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신 종로인치과 원장
김철신(46) 종로인치과 원장은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정책국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등을 역임하며 치과의료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자처했다. 협회 정책이사직을 맡은 동안 ‘주사보다 무서운 영리병원 이야기-의료괴담’이란 저서를 공동 집필하며 의료 분야 민영화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주목받기도 했다.
건치신문 편집국장,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등을 맡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를 12일 낮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근황을 물었더니 “건치신문 편집국장으로서 올바른 치과 언론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그는 임상의로 일하면서 바쁜 와중에도 매일 수시로 기사를 확인하고 뉴스의 전체 편집 방향을 설정하는 등 자신이 맡은 역할 안에서 충실하고 있다.
여론을 대변하는 언론인이자 각종 공동체의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을 자처해온 그이기에 치과위생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 동안 막힘없는 답변이 술술 이어졌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현재 치과계가 처한 상황, 어떻게 보고 있나. 개원의로서 치과 개원가가 겪고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얘기해 달라.
“의료인이 양심을 지키면서 일하면 성공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구조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현재는 민간 치과의원이 무분별하게 배출되고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벌이는, 그야말로 정부가 방임으로 일관하는 구조다. 개원가는 끊임없이 경쟁에 노출되고, 경영 악화와 진료 행위에서 만족도 저하를 겪는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지난 10년간 의료 상업화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그럴진대 의료인의 양심에만 기대는 건 무리다. 개인적인 경쟁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1차 의료를 강화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 하다고 본다. 치과의료 전달체계를 중심으 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할 대안을 제시하자면.
“치과의원이 지역민의 건강을 포괄적으로 증진하는 센터로 거듭나야 한다. 언제까지 행위별 수가를 기반으로 진료를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에 매몰될 것인가. 질병이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차원을 넘어 환자와 국민의 구강건강 관리와 증진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치과가 경영적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회적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부에 관련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 치과계 내부에서도 정부만 탓할게 아니라 먼저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치과의원이 국민 구강건강 증진센터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는데, 개원가에서 예방중심 진료를 표방하는 것과는 무엇이 다른가.
“일부 치과에서 예방중심의 진료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실란트 등 예방 진료행위에만 국한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행위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최적의 전략을 세워주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을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예방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그런 내용으로는 치과 경영이 안된다는 데 있다. 사회적 보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 구강건강이라는 치과계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개원가에서 치과위생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다양한 모습이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보건의료를 단순히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또 그것이 의료인의 임무라고 여기는 데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치과위생사는 치과의사가 아픈 사람을 치료할 때 도와주는 사람, 그 정도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 국민 구강건강 증진을 위해 교육을 하거나, 사회적인 체제를 만들거나,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활동을 하거나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 모든 영역에서 치과위생사가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치과의사가 치과에서 치료만 하는 사람이라면, 치과위생사의 역할도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같이 고민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개원가의 난제인 치과위생사 인력난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단기간 치과위생사 인력이 급증했으나 개원가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무조건적인 학과 증설과 정원 증원이 개원가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지 치과의사들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미 오랜 시간 진행한 방법인 만큼 합리적인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치과의사협회, 치과위생사협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싸울지언정 대안을 갖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더 나은 대안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검토하다보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수용 가능한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협회 간 공동의 조사나 연구 활동도 필요하다. 사실 보건의료 인력을 개발하고 인적 자원을 조달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치과위생사가 추구하는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전문 직업인으로서 위상, 로드맵, 치과위생사들이 가져야 할 구체적인 정체성이 의료인화에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료인화의 구호만 있는 것 같다. 구호가 크다보니 다른 내용이 묻힌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의료인화가 직업적·사회적·치과의료계 차원에서 갖는 의미가 제시돼야 한다. 치과위생사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고 직업인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 치과위생사들이 제시하는 발전 전망과 비전에 의료인화가 가장 적합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어느 누가 들어도 의료인화가 아니고선 치과위생사의 활동방향과 비전을 구현할 방법이 없겠다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고 나서 가깝게는 치과계, 멀리는 국민을 상대로 설득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의료인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명 성장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협회와 구성원들이 의료인화를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고 또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하고 준비 해야 한다. 치과위생사들의 책임성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치과위생사협회에서 회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임상가들이 협회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은데.
“협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본다. 대의원들은 회원들의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권한을 준 사람과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과의 괴리가 크다면 협회 발전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협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임상가를 발굴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에 여성할당제를 도입한 것처럼 집행부의 몇 퍼센트를 임상가로 구성하는 것을 회칙에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 출산정책을 추진하듯, 협회 차원에서 배려도 필요하다. 시간이 없으면 시간에 대한 배려를, 경험이 없으면 경험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그만큼 협회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해야 한다.”
치과위생사협회에 특별히 주문할 사항이 있다면?
“전문직업인 단체로서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많은 교육기관에서 치과위생사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힘을 가지면서 동시에 권한과 책임을 요구받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건 양날의 검이다. 권한만 행사하는 집단은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돌아보며 성장한다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집단이 될 것이다.”
젊은 치과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야를 넓혀라.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 길이 전부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바꾸려고 노력 하고, 여러 시도를 통해 시야를 넓혀 자신이 나아갈 길을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아는 만큼 자신이 성장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