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국가적 어려움 속에 보건과 치과의료 현장에서 국민들의 구강건강관리 뿐만 아니라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치과위생사들의 일상을 통해 어려운 상황들을 공감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또한 이들 이야기 속에 공유된 정보를 통해 감염병 확산 방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건과 치과의료현장의 치과위생사들의 노력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하늘은 어쩌자고 이렇게 맑나...’
‘하늘은 어쩌자고 이렇게 맑나...’ 개나리 노란 민방위 복과 너무 잘 어울리는 맑은 하늘이 왠지 야속하다고 생각하며 아주 잠깐 마스크를 벗고 숨을 쉬어 봅니다.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가네요. 마스크를 속에 얼굴을 감추고 산 지가.
설마, 설마... 하며 잠시면 될 것이라 가볍게 시작했던 일이 일주일이 되고, 열흘이 되고, 한 달이 되고 보니 언제나 끝나나, 대체 끝이나 날까 하는 조급한 마음까지 들게 만드는 그런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구강보건사업을 진행하는 저에게는 개학하는 3월을 목전에 둔 2월은 참으로 바쁜 시간입니다. 학교구강보건사업을 계획하고, 올해의 계획을 학교와 공유해야 하고,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포하여야 하며, 그 준비 뒤에는 각 학교의 학급별로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고, 고사리손을 잡고 얼굴에 침 튀겨가며 칫솔질을 함께 하는 그런 매년 하던 일상이 시작되는 날이거든요. 비단 학교나 유치원은 어린이뿐 만 아니라 경로당에 어르신들도 뵈러 가야하고, 작업장에 있는 장애인들과도 눈 맞추며 수업하는 그런 날들이 시작되는 달이거든요.
하지만, 지금 전 코로나-19 상황실에서 처음 뵙는 주민들과 같이 울고, 달래고, 짜증을 받아 주고, 위로하며 구강보건실 치과위생사의 ‘일상’과 전혀 다른 일로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의 일이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받은 상황실의 수화기에서는 젊은 여자분이 떨리는 목소리로 확진자의 동선을 묻습니다. 한국말에 서툰 것을 보면 외국인 주민인가 싶습니다. 동선을 설명하니 동네를 잘 모른다고, 또 다른 길을 설명하면 그 길도 잘 모른다 합니다. 그리고 한마디, 토요일에 그곳에 있는 동문회관에서 “나의 결혼식”을 한다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이럴 땐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하나요? 같이 안타까워만 하다가 전화를 내려놓았더니 잠시 동안 마음이 참 먹먹합니다.
저를 포함한 보건소 직원들은 점심, 저녁이라는 식사 시간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총성 없는 전쟁 중인 국가재난 상황 속에서 보건소는 최전방입니다. 24시간 전등불이 켜져 있고, 전화벨은 쉬지 않고 울리고, 선별진료소에는 불안한 눈빛의 주민들이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립니다.
저를 포함한 보건소직원들은 점심, 저녁이라는 식사 시간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이번 한 달 동안 3~4일은 보건소에서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영화나 사진으로만 보았던 고글 방어복은 정말 입기도, 벗기에도 너무 불편하고 숨도 쉬기 힘들며 뿌옇게 앞이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한번 입으면 너무 더워 땀이 나서 목은 마르지만 벗을 때까지는 화장실도 물도 마실 수 없습니다.
상황실 전화 상담, 선별진료소 근무, 주민 이송, 자가 격리자 물품 배송, 방역 소독 등 보건소 직원들은 누가 어떤 업무 나눌 것도 없이 이일 저일 주어지는 업무는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이기에 공공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기에 성동구 주민을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어떤 불평이나 투덜거림 없이 고명을 가지고 열심히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저도 엄마 인지라 개학이 연기되어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을 남매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새벽밥이 점심때면 차가워지지만 아직은 불을 다룰 수 없는 아이들은 전자레인지에 의존하여 식사를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공무원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현재의 국가 상황을 다 이해는 못 하겠지만 엄마에게 주어진 일들을 불평 없이 받아들여 주는 어린 공무원들입니다. 늦은 귀가 후 잠시 보는 얼굴이지만 아이들이 있어 기운이 나고 참 고맙습니다.
‘보통의 하루’ 가 ‘일상’이 되는 날을 기다립니다
한때는 매일 똑같은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지루한 날도 있어 특별한 날을 기대했었습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날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그랬던 일상이, 식구들 다 같이 눈 뜨고 일어나 잠들 때 ‘잘 자~’ 인사하는 그 보통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던 시간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며 그 고마움을 깨달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 위기도 조만간 지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신종플루도 메르스도 겪었던 역전의 보건소 공무원이기에 이 또한 잘 헤쳐나갈 것입니다. 현재 보건소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방역도 도와주시고 함께 애쓰고 계시고, 또한 모두 간절히 기원하고 있으니까요.
‘보통의 하루’ 가 ‘일상’이 되는 그때가 되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마음으로는 내게 ‘보통의 하루’가 이어지는 날들이 온다면 불만을 가지지 말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행복해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코로나-19를 이기는 방법은 스스로 건강해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인 것 같습니다. 면역력을 키우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면 코로나-19 따위 침투할 수 없을 겁니다. 모든 분이 건강하기를 정말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0. 2.
최윤선 치과위생사(성동구 보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