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법 개정 논의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개정안의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우려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의료기사에게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업무 구조를 법적으로 정비해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데 있다.
현재 의료기사 업무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수행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이 ‘지도’라는 용어는 법령상 구체적 의미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다. 전세영(2025)의 법학 박사학위 논문에서도 지적하듯, 지도 개념은 그 범위나 방식이 법률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해석하는 주체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불명확성 탓에 동일한 업무가 어떤 경우에는 적법한 의료기사 업무로 인정되지만, 다른 경우에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결국 이런 구조에서는 의료기사의 전문성과 역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어렵고, 책임의 주체 또한 명확하게 구분되기 어렵다.
실제 현장의 진료 과정은 의료법 체계가 만들어졌던 시기와 상당히 달라졌다. 병원 중심의 진료 환경을 전제로 했던 과거의 규정과 달리, 오늘날 의료서비스는 지역사회와 재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고령화, 만성질환의 증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등은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이 이루어진 이후, 일상적·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환경에서 의료기사의 업무는 더 이상 의료기관 안에서의 ‘공간적 지도’ 개념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밝힌 것처럼, 현장에서는 이미 의사의 판단에 따른 처방·의뢰를 바탕으로 의료기사가 기술적·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협업 구조가 병행되고 있다. 이는 의료기사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의사의 진단을 토대로 한 역할 분담이라는 점에서 기존 의료체계의 원칙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의료계 일각의 우려와 달리, 개정안에는 의료기사에게 독립적으로 진단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개정안은 처방·의뢰에 따라 이루어진 업무를 반드시 기록·보존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책임의 흐름을 명확하게 하고 업무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의료인의 책임성을 더욱 선명하게 하고, 의료기사의 업무가 임의적이거나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특정 직역의 요구만으로 추진되는 것도 아니다. 의료기사총연합회를 비롯해 의료·복지·장애·노인단체 등 총 27개 유관단체는 공동지지 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거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장기요양 대상자 등 의료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관리이다. 개정안은 이러한 요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여, 국민이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적시에 적절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
결국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의료체계의 안정성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변화된 의료환경을 반영하여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의료인의 책임과 전문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의료기사는 그 판단을 바탕으로 전문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직역 간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면서도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개선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제도 정비는 안전한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조건이며, 이번 개정안은 바로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한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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