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시간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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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시간 해석
  • 하종강 교수(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승인 2024.01.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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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
하종강 교수
지난해 12월 7일 대법원은 ‘1주일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할 때 1주 총 노동시간 중 법정 노동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하는 만큼만 1주 ‘연장근로’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하는 판결을 했다. 이에 대한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조항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요점만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①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이 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졌다. 보수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 경영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고, 개혁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곤 했다. 가장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법원의 판결이거늘 “바람이 불면 풀보다 법원이 먼저 눕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했다.
 
주 68시간 노동
박근혜 정부 당시 “1주일은 7일이 아니라 5일”이라는 기상천외한 해석이 강조됐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①항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의 “1주”를 7일이 아니라 공휴일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만 의미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따라서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은 그 5일의 노동시간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나머지 토요일과 일요일의 노동은 그 “40시간”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률적으로 허용되는 7일간의 최대 노동시간은 평일 52시간(법정 기준 40시간 + 연장 12시간)과 토·일요일 각 8시간씩 모두 68시간으로 늘어난다. 노동계에서는 “길을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1주일이 며칠이냐?’ 물어보라. 모두 ‘1주일은 7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기업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기 위해 ‘1주일은 5일’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 것이다”라고 반발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한동안 통용됐다.
 
주 최대 52시간 노동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종전대로 “1주”는 7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상회복됐다. 그렇게 되면 법률적으로 허용되는 1주일 7일간의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법정 기준 40시간 + 연장 12시간)이 된다. 그래서 “주 52시간제”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엄연히 “주 40시간제”를 실시하는 나라이고 굳이 52라는 숫자를 사용하고 싶으면 “주 최대 52시간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 - 연장근로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②항에서는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52조 ①항에서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규정에 따라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은 모두 연장근로에 해당한다고 해석해 왔다. 예를 들어 어떤 노동자가 월요일 14시간, 화요일 4시간, 수요일 14시간, 목요일 4시간, 금요일 14시간, 토요일 2시간을 일했다고 하자. 이 노동자는 월요일 6시간, 수요일 6시간, 금요일 6시간 등 1주일 동안 모두 18시간의 연장 노동을 한 셈이다. 1주일의 총 노동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서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지만, 연장 노동시간은 모두 18시간이 된다. 즉 근로기준법 제52조 ①항의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6시간이나 초과해 위반한 것이다.
 
‘1주 간 12시간 한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
지난해 12월의 대법원 판결은 ‘1주일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할 때 1주 총 노동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만큼만 1주 연장근로 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꼼꼼히 읽어 보자.
 
“근로기준법은 1주 단위로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설정하고 있는데, 이때의 ‘연장근로’란 (법정 근로시간 관련 규정인) 50조 1항(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에서 말하는 ‘1주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게 되면 위에 예로 든 노동자의 경우 1주일 동안의 총 연장노동 시간은 실제 총 노동시간 52시간에서 법정 기준 노동시간 40시간을 뺀 12시간이어서 근로기준법 제52조 ①항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하루 20시간 이상 근무도 가능해져 대법원이 과로사 등의 원인이 되는 고강도 집중근로 우회로를 뚫어준 것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시가 ‘연장근로 수당 계산’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연장근로 수당을 계산할 때는 지금까지 해 오던 것처럼 개별 근무일의 연장노동 시간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에 대한 계산을 1일 단위와 1주일 단위에 따라 다르게 본다는 것인데, 일관성이 없는 해석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기업에 유리한 해석을 하느라고 무리수를 두다가 노동계의 반발이 너무 크게 확산돼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 결과가 아닌가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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