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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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김영남 교수(경복대학교 치위생과)
  • 승인 2022.11.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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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교수
김영남 교수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회용 컵 보증제’가 이번 달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 한정적으로 실시된다. 원래 지난 6월에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과 일부 정치권의 반발에 밀려 12월 2일 세종과 제주에서만 시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회용 컵 보증제’는 애초 2003년에 시행됐었지만, 회수율이 40%에 불과해 시행 6년만인 2008년에 폐지된 바 있다. 기후 변화에 대비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었으나, 현세대의 불편을 이유로 폐지되었다가, 이를 부활시켰지만 또다시 미래적 가치는 현재적 논쟁에 밀려 축소되어 버렸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권위 있는 기구로 평가받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로 향후 20년 안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19세기 말보다 1.5℃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Net-Zero)으로, 이산화탄소, 메탄 등 기후 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산림이나 포집기술 등으로 온실가스를 흡수함으로써 실질적인 배출량을 낮추어 탄소중립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3월 25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앞서 언급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플라스틱 감량 차원의 정책이다. 플라스틱은 화석연료인 석유로 만들기에 탄소중립의 시대에 자원순환의 필요성이 매우 높은 물질이다. 몇 년 전 멕시코 남부 해안에서 집단 폐사한 바다거북의 배 속에서 한 개체당 평균 41.5개의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는데, 이 플라스틱 속에 ‘한국산’이 들어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보도되었다. 이는 환경문제가 더이상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범세계적, 전 지구적인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기업이나 대학에서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경영을 고려하여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투자하는 한편, 기업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즉,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사회 각 분야의 협력과 참여가 필요한 시급한 과제이며, 탄소중립은 세대 간 공존을 위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이자 저탄소 경제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혁신의 기회라고 하겠다.
 
치과계에서도 지난해 11월 ‘치과보건의료인 기후위기 대응 공동선언식’을 개최, 정부의 현실적인 기후대책 마련 및 산업계와 기업의 혁신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자리가 있었다. 치과보건의료인들이 기후 위기를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건강권의 위기로 규정, 경각심을 갖고 솔선하자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 자리에 참여한 기업들은 치과 내에서 사용되는 종이컵, 페이퍼 타올, 에이프런 등의 1회용품을 재생 가능한 재질로 바꾸는 것과 석션팁이나 실린지팁을 자연원료로 만드는 것 등에 대한 노력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참가한 한 기업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제품으로 친환경 제품들을 올해 공식 런칭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생필품으로 소비되는 구강위생용품도 친환경 제품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치과위생사인 우리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우리 또한 지구인의 일원으로 현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인 또는 전문직업인으로서 ‘탄소중립’을 위해 삶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개인의 일상에서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저탄소 친환경 인증 상품 구매하기, 도보나 자전거 이용하기, 메일함 정리하기, 불필요한 콘센트 빼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자영수증, 리필스테이션, 다회용기, 무공해차 대여, 친환경제품 구매 등의 이용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치과위생사로서의 실천 방법은 Y 치과병원 치과위생사들의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다. 이들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식염수 병과 증류수 병의 재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뚜껑과 본체를 일일이 분리하여 이를 자원화하는 업체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플라스틱 중에서도 독성이 적고 성형 및 가공이 쉬워 비교적 재활용이 잘되는 PP(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과 PE(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을 분리하여 재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의 자원봉사센터나 자원봉사마켓에 공병이나 플라스틱 병을 가져다주고 그 양이나 무게에 따라 마일리지 쿠폰이나 자원봉사점수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치과위생사는 일선 현장에서 국민들과 가장 밀접하게 만나며 신뢰를 주는 직군 중 하나이다. 이런 특성을 살려서 치과 내에 ‘기후행동’을 위한 홍보물을 부착한다거나 ‘탄소중립’을 위한 교육 및 실천행동을 전파하는 일을 통해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활동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환경문제는 개별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협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련 보건직능단체들과 연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본다. 기후위기는 건강권과 불평등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인식하에 치과계 및 관련 산업체와의 논의의 자리를 마련하고 탄소중립정책 추진에 기여할 방안들을 모색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시에 회원들을 위한 관련 교육 및 시‧도회 단위의 환경 캠페인, 뜻을 같이하는 치과위생사들의 소모임 등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치과위생사들의 환경문제 인식이 공유되고 작은 행동들이 확산할 때 현실적인 탄소감축정책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행동을 촉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후와 환경 위기 문제엔 항상 ’다음 세대를 위해’라는 화두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과연 다음 세대만을 위한 문제일까? 기후 위기로 인류의 생존 위협이 도래할 것이라는 2050년! 100세 수명 시대로 볼 때, 2050년은 다음 세대가 아닌, 바로 내가 해당되는 세대의 미래인 것이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가 조금씩 불편하게 살기를 감수하며 지혜를 모아간다면, 현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가 아름다운 지구를 누리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적어도 실패를 준비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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