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의 구강위생 급여, 그 머나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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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의 구강위생 급여, 그 머나먼 길
  • 조영식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4.01.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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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 제도 시행 5주년을 맞아 법 개정 추진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5년 마다 제도 개선을 계획하도록 돼있는 법에 따라 국회에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2014년 1월 현재 국회에서는 몇 가지 법률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 가운데 정청래의원 등 11인이 지난 해 6월에 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치과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제공하는 `구강위생급여'가 방문간호급여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구강위생급여를 별도의 방문위생 급여 항목으로 독립시키는 제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 개정으로 방문구강위생 급여가 별도 항목으로 독립하게 되면 장기요양보험 제도에서 법률적 근거를 확실하게 마련할 수 있어 치과계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개정안은 제안 이유를 `구강위생은 현행법상 방문간호에 포함되어 있으나 구강위생이 치과의사의 지시서에 따라 실시되어야 하는 점, 일반 간호사와 치과위생사의 업무 및 성격이 엄밀히 다른 점에 비추어 볼 때 구강위생 항목을 방문간호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내용에 `치과위생사가 치과의사의 지시서에 따라 구강위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방문구강위생 항목을 신설하여 신체활동에 불편을 호소하는 노인들에게 적절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구강위생급여는 치과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여 작성하는 `치과의사 지시서'에 따라 치과위생사가 가정과 시설을 방문하여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치과의사 지시서 작성과 방문급여 시간당 급여 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간단한 절차에 의해 치과의료 기관과 장기요양기관에서 급여를 체공할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3조제1항제1호다목 중 “의사, 한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시서”를 “의사, 한의사의 지시서”로, “간호, 진료의 보조, 요양에 관한 상담 또는 구강위생”을 “간호, 진료의 보조, 요양에 관한 상담”으로 하고, 같은 호 라목부터 바목까지를 각각 바목부터 아목까지로 하며, 같은 호에 라목 및 마목을 각각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마. 방문구강위생 : 장기요양요원인 치과위생사가 치과의사의 지시서(이하 “방문구강위생지시서”라 한다)에 따라 수급자의 가정 등을 방문하여 구강위생 등을 제공하는 장기요양급여

제42조의 제목 중 “방문간호지시서”를 “방문간호지시서 및 방문구강위생지시서”로 하고, 같은 조 중 “제23조제1항제1호다목에 따라 방문간호지시서”를 “방문간호지시서 및 방문구강위생지시서”로 한다.

제58조제2항 중 “방문간호지시서”를 “방문간호지시서 및 방문구강위생지시서”로 한다.

▶ 구강위생급여 신설이 포함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 률안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과 구강위생급여

이 개정안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아니, 그러면 지금까지 치과위생사가 제공하는 구강위생이 방문간호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말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하고. 당연한 의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구강보건과 치과의료에 관한 정책과 제도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마치 독립운동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의과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정부와 국회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은 `치의학과 치과의료'를 `의학과 의료'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다. 언제나 치과가 의과의 일부가 아니며, 치의학이 의학의 일부가 아니고, 치과의료가 의료의 일부가 아니고, 치과의사와 의사는 다르며, 치과위생사는 간호사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십여년 전부터 노인장기요양 제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배경은 크게 두 가지이다.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가 진행된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노인의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노인의 건강과 복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이미 한번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경험했던 정부에게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처음에는 `수발보험'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된 논의가 `건강 및 의료지원'에 대한 제도로 확장되면서 `장기요양보험'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의료'와 `복지' 사이에서 관련 직역과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이 싸움의 전면에는 언제나 그렇듯 의학, 간호학과 사회복지학 학자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2000년 의료대란 때는 적대적인 관계였던 의학계와 간호학계가 오랜만에 같은 편이 되었다.

물론 장기요양보험의 준비 과정에서 치과계는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많은 정부 예산을 투입하여 제도를 설계하고, 매뉴얼을 만들고, 시범 사업을 실시하였다. 어디에도 구강위생에 관한 얘기는 단 한줄도, 단 한마디로 언급되지 않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보건복지부에 여러 차례 새로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구강위생급여를 포함시킬 것을 요청하였으나 번번히 거절당했다. 이유는 장기요양보험을 한다고 하니 너무 여러 분야에서 요구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치과도 그런 기타 분야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재정은 한정되어 있는데 어디서 재원을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 담당부서의 논리였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공동 TF를 만들었다. 정부가 안되니 국회를 설득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이 별로 없었다. 이때 알았다. 치과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김춘진의원실에서 관심을 가지고 도와 주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단순이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알고 법률안 제정 과정에서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다.

