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치위생학과는 보건의료계와 치과계에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와 이에 따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회 참여 역량을 강화하고자 토론회에 참석하게 됐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이하 학회)는 지난 3월 26일 6·13 지방선거를 맞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방자치시대의 건강불평등,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친 건강불평등 현황이 발표된 가운데, 심화되는 지역 간 건강불평등 문제의 ‘정책 의제화’ 활동 시작을 알렸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건강불평등의 통계 결과에 따르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소득이 높은 사람보다 수명이 6.6년 짧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11.3년 짧았다. 또한 소득의 하위 20%와 상위 20% 집단 간 건강수명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지역은 그 차이가 무려 21.2년에 달했다.
이렇게 심화되는 지역 간 건강불평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나 방안 구축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단순한 건강불평등 감소라는 명시적 목표 제시에 그치고 있다.
이에 학회는 “건강 격차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는 더 벌어지고 해결은 더욱 힘들어진다는 점”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건강불평등의 문제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인 ‘건강할 권리’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소득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로 이어지고 이는 개인의 노동환경과 조건을 결정하게 되며, 그것은 한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건강불평등에 대한 문제는 다각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건강불평등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토론자로 나선 장경수 여의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건강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건강불평등 수준에 대한 객관적 지표개발과 정확한 측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문제 현황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건강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을 촉발시키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건강불평등이 정부의 정책 의제로 채택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불평등에 대한 지역사회 수준의 객관적 증거의 부족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결코 적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지역사회에서 이를 바로 쓰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사회 수준으로 활용 가능한 자료를 요약해 제공한다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제를 집행하는 정치세력은 건강을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인식하고 건강불평등 문제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 과제로 둬야 한다. 그리고 문제 현황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건강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을 촉발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건강불평등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명확한 정책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이는 구강건강불평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구강사업 목적이나 목표는 잘 제시돼 있지만 행정체계가 매우 미흡하며 지자체에서 시행되기 위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구체적 근거가 없으면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내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강력한 설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예산확보에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이 시행되기 위해서 지자체나 보건복지부에서 사업 규모에 비례한 예산 분포가 나와야 하며, 인력에 대한 표기 등도 명시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공무원이나 보건복지 담당자, 국회의원이 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권역별로 취약계층과 투입인력 등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조사를 기초로 구체적인 내용(사업명, 수요, 사업량, 사업주체 명시, 인력, 예산, 자원)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보건공공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치과위생사는 의사, 간호사의 수보다 현저히 적은 상태다. ‘구강보건관련서비스 제공’이라는 표면적인 정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졸업 후 진료실에 그치지 않고 보다 넓은 세계에서 구강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치과위생사가 공직(구강건강보건정책 전문가)에 진출할 수 있는 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공공부문의 구강보건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치과의료 인력(치과의사, 치과위생사)의 정기적인 교육훈련 강화를 통한 역량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치과위생사는 구강보건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모두 갖춘 구강보건전문가로서 구강을 올바르게 관리하고 구강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 환경 및 기반 조성을 통해 행정체계를 안정화 할 기틀을 마련한다면, 치과위생사는 이러한 역할을 보다 충실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글/유지윤·오현지·김송현·이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