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통합돌봄 시대, 구강돌봄을 다시 묻다
상태바
[논설] 통합돌봄 시대, 구강돌봄을 다시 묻다
  • 김영남 교수(경복대학교 치위생과)
  • 승인 2026.01.02 16:3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남 교수
김영남 교수
최근 어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일상 속에서 말과 식사 기능이 조금씩 불편해지는 노모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생각해왔던 돌봄의 의미와 구조에 대한 문제들이 한층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치매 환자들에 대한 돌봄의 현장을 조금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 본질은 의외로 “구강”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먹는 일과 삼키는 일, 말하는 일, 그리고 타인의 말에 잠시 미소 짓는 일 같은 단순하고 기본적인 기능들이 돌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통합돌봄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의료·복지·생활 지원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정작 구강돌봄은 여전히 논의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국회에서 열린 치매 관련 구강정책 토론회에서 나온 “구강돌봄이 실패하면 치매돌봄도 실패한다”는 주제어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식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구강기능의 작은 변화는 전신건강 악화의 초기 지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놓칠 경우 돌봄의 여러 단계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치매 환자의 구강기능 저하는 여러 전신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저작 기능 저하는 영양 섭취 감소와 체중 감소로 이어지고, 삼킴 기능 장애는 흡인성 폐렴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구강 통증이나 염증은 치매 환자의 행동심리증상(BPSD)을 악화시켜 돌봄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와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고령자 및 치매 돌봄 정책 논의 과정에서 구강기능 관리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구강 돌봄은 단순한 해부학적 구조를 넘어 기능 유지의 출발점이자 돌봄 체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재인식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구강돌봄을 둘러싼 정책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점차 가시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과천의 민·관 협력 요양원 구강관리 모델은 구강돌봄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런데 구강 돌봄을 포함한 통합돌봄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현장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할 전문 인력의 배치가 필수적이다. 치과위생사는 구강건강 사정, 저작·삼킴 기능 평가, 개별 구강관리 계획 수립, 직접 관리 제공, 보호자 및 요양보호사 교육 등 구강돌봄의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다. 특히 환자와의 접근성이 높아 구강 상태의 미세한 변화까지 일상적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초기 구강기능 저하를 신속하게 포착하고 적절한 개입으로 전신 악화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조기발견·조기개입 기능은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예방 중심 돌봄’의 목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를 위하여 국회에서는 치과위생사의 방문구강관리 역할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요양시설 내 구강돌봄 전문 인력 배치의 필요성도 정책적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또한 치위협을 중심으로 한 여러 보건의료단체가 의료기사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구강돌봄을 통합돌봄 체계 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충분히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삶은 때로 가장 작은 자리에서 흔들리지만, 또한 그 자리에서 다시 균형을 찾기도 한다. 입 안의 작은 움직임과 삼킴의 미세한 변화는 개인의 일상을 유지하는 기본 조건이며, 돌봄 체계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지점이다. 구강을 건강하게 돌보는 일은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26 통합돌봄 체계가 본격 시행될 예정인 지금, 우리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의 돌봄체계는 구강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
“구강돌봄을 담당할 전문인력의 역할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가?” 
 
아직 구강 돌봄의 제도적 기반은 충분하지 않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치과위생사가 있다. 돌봄의 질을 결정하는 구강 돌봄이 더이상 주변에 머물지 않고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를 위해 치과위생사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전문적 지식과 기술 함양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 사람의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합돌봄의 마땅한 방향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지원 2026-04-07 22:34:09
저는 현역 치위생사 입니다! 대한방문치의학회가 출범 한 만큼, 치위생사들이 방문구강관리와 교육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법안이 신속히 마련되어 치위생사들이 더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전문가가 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방문의료의 수요가 해가 지날 수록 늘어날 것을 고려하여 보건소인력만이 아닌 민간의료 기관이나 치위생사 개인이 연계 될 수 있기를 강력하게 희망합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