, 스켈링을 할 때, 또한 수술시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치과용수는 무균 상태이어야 하는데 지난 호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치과용수에서는 세균이 검출됩니다. 그 이유는 무균수(증류수, 식염수, 살균된 물, 정수된 물)를 저수탱크에 넣어 유닛체어로 보내더라도 치과용수가 지나는 수관(물의 이동 통로)내에서 형성된 Biofilm에 의해 오염되기 때문입니다.
그 모식도는 그림 1에서 설명하듯이 물속의 유기물질이 수관 내벽에 쌓이기 때문이고, 특히 치과 유닛체어 내의 수관에 많이 생성되는 이유는 그림 2와 같습니다.
정수기의 저장탱크나 콜라탱크, 직수타입일 경우의 수도관에서 진료실 내로 연결되는 수관(중앙공급)은 보통 10~12mm 직경을 사용하는데, 실제 스켈러나 핸드피스에 연결된 수관은 2-3mm 직경에 불과해 스켈링을 열심히 하여 물을 사용하더라도, 실제 중앙공급관에서의 물의 유속은 엄청 낮게 형성됩니다. 이렇게 유속이 낮은 곳에서는 Biofilm 형성이 쉬워져 그림 3과 같이 정수기를 사용하더라도 큰 덩어리의 Biofilm이 형성됩니다.
또한 하나의 유닛체어 물이 하루 중 실제 가동되는 시간은 2시간도 채 안될 겁니다. 이런 경우, 핸드피스나 스켈러등의 가는 관은 물이 고여 있는 상태가 되므로 쉽게 Biofilm이 형성됩니다.(그림 4) 이러한 Biofilm이 형성되어 있다가 수관 내벽과 분리되어 나올 경우, 핸드피스나 스켈러가 막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때 교정용 ligature wire를 이용해 수관을 뚫어 줄 경우, 코 같은 물질이 나오는 데 이것을 Biofilm이라 부르고, 이런 경우 뚫리더라도 수관 내벽에는 아직도 많은 Biofilm이 들어 있습니다. 실제 AQUQZEN에서 소개해준 Sterilex란 수관세척제(그림 5)를 이용해 수관 소독을 해 본 경우 아래 사진 (그림 6~8)과 같이 여러 색깔과 형상의 Biofilm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Biofilm은 대부분 유기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세균의 증식이 쉽게 이루어 지면서 수돗물에 함유된 살균물질인 잔류 염소를 흡착합니다. 즉, 치과로 들어오는 수돗물에 0.20ppm이상의 잔류염소가 들어 있어서 무균상태였는데, 치과용수관을 지나면서 세균이 발생되는 이유는 치과용수관 속의 Biofilm 표면에서 잔류염소를 흡착하여, 살균물질이 없는 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수기에서 정수된 물과 같아서 살균물질 없이 고여 있으면, 쉽게 세균에 오염됩니다. 그 이유 때문에 지상파의 소비자 불만 같은 고발프로는 정수기의 세균검출이란 주제를 자주 다룹니다. 세균에 오염된 후, Biofilm을 배지로 쉽게 증식되고, 그 결과 세균을 아주 많이 함유한 물로 환자를 치료하게 됩니다.
실제 ABC방송의 20/20에서는 호수가 주변에서 찌꺼기가 떠 있는 물과 같은 정도의 세균(대략 1,000,000 C.F.u/ml)이 함유된 치과용수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치과용수의 오염은 다른 어떤 환경에서보다 쉽습니다. Dr.S.E.Mills에 의하면 안전한 치과용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1-2주에 1회 Biofilm을 제거해야만, 치과용수가 안전하고, 또한 열수 있는 저장탱크를 두어 살균제가 함유된 물을 사용하라고 합니다. 그 살균제로는 수돗물에 들어 있는 잔류염소를 이용하는 것이 제일 편하며, 유닛체어에 달려 있는 저장탱크(Seperater Water System)가 있다면, 식염수나 증류수에 락스 한두 방울이나 가글액을 5-10% 정도 섞어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합니다.
또한 그 S.W.S에 Sterilex나 Sterisol(AQUAZEN 공급)로 1-2주에 1회 소독을 한다면 수인성 세균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산하 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의료기관 평가를 담당하는데, 이를 수관관리라 칭하고 현재 치과병원 감염관리 위원회에서는 수관관리를 교육하며 실천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향후 이러한 감염관리를 담당할 위생사 교육기관에는 정규과정의 일부로 채택될 거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이렇듯 치과용수의 오염을 방지하는 수관관리는 정수기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치과 종사자들에게는 새로운 지식으로 다가오고 실천해야 할 일입니다. 실제 정수기만 달아 놓고, 어린이에게 치과용수를 먹으라고 하는 말은 광고일 뿐입니다. 먹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오염된 물로 손상받은 혈관을 접촉시키는 것이고, 에어로 졸 상태의 오염된 치과용수를 흡입하는 진료실 종사자나 환자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치과에서는 1-2주에 1회 수관소독을 하고, 반드시 살균제가 함유된 물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의 Biofilm
90년대 초 대한민국의 수돗물은 엄청난 불신을 일으켰습니다. 현재는 준 재벌에 가까운 회사로 성장한 W란 회사가 정수기를 팔기 위해 T.D.S(Total Dissolved Solid; 물에 녹아 있는 유기물 무기물의 고형 물질) 측정기를 이용해 우리가 사용하는 수돗물에 엄청난 이물질이 들어 있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더불어 일부 수돗물에서 바이러스를 비롯한 세균이 검출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가정이나 학교, 병원 등 모든 곳에 정수기가 설치되어 그 정수물을 먹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왔는데, 관리되지 않는 정수기(필터교환은 주기적으로 했으나, 저장탱크나 수관을 소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균이 검출되어 신체에 더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필자도 가급적 정수기 물은 먹지 않습니다. 몸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수돗물을 끓여 먹고, 찬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정수기 저장탱크에 2주에 1회 소독약을 넣고 Biofilm을 제거합니다. 또한 국내 우수의 정수기 업체에서도 이 사실을 인식하여 코디라던가, 자가 소독이란 말로 소비자를 현혹하지만 그 결과는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치과용수 오염과 같은 것으로 Biofilm때문입니다.
정수기도 기계적 구조 때문에 2주에 1회 수관관리를 하지 않으면 치과용수와 같이 오염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필자에게 어떤 정수기가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미국의 대형 매장에서 판매하던, 윗통에 수돗물을 부어, 아래통으로 내려 바로 먹거나, 끓이거나, 냉장고에 저장하는 정수기를 권할 것입니다. 간단하면서도 필터 교환은 쉽고, 윗통 아래통 모두를 세제로 닦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통이 더러우면 아무리 깨끗한 물을 붓는다 해도, 그 물은 쉽게 더러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호에서는 수관관리의 방법과 결과에 대하여 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