이미 법률안 심의가 많이 진행되었고, 다른 의원들의 동의를 받기도 어려워 `구강위생급여' 항목 신설이 어렵게 되었다. 우선 방문간호에 `구강위생'을 추가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갑자기 우리의 강력한 요청을 묵살해 오던 보건복지부에서 연락이 왔다. 보건복지부에 대해 우리가 `갑'의 위치에 있었던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아무 준비도 안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어 급하다는 것이다. 법률이 제정되면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해야 하는데,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치협에서 빠른 기간내에 만들어 주시면 고맙겠다고 아주 공손하게 부탁해왔다.

 

■구강위생급여를 위한 치과의사지시서와 구강위생급여에 대한 오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별표에 나와 있는 치과의사 지시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치위생학과 교수님들 중에는 왜 치과의사지시서냐, 치과의사의뢰서로 개정하라고 요구하시는 분이 계시다. 정서적으로는 치과위생사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을 수는 있으나 전략적인 사고는 아니다. 왜냐면 이 문제는 전체 의료인과 의료기사의 관계에 대한 의료법과 의료기사법의 쟁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법률은 기존의 관련 법률에 근거하여 만들어 진다. 의료법과 의료기사법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를 노인장기요양법 개정 과정에서 요구하면, 초점이 흐려지고, 아마추어 취급을 받게 된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 같은 상투적인 교훈은 이럴 때 유용하다.

또 하나 대부분의 치과위생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장기요양보험의 급여 방식에 대한 것이다. 방문구강위생 급여는 방문당 수가로 보상된다. 행위별 수가가 아니라는 얘기다. 방문해서 치과위생사가 어떤 내용의 급여를 제공했건 `구강위생급여'라는 단일 항목으로 수가가 산정된다. 구강위생급여에 대해 여러 가지 급여 항목을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면, 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방문구강위생은 치과위생사가 가정과 시설을 방문하여 치과의사의 지도없이 단독으로 수행하는 급여이다. 따라서 치석제거 같은 의료행위는 할 수 없다. 물론 유닛체어를 들고 다닐 수도 없겠지만.

이런 배경에서 치과의사 지시서가 만들어졌다. 물론 방문간호급여의 의사지시서에 준해서 만든 것이고, 그것이 보건복지부의 요청 사항이었다. 그러면 `필요한 처치 및 처방' 항목들은 왜 필요한가? 보건복지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로 치과위생사들이 방문해서 어떤 급여를 제공할 수 있고, 이번 방문에는 특별히 그 중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치과의사지시서에 담아 달라고 했다.

그러면 방문구강위생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쉽게 말하면,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로 스스로 양치 못하고, 스스로 구강위생 관리를 못하니 이것을 도와주자는 것이다. 또 하나의 제약은 `방문'에 있는데, 이동용 모터와 컴프레서를 메고 골목길을 올라갈 수 있는 치과위생사가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와따나베법 등 PTC 방법을 이용한 `전문가 치면 세정술'이었다. 칫솔로 이 닦는 것은 간호사나 요양보호사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김진범 교수님의 제안으로 `전문가 치면 세정술'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널리 사용되어야 할 좋은 용어라고 생각된다.

`교육 상담' 항목에 `칫솔사용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잇솔질'이라는 표현은 일상적인 표현이 아니다. `칫솔질'에서는 `질'이 문제다. `이빨'이라 말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들이 어떤 동작이나 행위를 폄하하는 표현인 `질'에는 무감한지 이유를 모르겠다. 구강보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인 `tooth brushing method'를 스스로 폄하하면서 어떻게 구강보건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 다시 보면서 아쉬운 점은 `섭식·연하지도' 부분이 빠졌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작년 가을에 남서울대 치위생학과에서 오사카를 방문하여 개호보험 연수를 받기전까지 여기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법 개정 과정에서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사항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발전 방향, 치과계의 할 일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13년 상반기 노인장기요양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총요양비는 1조 6752억에 달하나, 방문간호 요양비는 41억에 불과하여 0.24%의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방문간호에 포함된 구강위생은 통계 수치조차 발표되지 않고 있다. 또한 전문인력 현황에서 치과위생사는 단 7명에 불과하여 간호사 9,776명, 의사 1,152명, 물리치료사 1,693명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수준이다. 장기요양보험 중 가장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는 분야가 구강위생급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여 치과의료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로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가장 급한 일은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정청래의원 등의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도록 치과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장기요양보험은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분야는 내 건데 네가 감히'라는 식의 독선은 치과계를 공멸로 이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활발한 토론을 하고, 일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 단 무조건 자료를 달라는 식의 요구는 자제해야 한다. 교수에겐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가 지적재산이다. 논문이나 보고서나 학술행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도 전에 시간과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성과물을 달라고 하는 것은 무조건 무료로 치료부터 해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지적 노력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공동체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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