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ay : Seeing is believing
상태바
Q-ray : Seeing is believing
  • 김백일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 승인 2012.04.20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 속담에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로써, 서양에도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비슷한 격언이 있다. 이러한 옛 선현들의 지혜를 반영하듯이 최근 인지과학 분야의 연구들은 인간의 두뇌가 각종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정보의 70% 이상을 시각적인 정보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치의학 분야에서는 구강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치과의사의 시진(inspection)을 통해서 병을 진단해왔다. 예를 들어서 치아우식증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와동(cavity)이 있어야 충치라고 진단했고, 치주질환은 치주탐침의 깊이가 일정 깊이 이상일 때 치주병으로 진단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임상적 지표들은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기 때문에 이런 증상들이 탐지된 후 세울 수 있는 치료계획은 대부분이 재활치료에 해당되는 치료였다. 또한 전통적 진단 기법인 시진은 구강질환의 진행단계의 초기 병적 변화를 포착하는 데는 매우 취약하여, 시진으로 초기 교합면 충치를 진단할 수 있는 민감도는 불과 20%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구강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진행된 병소가 형성되기 전에 미세한 병적 변화를 조기에 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초기 변화는 맨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상태의 구강질환을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탐지장비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치 의사들이 귀로 듣기 어려운 심박동을 잘 듣기 위해서 청진기를 사용하듯이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구강질환의 상태를 치과 전문가는 물론 환자도 함께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1978년에 스웨덴의 Dr. Folke Sundstrom 에 의해서 치아에 쪼이면 녹색의 형광이 발생되는 405 nm의 파장을 가진 푸른 빛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 광선을 초기 우식증인 white spot에 조사하면 병소 부위에서 건전한 치면에서 발현되던 녹색 형광이 상대적으로 소실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던 네덜란드의 Dr. Elbert Josselin de Jong은 이 원리를 반영하여 세계 최초로 1999년에 우식병소의 변화를 평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초기 치아우식증을 탐지하고 그 병소의 깊이와 면적을 정량화시킬 수 있는 QLF(Quantitative Light induced Fluorescence)라는 장비이다. 그리고 이 장비에 이용되는 405 nm의 푸른색 빛의 파장을 Q-ray라고 명명하였는데, 이때의Q는 정량화(Quantification)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QLF는 최근 한 단계 진화를 거듭하여 QLF-D(Quantitative Light induced Fluorescence-Digital)가 개발되었다. QLF-D는 기존의 QLF에서 사용하는 동일한 파장의 광원과 특수 필터를 사용해서 구강 내 미세변화를 촬영할 수 있는 장비이다.(그림 1)

QLF-D의 원리는 구강 내 바이오필름 중에서 후기 집락세균(late colonizer)들이 분비하는 대사산물인 포피린(Porphyrin)을 붉은색의 형광으로 탐지하는 것이다. QLF-D를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1. 다양한 종류의 치아우식증 탐지 : QLF-D는 와동이 형성되기 이전의 초기 치아우식증인 white spot뿐만 아니라 숨어있는 치아우식증(hidden caries) 및 인접면 우식증도 탐지가 가능하다. 특히 초기 치아우식증의 경우는 정상 법랑질에 비해서 형광의 소실된 정도를 비교하여 우식 병소의 깊이와 면적을 정량화된 수치로 제공해줌으로써 불소도포와 같은 예방진료의 효과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그림 2) 또한 QLF-D와 occlusal mirror를 함께 사용할 경우 전통적으로 인접면 우식증 진단에서 유일하게 사용해왔던 bitewing film보다 민감하게 인접면 우식증의 탐지도 가능하다.(그림 3)

2. 치태 탐지 : 전통적으로 치태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치태의 단백질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치태염색제를 사용해왔다. 치태염색제는 치태뿐만 아니라 타액에 의한 획득피막과 정상 연조직도 함께 염색을 시키며, 이러한 염색을 지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QLF-D는 치태염색제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오래된 바이오필름의 세균성 대사산물인 포피린을 붉은색의 형광으로 보여준다. 또한 촬영과 동시에 0에서 5점까지 자동으로 치태지수를 정량화시켜서 제시해준다.(그림 4) 이러한 시스템의 편의성은 우식 위험이 높은 교정환자가 정기 검진을 위해 내원할 경우 간편한 촬영으로 본인의 치태 침착 상태를 알려주고, 구강관리가 소홀한 부위의 칫솔질을 교육하는데 효과적이다.

3. 치석탐지 : 치석은 오래된 바이오필름이 석회화된 것이기 때문에 특히 강한 붉은 색의 형광을 나타낸다.(그림 5) 이러한 형광현상은 치은연상 치석뿐만 아니라 치은연하 치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임상현장에서는 스케일링 전과 후에 간단한 촬영을 통해서 구강 내에 잔존하고 있는 치석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치위생 교육에 활용한다면 학생 임상 실습과정에서의 교육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4. 치아수복물의 변연누출 확인 : 모든 치아수복물은 변연부의 미세누출이 발생함으로써 수명을 다하게 된다. QLF-D를 이용하면 수복물의 변연부에 침착된 바이오필름을 조기 탐지함으로써 수복물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그림 6) 특히 실런트 시술 전에 해당 치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런트 시술 후 정기 내원 시 실런트의 유지상태를 쉽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추가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한편, QLF-D처럼 촬영된 영상을 저장하거나 정량화된 분석이 필요하지 않고 임상에서 단순히 시각적인 확인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Q-ray view라는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Q-ray view는 QLF-D와 동일한 파장의 빛과 필터가 내장된 고글을 착용하여 간단히 병소를 확인할 수 있다.(그림 7)

전통적인 치의학은 진행된 병소를 육안으로 확인한 후 뒤 치료하는 재활치료에 중심을 두어왔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과거와는 달리 질병의 패턴이 크게 변화하고, 일반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치과 치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즉, 다가오는 미래에는 치과 치료가 기존의 치과를 지탱해온 외과적 모델(surgical model)에서 비외과적인 모델(nonsurgical model)로 급격히 변화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기 병소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첨단 진단 장비가 필요한데, 그 정점에 바로 QLF-D가 있다. 향후 치과계의 미래는 초기 병소를 탐지하는 기술과 이렇게 탐지된 병소에 대한 비외과적인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라는 두 개의 축이 치과계를 구동하는 핵심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치과위생사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