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병‧의원 노동자가 처한 현실…노동기본권 사각지대 문제 심각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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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병‧의원 노동자가 처한 현실…노동기본권 사각지대 문제 심각 수준’
  • 김흥세 기자
  • 승인 2022.10.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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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중소 병‧의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9월 초 진행했던 보건의료 5개 직종 실태조사 토대로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 모색
실태조사, 치과위생사‧물리치료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작업치료사 총 5,044명 참여
“연장근무를 하루에 30분을 채워야지만 수당이 지급되니, 매일같이 25분씩 연장근무할 시 수당이 없는 게 당연하다며 제대로 된 수당 지급을 거부당했습니다. 또한 실장은 이러한 수당 자체가 없음에도 근무 시간 이후 환자에게 콜백을 하는 업무가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치과위생사/중소 병‧의원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中)
 
우리나라 중소 병‧의원에서 근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다시금 조사된 가운데, 대책 마련과 정책 시행 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지난 9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중소 병‧의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우원식 의원, 정의당 강은미·이은주 의원, 보건의료노조, 5개 직종협회(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고 의료기관의 법 위반 근절방안을 모색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노동자의 권리 보장 위해 노력할 것” 한목소리 이어져
이날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개회식이 진행됐다. 개회식에서는 이번 실태조사와 토론회를 개최를 축하하고, 우리나라 중소 병‧의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계각층의 다짐이 이어졌다.
 
정의당 원내대표인 이은주 의원은 “전태일 열사 이후 5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00인 미만 중소 병원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실태조사를 통해서 드러난 현실은 총체적 난국이다. 모성보호, 여성보호 권리를 받았다는 답변은 50%를 넘지 못했다”라고 짚은 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노동자들이 행복해야 우리 모두도 행복할 수 있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토론회를 함께 준비한 5개 직종 협회장들은 의료 현장의 열악한 실태를 고발하고 한목소리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치위협 황윤숙 협회장
황윤숙 대한치과위생사협회 협회장은 “세월이 가도 열악한 환경이 바뀌지 않는데 대한 실망이 있지만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함께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감으로 설렌다”라며 “소규모로 분산,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회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소 병‧의원은 법률 위반 백화점…정부 차원 종합 대책 마련되어야”
본격적인 토론회에서는 먼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300인 미만 중소 병원의원 노동자 삶의 질과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와 함의’에 대해 발표했다.
 
보건의료노조와 5개 직종(치과위생사‧물리치료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작업치료사) 협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진행됐고, 중소 병‧의원 노동자 총 5,044명이 참여했다.
 
실태조사 결과 ▲8월 18일부터 의무 설치해야 하는 휴게실 미설치(20명~30명 미만 의료기관 35.5%, 30명 이상~300명 미만 의료기관 26.6%) ▲휴게시간과 식사시간 미보장(식사시간을 포함한 1일 평균 휴게시간 49.4분) ▲면허․자격 이외의 부당 업무 지시 경험(39%) ▲직장 내 폭언(25.1%), 직장 내 괴롭힘(18%), 환자·보호자 폭언폭행(47.5%), 환자·보호자 성희롱(17%) 경험 ▲불임‧난임 휴가 지급(29.5%),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실시(29.4%), 태아검진시간(32.5%), 수유시간(19.3%), 생리휴가(16.5%) 지급 등 모성보호 관련법 미보장 등 열악한 근무환경과 노동 관련법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소 병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문제도 심각하지만 1주일에 평균 5.5일 출근하고 있고 노동시간은 43시간이며, 퇴근 후나 휴일에도 업무 관련 SNS 업무 지시를 6.3회씩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은 일을 하면서 부당대우나 불이익 경험(44.4%)은 물론 면허․자격 이외의 부당 업무 지시 경험(39%)도 겪고 있었으며, 더불어 장기 근속자의 계약 해지․해고 등 구조조정도 10명 중 4명(39%)이었고, 코로나19 시기 인력 감축/구조조정 경험도 20.4%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연구위원은 “국회 및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의료기관이 법을 준수하도록 정기적 조사와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중소 병의원 표준 임금제’ 도입 및 사회적 협약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이 ‘의료현장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법 위반 개선을 위한 과제와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나 기획실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 병의원은 법률 위반의 백화점”이라고 꼬집은 뒤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근무환경과 복지 등에 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소 병‧의원의 법 위반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그대로 방치해 두거나 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회와 정당이 나서서 의료현장 실태조사, 현장 답사, 간담회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중소 병원⋅의원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과 지원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감독과 자율개선 지원 사업 ▲적정한 표준 임금⋅노동조건 기준 가이드라인 마련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노동기본권 협약 체결 등을 제안했다.
 
-“근본적으로 중소 병‧의원 적정 노동 인력 도출까지 이어져야”
이번 실태조사와 토론회를 함께한 5개 보건의료 직종 단체별 토론도 이어졌다. 토론에는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이하 치위협) 김은희 홍보이사,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윤여용 정책과장, 한국노동연구원 박명준 선임연구위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푸른 변호사, 보건복지부 임대식 의료자원정책과장이 자리했다.
 
치위협 김은희 홍보이사
토론에서 치위협 김은희 홍보이사는 “2022년 현재 치과위생사 면허자는 10만 명에 달하며 여성이 99%이고,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근무자는 30대 이하가 82%에 달하지만 낮은 임금, 모성보호 제도 미시행, 아파도 쉴 수 없고 연차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모성보호제도와 관련해서는 “실제 채용 과정에서 사전에 임신 계획 등을 묻는 경우가 많고, 계획 여부에 따라 채용에 불이익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근무 중 임신을 한 경우 단축 근무, 육아 휴직 등 정부에서 시행하는 모성보호제도를 병원에서 거부하는 일이 2022년 현재에도 발생하고 있다”라며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홍보이사는 아울러 “실태조사 결과 치과위생사는 아파도 나와서 일한 경험이 77.6%에 달했고, 유급제도가 있다는 응답은 15.9%에 불과했다”라며 근본적으로 중소 병‧의원의 적정 노동인력을 도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30인 미만 중소 병‧의원 대상으로 주기적인 근로감독 시행 ▲특례를 통한 5인 미만 의료기관 근로기준법 적용 ▲모성보호제도 준수 및 지원제도 확대 ▲중소 병‧의원 고용실태 및 처우에 대한 지속적 조사‧연구 시행 ▲장기근속자 보유기관 및 근로관계법령 준수 우수기관 지원책 마련 등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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