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로서 가장 빛났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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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로서 가장 빛났던 순간
  • 서혜원 홍보위원
  • 승인 2019.08.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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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바세코 해외의료봉사활동을 마무리하며

지난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일산병원이 함께 추진한 사회공헌사업인 필리핀 해외봉사에 참여했다.

11년차 치과위생사로서 임상을 벗어나 처음으로 참여하는 해외봉사였다. 병원에는 치과, 소아과, 내과, 정형외과 등의 전문의와 약사, 간호사들이 주로 참여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배식봉사 및 시설봉사 등 일반 봉사에 도움이 될 사람들이 주로 참여했다.

내가 생각한 필리핀은 보라카이, 세부와 같은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휴양지다.  하지만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근처의 바세코 지역은 강의 하류에 위치해 있으며 바다와 만나는 곳의 쓰레기매립지로 만들어진 땅이다.


비슷한 예로 지금은 힐링 명소이지만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던 서울의 난지도를 떠올릴 수 있겠다. 현재 난지도는 한강공원사업의 노력으로 캠핑장 및 월드컵공원 등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필리핀의 바세코는 세계 세 번째로 꼽히는 빈민지역이었으며 아직도 허가를 받지 않은 무수한 판잣집들과 범죄자들이 숨어사는 마을이다.

상하수도시설이 온전치 못해 구별이 어렵고 단수와 단전이 자주 일어난다. 골목골목 빼곡하게 들어선 작은 집에는 부모가 생계를 위해 일을 하러 나간 후, 맨발로 살아가는 어린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남아있을 뿐이다.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도 대부분 아이들이었고,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나 할머니 그리고 10대의 어린 임산부들도 있었다.

필리핀은 1년 내내 더운 날씨지만, 봉사 활동 차 방문한 지난 6월 중순은 무더위의 정점으로 체감온도가 40도에 달했다. 이 지역에서 십여 년간 봉사활동을 이어온 한국NGO단체를 통해 도착한 곳은 어느 교회의 작은 방이었다.

 

이 공간은 에어컨 없이 선풍기가 한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이동형 유니트 체어와 석션 등 여러 치과기구들과 치과재료를 갖고 진료준비를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이마와 콧등에 땀이 맺혔고, 봉사활동을 위해 입은 활동복은 진료를 준비한지 5분도 되지 않아 땀으로 축축해졌다.


환자들은 충치치료나 치과 스케일링을 원했지만 대부분이 이미 치아의 뿌리만 남았거나 발치를 해야만 하는 구강상태였다. 또한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환자들에게 진료 혜택이 주어져야 하고 지속적인 내원이 필요한 보존치료보다는 통증을 즉시 해소해 줄 수 있는 발치 위주로 진료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마지막 날, 초등학교의 고학년 아이들에게 칫솔과 치약을 선물 하면서 착색제를 이용한 잇솔질 교육 및 불소도포에 대한 구강보건교육을 할 시간이 주어졌다.

치과위생사로서 아이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미리 영어로 교육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긴장되고 설렜다. 어둡고 작은 반지하의 교실에서 함께 땀 흘리고 웃으며 진행했던 구강보건교육이 아이들의 기억에 깊이 남길 바란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안녕’ 한국말로 장난스럽게 인사하는 아이, 하이파이브를 청하며 내 허리에 안기는 아이, 친구 뒤에 숨어 부끄러움에 가득 찬 눈빛을 보내는 아이들.

모두 호기심 많고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치과 치료를 진행할 때, 아프고 무서웠을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이들 보다 더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끝까지 의연하게 견디는 바세코의 아이들을 보면서 힘든 환경에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바세코 지역의 거주민들은 실제로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처음 바세코에 도착했을 때, 생활환경과 건강상태만을 보고 이 지역 사람들을 안타깝고 불쌍하게 바라보았던 것은 오히려 나의 편견이었고 그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단순히 동정심으로만 봉사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시각에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나의 작은 행동이 그들의 건강과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해 들었던 봉사의 마지막 날, 그때가 나의 인생에 치과위생사로서 가장 빛나고 의미 있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 봉사기간 중 배려해주시고 함께 고생한 치과의사 윤준호 선생님과 직원 분들에게 고마웠고 봉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준 건강보험공단과 일산병원에 감사드립니다.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치과위생사협회 홈페이지 > 소통광장 > 봉사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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