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현장의 치과위생사들②] 위기를 통해 알게 된 일상의 소중함과 최선을 다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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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현장의 치과위생사들②] 위기를 통해 알게 된 일상의 소중함과 최선을 다하는 삶
  • 김흥세 기자
  • 승인 2020.03.0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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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국가적 어려움 속에 보건과 치과의료 현장에서 국민들의 구강건강관리 뿐만 아니라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치과위생사들의 일상을 통해 어려운 상황들을 공감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또한 이들 이야기 속에 공유된 정보를 통해 감염병 확산 방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건과 치과의료현장의 치과위생사들의 노력을 공유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2월 22일 경북 구미시에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지난 2월 22일, 경북 구미시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했습니다. 토요일이었던 그날 오전 10시 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이 내려진 지 20분 후, 시청 알림 문자로 시민들에게 그 사실이 공유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먼 지역 이야기로 알던 것이 내게 현실로 다가왔구나’ 긴장감이 몰려왔지만, 의료기관인 치과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해 긴장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제가 속한 구미미르치과병원은 곧바로 비상대책 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신속해야 하기때문에... 어쩌면 확진자 1명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빨리 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병원 내 출입을 1곳으로 통제, 1층 열화상 카메라 배치, 입구에서 체온 측정”

제일 먼저 할 일은 병원 출입문을 1곳으로 통제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일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비치하여 체온 측정부터 시작했고, 첫날은 비교적 혼란스럽지 않게 내원 환자들도 잘 이해하고 다행히 보통 때와 다름없이 기존에 예약됐던 진료가 거의 다 진행됐습니다.


“내부 직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우선 진료진을 포함한 직원들이 감염되지 않아야 지역 확산도 막고 구강진료를 차질 없이 제공 할 수 있기에 치과진료실에서 눈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치과위생사들에게 보호안경이 지급됐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감염 경로를 숙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예방·감염 차단 지침을 공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손 소독제 800개 긴급 확보, 구미보건소를 통해 구미시에 기부”
하지만 구미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지역 내 확진자는 6명으로 늘어났고, 지역 상황은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1차 조치로 구미 미르치과병원은 지역 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노력에 동참해야겠다고 결정하고 손 소독제 800개를 긴급히 확보, 구미보건소를 통해 구미시에 기부에 나섰습니다. 손 소독제를 공급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주민 건강을 위한 저희의 마음이 꼭 전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이제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얼굴이 가물가물할 정도입니다 ”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감염병은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다고 느껴집니다. 우선 병원은 점점 예약 취소가 많아졌고, 시간이 길어지면서 병원 경영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집과 직장을 이어주던 광주-구미 간 고속버스 노선이 중지된다는 소식은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충격적인 현실이었습니다. 이번 사태 이전에는 동료들끼리 웃음으로 서로를 반겼는데 이제 보안경 속 눈만 보이는 동료들을 보면서 그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잊어갈 정도입니다.


“우리 치과위생사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 시기”
감염병과 관련하여 현재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의사, 간호 인력, 임상병리사 등의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일선의 치과에서는 구강을 통해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말의 위험 속에 진료하며, 이를 다른 환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인력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치위협의 홈페이지에서 감염병 차단에 대한 정보를 접했고 이를 직원들, 지인들과 공유했습니다. 또한 문자를 통해 지속해서 정보를 받았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한국치위생감염관리학회에서 발행한 ‘치과의료기관 감염관리지침’은 실제 병원에서 근무하는 저를 비롯한 많은 동료에게 소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했습니다. 잠시나마 글을 빌어 협회의 신속한 대응과 안내에도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덴톡에 올라온 성동구 보건소 최윤선 치과위생사님의 글을 보며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애쓰고 있는 노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건소는 물론, 모든 현장에 계신 치과위생사 선생님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이번 사태와 같은 위기는 다 함께 극복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건의료인으로서 치과위생사들은 치과의료기관의 철저한 관리와 환자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는 일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난 영화의 끝은 항상 햇살 속에 서서 웃는 주인공입니다. 초조하고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평온하고 따뜻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제 광주-구미 간 고속버스를 다시 타게 된다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느라 잊고 있었던 평온한 일상에 대한 감사함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따듯한 차 한잔과 함께 ‘물렀거나 코로나야!’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모든 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2020.03.
조미도 치과위생사(구미미르치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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