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인적자원 활용에 치과계 공동 노력 필요"
상태바
"효율적 인적자원 활용에 치과계 공동 노력 필요"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7.05.18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원가 예방진료 수요 확대방안 찾아야 … 정부 ‘구강보건정책 전문행정’도 주문

마득상(53)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학교실 교수는 치과위생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치과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치과병·의원에서 예방진료 수요를 증대시킬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는 것이 마 교수의 생각이다.

국민 구강건강 증진이라는 치과계 존재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구강보건 전담 부서’를 서둘러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마 교수는 강릉원주대 치의예과 개설 초창기부터 지금껏 20년 넘게 예방치의학 분야를 선도해 나갈 후진양성과 연구수행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치과계의 현주소와 미래 방향에 대해 듣고 싶어 인터뷰를 청했다.

마득상 강릉원주대 치과대학 교수(마득상 교수 제공)

인터뷰는 마 교수의 일정상 최근 서면으로 진행됐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기자의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을 보내왔다. 답변은 본래의 뜻이 왜곡되지 않도록 질의에 대한 응답 형태로 정리해 담았다.

 

지난해 강릉원주대 치대에서 재직 20주년을 맞이했다. 근황과 함께 그간 소회를 밝히자면.

강릉원주대학교 치의예과가 설립된 초창기인 1992년에 이곳에 왔다. 이미 학교의 틀이 잡혀있는 다른 대학과 달리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결해야 과제가 많았고, 그 만큼 많은 의욕을 갖고 임했다. 내가 속한 예방치학교실은 지난 20년 후학 양성을 비롯해 구강역학조사, 구강보건정책, 임상예방진료 등 예방치학의 여러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강릉원주대 치대에 오신 교수님들은 모두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어서 20여 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치의학 교육을 포함한 많은 부문에서 괄목한 성장을 이룬 치과대학이 되었다. 지나온 과정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대학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학장직에 임하고 있다.

 

예방치학 전문의로서 치과계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자면.

원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치과계의 존재 이유는 국민 구강건강 증진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과거와 비교해 국민의 구강건강 수준이 나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치과계가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 구강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발전을 거듭할수록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현재 치과계는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할 컨트롤타워가 미약하다. 따라서 각 단위별로는 나름 성과를 갖고 있으나, 이를 조화롭게 엮어가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치과계가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자면.

치과의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약 30%인 반면 의원의 경우 그 두 배가 넘는 65% 정도다. 더욱이 비급여 본인부담률도 의원과 종합병원이 각각 15%, 20% 수준인데 반해 치과의원은 50%를 훨씬 웃돈다. 비급여에 대한 본인 부담이 높음에도 구강검진이나 예방 진료에 대한 참여도는 저조하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려면 정책이 다각도로 추진돼야 하고, 모든 정책이 조화롭고 꾸준히 추진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

 

상기 답변과 관련,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구강보건 전담 부서’ 설치다. 구강보건행정이 전문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국민 구강건강 증진은 기대할 수 없다. 구강진료의 질적 향상과 국민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치과학계 연구보고가 아무리 제시된다고 한들, 전문행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행정조직이 미약한데 어떻게 연구결과가 현실에 반영되고 환류를 통해 구강보건정책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겠나.

 

치과계 발전과 함께 치과위생사 규모도 커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치과계 차원에서 치과위생사 인력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2020년대 초반이 되면 활동 치과위생사의 비율이 치과의사의 2배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과위생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부문에서 치과위생사의 활용과 전문성 개발이 적극 검토돼야 하고, 치과계의 공동 노력을 통해 치과병·의원에서 예방진료 수요를 합리적으로 증대시킬 방안과 치과위생사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정책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양질의 치과위생사 양성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교육자로서 현행 치과위생사 양성교육이나 국가시험 제도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자면.

해당 교육에 직접 몸담고 있지 않아서 의견을 내기가 조심스럽다. 치위생(학)과의 교육은 3년제 기반에서 4년제로 변하면서 현재 3년제와 4년제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교육 인증평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치과위생사가 가져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양성교육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되길 바란다. 국가시험은 인증평가 준비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잘 활용하면 그 방향성을 찾을 것 같다. 치과위생사는 업무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주어진 진료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물론, 진료보조와 방사선 촬영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을 인증평가와 국가시험에 적절히 담아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인증을 강화하고 국가시험을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같은 맥락에서 치과위생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치과위생사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발전의 밑바탕에는 ‘기본이 무엇인가?’라는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발전이란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결과물이 전부가 아니다. 치과위생사 면허자의 90% 이상이 치과의원에 근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치과의원에서 치과위생사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업무가 무엇이고, 그러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양성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울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또한 치과위생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진료 환경 조성에 치과계가 함께 노력해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기반 위에서 치과위생사에게 요구되는 보다 전문적인 능력을 치과위생사가 발휘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부문, 행정부문, 특수진료 분야 등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치과위생사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선결 요건은 무엇일까.

우선 양성과정의 질적 수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치과위생사의 질적 향상과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학문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치과위생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개발·개선하는데 바탕이 되는 학문적 성과가 지속적으로 축적돼야 한다. 또한 치과위생학이 현재 연구 분야 표준 분류에 독립된 학문으로 분류되지 못한 데 대한 검토 속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치위생계 숙원사업인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견해도 밝혀 달라.

치과위생사의 위상을 찾고 국민 구강건강에 이바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를 모델로 한 ‘치과의사·치과위생사·간호조무사(또는 치과 간호조무사)’로 단순히 제시된 모델은 지금 현실에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치과계 공동 노력을 통해 치과위생사의 특성을 반영한 전문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토대가 공공부문과 치과병·의원에 마련되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치과위생사가 의료인의 범주로 인식될 수 있는 기틀을 조성해야 한다.

 

치과위생사협회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주문할 사항이 있다면

이제까지 꾸준히 노력해온 것을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치위생계가 추진하는 여러 현안을 해결하려면 지속적으로 치과의사협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견차를 좁히고, 공동으로 정책을 추진해 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치과의사협회에도 똑같이 주문하고 싶은 사항이다.

 

젊은 치과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눈은 늘 타인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은 잘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기개발에 충실하면 좋겠다. 헤르멘 헤세의 ‘데미안’에서 주인공 싱클레어가 어느 날 자기 자신에게서 데미안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개발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 날 꿈꾸던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젊은 그대들이 후배 치과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 말이 자기 자신에게 되물어봄직한 말이지 않을까.

 

마득상 교수는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치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강릉원주대 치과대학장, 강릉원주대 예방치학교실 주임교수, 강원도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초대 센터장,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