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아날로그 감성으로 치과위생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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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아날로그 감성으로 치과위생사를 생각한다
  • 김영경 교수(충청대학교 치위생과)
  • 승인 2024.01.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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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교수
김영경 교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라는 속담이 있다. 경험이 일천하여 뭣 모르고 설친다는 의미다. 다르게 읽으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을 모르면 용감해진다. 실패한 경험이나 힘들어진 경험이 없으니 세상이 돈짝만하게 보이니 두려울 것이 없다. 그러다 보면 무모한 도전을 해보기도 하고 그에 따라 세상을 바꾸는 엄청난 결과도 만들어낸다. 사실 세상을 살다보면 실패와 성공의 경험에 의해 어떠한 일들은 엄청난 두려움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면 지혜로워지기도 한다.
 
세상이 발전하다 보니 정보가 넘친다. 직접적인 경험을 하지 않아도 손가락 클릭하나에 많은 것을 얻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도 그 경험에 몰입하여 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정보의 홍수 속에 ‘디지털에 의한 공포’가 생기기도 한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그 안에서 이른바 ‘또라이’들은 어찌나 넘쳐나는지. 혹여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그 이상한 ‘또라이’들은 아닌지, 그런 이상한 진상들을 만나는 것은 아닌지, 고민되고 두렵기까지 하다. 세상의 모든 관계는 물질적 욕망의 자아가 만들어내는 ‘소비의 경험’으로 형성되어 버린다. 내가 저 사람에게 100원어치의 호의를 베풀었는데 그가 나에게 50원어치로 갚아 주면 일단 자존심이 상한다. 비록 50원어치를 덜 받았지만, 그 계산에서 우리는 ‘호구’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바보’가 되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감정의 소비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저 디지털식으로 그가 내게 준 100원만큼 돌려주고, 내가 준 100원만큼만 돌려받길 원한다. 그러면서 점점 우리는 철저한 디지털 세상 안에 갇혀 마음에 ‘투명한 랩’을 겹겹이 감싸고 인간관계를 아주 디지털적으로 차단한다.
 
그러나 그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나는 외로워’, ‘나는 존중받고 싶어’, ‘나는 인정받아야 해’라는 아주 단순한 아날로그식 감정이 바탕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이 발전하고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의 감정은 ‘디지털화’하지 않는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면 같이 웃고, 이웃을 돕는 의인을 보면 가서 ‘돈쭐을 내고 싶다’라는 마음은 바로 인간의 가장 순수한 마음 즉 ‘측은지심’이 발현되는 것은 아닐까? 치과위생사에게 ‘측은지심’은 필수 덕목이다. 왜냐하면 치과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오기 때문이다.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 환자를 보고 처음에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묻는다. 그럼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과에 이 아파서 오지 뭐 하러 왔겠어요?’ 이렇게 대답하면 온몸의 감정들이 곤두서며 일단 그 환자에 대한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된다. 긴장하거나 분노하거나. 이럴 때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측은지심’과 전문가로서의 치과위생사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치과를 찾아와 스케일링을 맡기거나 하면 환자는 우리를 전문가로 인정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에 따른 의무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섣부른 지식이나 태도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더 키우고 그에 따른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가 가지는 기본적인 마음일 것이다. 스스로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내가 나를 전문가로서 인정하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보수교육은 필수다. 
 
올해 국제치위생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의 치과위생사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드높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정체성이라는 것이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남이 나를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치과위생사’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알리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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