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현장에 증인으로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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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에 증인으로 함께 하시길
  • 황윤숙 ISDH 2024 대회장
  • 승인 2024.06.27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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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떤 계기를 통해 안목이 넓어지기도 하고 살아온 방식들이 변화하기도 한다. 그 지점, 순간, 계기 등을 우리는 전환점(turning point)이라 한다. 치과위생사로 살아오면서 나름 시야나 경험을 두루 넓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살았다. 그런 나에게 학문적으로, 공간적으로 시야가 바뀌는 계기 즉 turning point가 있었다. 바로 세계치과위생사연맹(IFDH)에서 개최하는 국제치위생심포지엄(ISDH) 참가였다.
 
첫 번째 참가는 2007년이었다. 내 나이 40대 초반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의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참가단을 구성할 때 의무감에 의한 반 강제(?)적 입장으로 캐나다행 비행기를 탔다.
 
한복도 챙기고, 캐나다로 우회 입국하는 사람들을 제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입국 심사가 엄격했던 시기에 우린 30여 명의 사람을 모집하여 캐나다로 향했다. 그땐 ISDH 한국 유치의 기반을 만들던 시기라 우리들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협회는 참가단을 모집하여 참가했었다. 그 시절 보고서나 각종 글에는 “선진 기술을 도입하여, 또는 선진국의 사례들을…”이라고 배우던 개발도상국인 한국에서 성장했던 우리인지라 캐나다에서의 경험은 마냥 새롭고 부러웠다. 일본 기업이 후원한 갈라 디너에서 호주 출신 회장이 기모노를 입고 축사를 하는 모습도 보고, 교과서에서 익히 알던 Willkins를 만나 사진도 함께 찍었다. 전시 부스를 통해 세계 치과위생사들의 업무가 우리와 다름을 체감했고 한국에 도입해야 할 부분들이 보였다. 그렇게 국제 행사가 내 안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귀국 후 조금씩 비용을 모으기 시작했다. 3년 뒤를 기약하면서. 3년 뒤는 불행히도 업무 일정상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 뒤 몇몇 교수 동료들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그곳에는 굳이 행사단을 모집하지 않아도 많은 치과위생사가 대학별로 혹은 개인으로 참여했고 우리들은 그곳에서 조우하면서 심포지엄을 즐겼고, 구강보건 교육사업 포스터도 발표하면서 그렇게 ISDH에 익숙해졌다. 
 
이후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ISDH에는 각 시‧도회를 중심으로 대표단을 꾸려 참가했다. 그때는 당시 2019년에 우리나라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ISDH를 홍보하기 위한 한복체험 부스 등의 홍보관도 운영하는지라 준비할 것이 많았다. 그때도 나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당시 불안정한 대북 정세로 인해 부득이하게 한국에서의 개최는 뒤로 미루어지는 아픔이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그 과정을 거치면서 코로나 대처 상황, K-문화, 인터넷 확산 등이 한국이라는 단어에 ‘선진국’이라는 수식어를 붙게 했다. 그리고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던, 아직 코로나19가 팬데믹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던 2022년, 2년 뒤에 개최될 ISDH 2024와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17시간의 비행을 거쳐 아일랜드로 향했다. 2년 뒤 개최국이지만 협회장 취임 후 15일 만에 종합학술대회,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ISDH 참가였기에 대표단 모집은 꿈도 꾸지 못하고 4명의 임원과 함께 아일랜드행 비행기에 짐을 가득 싣고 떠났다. 코로나로 인한 유럽 공항의 부실로 짐을 분실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더블린에서 운영한 한국 홍보관은 4명의 열정으로 인기리에 운영되었고, 폐막식에서 우리의 준비상황과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써 즐기고 볼 것이 많음을 알리고 귀국하였다. 
 
▲2007년 캐나다 ISDH(상단)와 2022년 아일랜드 ISDH
그리고 다가올 ISDH 2024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지난해 일본치과위생사회를 방문해 홍보도 하고, 협회 학술대회에 세계치과위생사연맹 완다 페도라 회장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준비과정에서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그중에 하나는 자부심이다. 대한민국 치과위생사들이 지난 날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ISDH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길 바라본다. 개발도상국에서 성장하여 외국을 따라가던 우리 세대가 아닌 이제 선진 ‘K-치과위생사’를 보여주는 현장에 역사의 중인으로 함께해주길, 그리고 훗날 이날을 기억하고 후배들에게 2024년 7월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길 기대한다. 우리의 학자들이 현장에서 강의하고, 젊은 열정이 가득한 통역 서포터즈가 전시장에서 언어의 가교가 되어주면서, 학문뿐만 아니라 문화와 기술을 함께 보여주는 장으로서 말이다. 
 
세계인을 초대한다. 초대에는 주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린 주인으로서 손님들에게 가슴 가득 꽉 참을 느끼고 돌아가게 하자. 개막식에 입을 한복을 꺼내 다림질을 한다. 주름 하나하나를 펴면서 사이사이 담겼던 회한을 함께 펴고 있다. 마지막 한 줄은 현장의 우리 회원들이 펴 줄 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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