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이른바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되었다. 이 법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라는 익숙한 삶의 터전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의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이다. 그러나 이 약속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온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기사법)이 바로 그것이다.
현행 의료기사법은 치과위생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의료기사가 오직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약 60년 전, 의사와 의료기사가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던 의료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것으로, 당시에는 합리적인 제도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70만 명의 장애인과 1,000만 명이 넘는 어르신이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보건의료의 무게중심은 더 이상 병원 안에만 머물 수 없게 되었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이 검사나 치료 한 번을 위해 사설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다녀오면 며칠을 앓는다고 한다. 또한 중증 장애인의 경우에는 집 안에 홀로 방치되는 일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해결의 본질은 단순하다. 낡은 규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병원 문턱을 넘기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보건의료 서비스가 제때 닿도록 하는 일이다.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요구하는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현행 법률의 ‘지도’라는 표현에 ‘처방·의뢰’를 더하자는 것이다. 의사의 명확한 처방과 의뢰를 바탕으로, 의료기사가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의 언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미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처방·의뢰 기반의 업무를 법에 담는 것이며, 여기에 기록 보존을 통한 책임 체계를 더해 안전성을 확보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의 반발 속에 해당 법안은 이번에도 복지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사단체는 의사의 직접 지도·감독 없이는 환자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환자 안전을 위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 밖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에 대한 명확한 기록 체계와 책임 구조 등의 보완책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되물어야 할 것이 있다.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 도입에는 줄곧 반대해 온 의료계가, 방문재활에 대해서는 모니터 너머의 ‘원격지도’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과연 진정 환자를 위한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산정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의료기사법은 여전히 과거의 ‘지도’ 규정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은 현실과 제도의 심각한 괴리를 보여준다.
미국의 법학자 올리버 웬델 홈스는 말했다. “법의 생명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법이라도 살아있는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생명을 잃은 규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도 법이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면, 결국 법이 멈춘 자리에서 돌봄은 늙어가고, 그 무게는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먼저 닿게 된다.
특히 구강 영역에서 그 절박함은 더욱 선명하다. 씹고 삼키고 말하는 힘을 지키는 일은 영양을 지키고, 면역을 지키며, 결국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 자리에 전문가가 제때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법과 제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법이 막아선 자리에서는, 아무리 훈련된 손도 멈출 수밖에 없다.
의료기사법 개정은 특정 직역의 권한 확대를 위한 논의가 아니다. 초고령사회 속에서 국민이 자신이 살아온 공간에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에 관한 이야기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번 질문해야 한다. 제도가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그 부담은 과연 누가 감당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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