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경영진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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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경영진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이유
  • 하종강 교수(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승인 2024.03.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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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사장’이나 ‘원장’이나 ‘이사장’이나 ‘대표이사’는 가입할 수 없다. 우리나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그 사람들을 ‘사업의 경영담당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뭉뚱그려서 ‘사용자 이익 대표자’라고 표현한다. 사장뿐 아니라 전무, 상무, 이사, 비서실장 등도 모두 ‘사용자 이익 대표자’에 포함된다.
 
이러한 직책의 사람들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조합 간부들 중에서도 그 이유를 “최소한 회사의 비밀은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마음 착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학설이나 판례에서도 그렇게 해석한 예가 없다.
 
‘사용자 이익 대표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노동조합이란 기본적으로 회사 경영진에 맞서 노동자들의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조직이다. 그것이 노동조합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그러한 노동조합에 ‘노동자 편’이라기보다 ‘회사 편’에 가까운 사람이 가입하면 노동조합이란 조직의 순결성과 자주성이 훼손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면 노조에 대한 회사의 간섭과 지배가 발생할 수도 있기때문에 그렇게 처신할 가능성이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회사 측 ‘스파이’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여지를 봉쇄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취지로 만들어진 규정이 노동조합 조직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잘못 이용되기도 한다. 과장이나 부장 등 중간 관리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 회사에서는 그 사람들이 바로 ‘사용자 이익 대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노동조합과 회사 간에 “과장이나 부장은 관리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라거나 “부장이나 과장도 엄연히 피고용자이기 때문에 조합원 자격이 있다”라는 공방이 오가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나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여부는 직제상의 명칭에 의하여 형식적·획일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업무의 내용에 따라 매 경우마다 실질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문의 해당 부분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하고,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에 대한 인사, 급여, 징계, 감사, 노무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에 관한 기밀사항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등과 같이 그 직무상의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누6924 판결 등)
 
더불어 “이러한 자에 해당하는지는 일정한 직급이나 직책 등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고, 업무 내용이 단순히 보조적·조언적인 것에 불과하여 업무 수행과 조합원 활동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자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노동부의 업무지침(1988. 2. 19. 노조01254-2642)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사담당 직원 및 책임자, 노무당담 직원 및 책임자, 경영기획담당 직원 및 책임자” 또는 “통상 사용자에 전속되어 사용자의 업무를 보조하는 비서, 전용 운전수,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근로자에 관한 감시, 감독적 지위에 있는 감사담당 부서의 직원과 회사 내 경리, 회계를 전담하는 부서의 직원 및 책임자, 회사 내의 재산의 보호, 출입자 감시, 순찰 등의 경찰적 업무를 담당하는 경비직 등”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 회사에서는 어느 직책부터 노동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용자 이익 대표자에 포함된다고 볼 것인가?”를 판단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노동조합이라고 본다. 조합원의 범위는 노동조합이 스스로 판단하여 노조 조직에 가장 유리한 쪽으로 노동조합 규약에 정하면 되는 것이지, 회사와 의논해서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노동조합들이 회사와 맺은 단체협약에서 “과장(또는 부장, ○급) 이상 직급의 직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서 그러한 합의를 한 것이겠지만 결론적으로는 노조가 회사와 불필요한 합의를 한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과 노조법에서 보호하는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사용자에게 의존하게 하므로 노조 자주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라고 본다.
 
따라서 만일 단체협약에 그러한 합의 규정이 있다고 해도 과장이나 부장의 직급을 가진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했을 때 노조가 받아들이면 당연히 조합원의 자격을 갖게 된다. 노동조합이 회사와 맺은 신의를 고려해 그러한 직급에 있는 직원의 노조 가입을 받지 않는 경우에 당사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조합원 자격 인정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 소송에서는 대부분 피고용자 측이 승소한다. 심지어 ‘이사’의 경우에도 명칭만 ‘이사’일 뿐 피고용자에 불과한 경우 노동조합원 자격이 인정된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조합원의 범위는 노동조합의 전속적 권한 사항이므로 경영진이 단체협약에 노동조합원의 범위에 대해 규정하자고 요구하거나, 관리자가 노조에 가입한 것에 대해서 회사가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가 반복되면 “노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에 개입하는 행위”로 보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게 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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