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범 교수(서울대 치의학대학원)·김미선 교수(부천대 치위생학과)·최용금 교수(선문대 치위생학과)
지난 2025년 10월 24일, 우리는 일본 후쿠오카 치과대학 방문구강관리센터(Fukuoka Dental College Visiting Dental Care Center)를 찾았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현장’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진심과 철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령자의 구강상태를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읽어내고, 한 번의 평가만으로도 존엄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구강돌봄 현장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번 방문은 이마이(Imai) 교수(센터장)와 츠츠미(Tsutsumi) 교수(부센터장), 그리고 오카자키(Okazaki) 치과위생사의 안내로 진행되었다. 후쿠오카 치과대학의 방문구강관리센터는 단순한 부속시설이 아니라, 교육·연구·임상이 긴밀하게 순환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병원 내원이 어려운 재가 및 요양시설 거주 고령자를 대상으로 구강기능 상태를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하고,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를 교육 및 연구에 통합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대학이 지역사회 기반의 구강건강 관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문 당일, 우리는 연구진이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구강보건진료를 수행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였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는 한 팀을 이루어 요양원에 입소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구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였으며, 설압(舌圧) 측정을 통해 고령자의 혀 근력과 연하 기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였다. 이어서 구강 내 세균을 즉시 채취하여 간이 배양기를 활용해 총 세균수를 신속히 측정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였으며, 구강 습윤도 검사, 조음(발음) 기능 평가, 이동형 엑스레이 및 구강카메라 촬영 등을 단계적으로 수행하였다. 이와 같은 진료 과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정량적 데이터의 체계적 수집이 방문구강관리의 과학적 근거를 확립하고 실증적 연구 기반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임을 확인하였다.
특히 오카자키 치과위생사가 환자의 표정과 발음을 세심히 살피며 ‘파·타·카·라’ 발음을 이용해 조음기능을 평가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발음이 또렷해질 때마다 미소와 격려로 반응하는 모습 속에서 치과위생사의 세심한 관찰과 지속적인 피드백이 환자의 변화와 회복을 이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방문를 통해 우리는 일본의 방문구강관리체계가 ①정량적 자료 수집에 기반한 체계적 관리, ②의료·요양·재활 영역 간의 통합적 다학제 협력 구조 ③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교육·임상의 유기적 연계라는 측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완성도와 체계성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방문구강관리체계가 일본 정부의 공공의료 재정지원(의료보험)과 장기요양보험제도(개호보험)의 안정적 기반 위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대학과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연계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고령자의 구강건강 관리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돌봄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짧은 하루였지만, 이마이 교수와 츠츠미 교수, 그리고 오카자키 치과위생사의 전문적이고 따뜻한 돌봄의 현장은 오래 남을 것이다. 방문 치과의사, 치과위생사의 실천을 통해 ‘연결’과 ‘회복’이란 말의 의미를 새삼 느꼈다. 이제 한국에서도 구강돌봄을 통해 이러한 연결과 회복의 문화가 일상의 일부로 스며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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